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디로] ⑤수급 감안한 '맞춤대책'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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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천정부지다. 서민은 꿈도 못 꿀 가격까지 치솟았지만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의 일념에 분양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비싼 집값이 끄떡없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미 상당수 강남 재건축단지는 안전진단을 끝내 규제를 비껴가서다. 반면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던 서울 양천구 목동, 강동구 일대 등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편집자주>


문재인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부동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집은 삶의 터전이므로 투기수단이어서는 안된다는 정부 정책기조와 달리 당장 집값이 떨어지고 재건축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집주인들은 동요하는 모양새다. 재건축은 노후·불량건축물의 안정성과 환경적 열악함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투기꾼에 의한 이익다툼 등 문제점도 많다.

<머니S>는 재건축사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 4명을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공공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인터뷰 참여한 전문가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양지영 R&C 연구소장

◆규제 공감하지만 조정 필요

- 재건축 규제에 대한 찬반 입장과 이유는.

권대중 교수
(이하 권) : 안전진단기준 비중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했다. 2003년(참여정부) 45%, 2009년(이명박정부) 40%, 2015년(박근혜정부) 20%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고공행진했다. 안전진단 강화가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맞는 얘기다. 단독주택을 새로 짓는 것이 개인의 자유이듯 공동주택도 주민 의견이 모아지면 자유롭게 결정돼야 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건축 규제가 공공이익에 부합한다면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국가적·사회적으로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함영진 센터장(이하 함) :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개발 등 다른 도시정비사업과의 형평성 때문에 반대한다. 미실현 이익인 데다 미래 매도 시 양도소득세 과세가 가능해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안전진단 강화는 부분적으로 찬성한다. 구조안전성 비중을 40%로 낮추고 주거환경(15%), 시설노후도(25%), 비용분석(10%) 비중을 높여야 한다. 안전진단이 집값 조절용으로 쓰여서는 안된다. 재건축사업을 원천봉쇄하면 수급불균형을 야기하므로 투기를 방지하는 선에서 주민 의지에 따른 재건축을 일부 용인해야 한다.

양지영 소장(이하 양) : 반대한다.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는 수요억제책으로 반짝효과를 내지만 희소성을 키운다. 강남은 사실상 재건축이 유일한 공급인 데다 교통, 명문학군, 업무 기반시설을 찾아오는 대기수요가 풍부하므로 공급이 없으면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왼쪽부터)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규제가 집값상승 부추길 가능성 높아

- 재건축 규제가 3~4년 후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원갑 위원(이하 박) :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투자 메리트가 감소해 집값에 부정적이다. 특히 초기 재건축단지의 투자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다만 부동산시장 참여자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즉 투자수익 감소가 아닌 공급부족으로 받아들이면 집값불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동안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것이므로 집값둔화는 3~4년 지속될 것이다. 특히 강남은 그동안 가격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겹쳐 당분간 가격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다. 강남 9억원 이상 주택 분양시장은 대출 규제로 상류층과 부자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

: 당장 재건축발 집값상승을 늦출 수 있어도 신규주택 부족에 따른 집값 재상승을 낳을 수 있다. 최근 전세시장이 안정되고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므로 1~2년 내 수급불균형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급 유효수요가 원하는 공급이 지연돼 강남 집값이 재상승하고 도시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서울·과천·성남·하남 등은 공급이 적은 반면 화성·김포·시흥·평택 등은 공급과잉으로 시장위축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다.

: 공급난이 강남 집값을 급등시키면 집 없는 사람이나 서민, 비강남 거주자는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특정지역 쏠림현상을 부추겨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다. 지방 혁신도시나 산업단지라도 기업과 주택 유입이 급감해 가격조정이 빨라질 것이다.


(왼쪽부터)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양지영 R&C 연구소장.

◆지역 맞춤형정책 필요

- 재건축 규제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 특정지역을 타깃으로 한 규제는 지속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투기수요 억제와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정책을 이원화하고 균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통해 투기적 가수요가 일정부분 해소되고 지방은 주택시장이 위축된 만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 강남에서 나올 수 있는 공급은 재건축이 유일하다.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해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재건축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풀어야 한다. 강남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일시적으로 가격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를 염려해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강남에 집중된 고급인프라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도 필요하다. 지금의 강남은 1970년대 강북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개발한 결과고 유인책으로 나온 것이 명문학군 이전이었다.

: 재건축 규제는 사회성과 공공성 면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사유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인 경우 수명이 100년 이상인데 새 안전진단기준을 통과하기가 어렵다. 지방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부동산시장 전체가 침체돼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게 된다. 따라서 지역별·계층별·종류별 시장에 따라 맞춤형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택지가 부족한 도심은 재건축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강남 인근 개발제한구역은 산림을 보호하되 효용을 다하지 못하는 부지에 영구임대주택을 짓는 것도 방법이다.

: 서울은 수급불안 우려가 있으므로 공급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100만호 공급계획을 착실히 실행해야 한다. 택지후보지를 지정해 분양일정을 내놓는 등 구체적인 공급 청사진을 공개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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