'코딩하는 초딩'… 혈세만 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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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프트웨어 교육 페스티벌이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한 학생이 코딩교육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교육, 이른바 코딩교육이 의무화됐다.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중학교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까지 코딩교육 의무화가 확대된다. 할당된 의무교육시간은 중학생 34시간, 초등학생 17시간이다.

코딩은 C언어, 자바, 파이선 등의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구성, 컴퓨터에게 일하는 순서를 할당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 코딩교육으로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코딩교육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된다. 대학생 이상 성인도 막대한 시간을 들여야 이해할 수 있는 코딩을 15세 전후의 청소년이 짦은 시간에 이해하기 어렵고 전반적인 행정상태가 미비해 예산낭비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칫 사교육업체 배불리기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교육 나는 데 공교육 제자리 걸음

최근 교육부에 따르면 코딩교육 대상 중학교의 60%가 수업 시작을 내년으로 미뤘다. 아직 교육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딩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인력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는 정보·컴퓨터 교육 전담 교사가 일정시간 이수를 마친 후 코딩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초등학교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전적으로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코딩교육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초등학교 교사의 SW 교육 이수자 비율은 4.7%로 100명 중 5명이 채 안된다. 정부는 급한대로 올해까지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30% 수준인 6만여명에게 SW 직무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열린 소프트웨어 교육 페스티벌에서 한 학생이 코딩로봇을 다루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교육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사교육시장은 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의 경우 3년 전 3개 미만이던 코딩학원이 현재는 15개가 넘는다. 코딩학원의 강좌는 수강생 수준에 따라 총 10개이상으로 구분된다. 기초 수강료는 한달에 25만원, 수업은 일주일에 110분이다.

SW업계 관계자는 “수업시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도 암기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코딩은 17시간, 34시간으로 절대 가능하지 않은 교육이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들이 SW를 만드는 기능을 익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의 사고체계를 이해하고 습득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해 따로 학원에 등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당사자인 학부모들은 입장이 다르다. 내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정모씨(43)는 “내년부터 코딩교육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다”며 “학교에서 하는 수업만으로는 우리 아이가 뒤쳐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산·시간 낭비 불가피

정부의 예산 낭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2018년도 소프트웨어 연구·선도학교 운영계획’을 통해 초등학교 940개교, 중학교 456개교, 고등학교 245개교 등 총 1641개교를 선정했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교당 1000만원이내의 운영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추정 예산만 100억원이다.

SW업계 관계자들은 “코딩교육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애매한 시간과 예산으로 교육 효과는 커녕 낭비로 전락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코딩교육 의무화가 도입된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부터 중학교 졸업까지 코딩교육을 실시한다. 관련 예산은 우리 돈으로 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열린 소프트웨어 교육 페스티벌에서 학생들이 코딩으로 움직이는 블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코딩교육에 대한 실효성 논란에 과기정통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3년 전 코딩교육 의무화작업 당시 교육부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졸업까지 1주일에 한시간은 수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교육부가 교원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했다”며 “이 정도의 수업시간과 예산도 청와대의 조정으로 간신히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김현청 고려대 컴퓨터학과교수 겸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은 “교육부는 코딩교육에 34시간이상을 할당할 수 없다고 전했다”며 “국영수 중심의 교과 이기주의가 아이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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