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 ①‘아픈 청춘’ 물려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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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기둥이자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년이 희망을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했다. 고질적인 양질의 일자리 부족, 계층이동을 가로막는 빚의 굴레, 무한경쟁의 현실에 가로막혀 꿈과 낭만을 잃었다. ‘헬조선’이 된 한국사회를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자조가 청년층에 널리 퍼졌다. <머니S>는 2030 세대가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한편 우리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은 청년층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연중기획으로 ‘2030 희망찾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은 인생 황금기, 열정 가득한 청년의 건강미를 낭만적으로 그린다. 한때 중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린 이 수필에 대한민국 청년들은 더 이상 공감하지 않는다. 2010년 베스트셀러로 오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아프면 환자지’ 등의 패러디를 낳았고 ‘희대의 망언’이란 비아냥이 뒤따른다.

대한민국 청년에게 ‘청춘의 낭만’은 사치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문을 두드리지만 문턱은 높기만 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불안정한 생활에 떠밀려 ‘중고신입’이 되길 자처한다. 3포, 5포, 7포, N포…. 낭만 잃은 청년은 꿈을 하나씩 버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연애·결혼·출산을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청년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심각한 청년실업, 우울증 앓는 청년들

서울 노량진에서 6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박상원씨(가명·31)는 외출할 때 선풍기를 켠다. 집 문을 열 때 밀려나오는 적막감이 싫어서다. 그는 “지난 겨울에도 선풍기를 벽에 대고 튼 상태에서 잤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게 우울증인진 모르겠다. 병원에 가보진 않았다”며 “괜히 (병원에)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기라도 하면 더 우울해질 것 같다. 공부에 매진해 시험에 빨리 붙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상태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대한민국 청년은 분명 어두워 보인다. 최근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을 겪는 청년층 환자가 급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청년층 경제활동 제약의 5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청년층(20~29세) 인구 10만명당 우울증 환자수는 2012년 784명에서 2016년 943명이 됐다. 연평균 증가율은 4.7%로 전체 세대 평균(1.6%)의 3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은 청년도 각각 10만명당 556명에서 718명으로, 378명에서 455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청년층의 피로가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구직이 어려워져 장기 미취업상태의 청년이 증가하며 스트레스성 질환도 덩달아 늘었다는 분석이다. 청년미취업자는 2011년 5월 140만9000명에서 지난해 5월 147만2000명으로 늘었다. 통계청이 분석한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 청년 체감실업률은 22.7%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진출 전 '빚더미'… "꿈은 버려라"

‘청년 피로’는 취업준비 과정에서만 쌓이는 건 아니다. 20대에 들어서자마자 청년은 경제적 난관에 직면한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이동원씨(가명·26)는 오는 5월부터 빚 상환 부담이 커진다. 2016년 5월 연 5.4% 금리로 250만원의 햇살론 대출을 받았는데 거치 2년이 4월로 끝나고 5월부터 원리금을 갚아야 해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을 병행 중인 이씨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앞서 2015년엔 2번에 걸쳐 연 2.2% 금리로 100만원씩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스스로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위로한다. 그는 “군대 전역 후 줄곧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따로 학자금대출이 필요 없었다”며 “주변엔 대출을 1500만~2000만원 받은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르바이트만으론 등록금과 월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대출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취업이 늦어지는 가운데 학자금대출 상환, 생활비 조달 등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부채는 지난해 평균 2385만원으로 전년대비 41.5% 늘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으며 전체 가구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0%에 이른다.

젊은 날 진 된 빚을 갚기 위해 청년은 꿈을 접어야 한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한 김인수씨(가명·30)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최근 꿈을 포기했다. 지난해까지 진 빚 1800만원을 갚기에는 돈벌이가 부족해서다. 김씨는 대학원생 시절 여섯학기 가운데 세학기 분을 학자금대출로 마련했다. 그는 “학부생 때 부모님 지원을 받아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며 “원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욕심 아니겠냐”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 ‘중고신입’ 된다

최근 한 대기업 입사면접을 본 이상익씨(가명·27)는 면접장에 함께 들어간 지원자 6명 중 4명이 30대여서 놀랐다. 이씨는 “이들은 면접관 질문에도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내놨는데 졸업 후 첫 직장 면접으로 보이지 않았다. ‘중고신입’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중고신입이란 직장을 다니거나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입사하려는 지원자를 말한다. 보통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대기업 신입으로 재입사하려는 경우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7월 기업 인사담당자 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6%가 ‘중고신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기업 10곳 중 7곳(68.9%)은 실제 중고신입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조사 결과(64.1%)보다 4.8%포인트 증가한 수치며 채용한 신입사원 중 중고신입 비중은 평균 32.1%였다.

기업이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건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71%, 복수응답)하고 신입 교육비용 및 시간이 절약(36.2%)돼서다. 반면 청년이 중고신입으로 재입사하는 건 ‘나쁜 일자리’를 탈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한국고용노동부가 3월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2018년 3월호)의 ‘비정규직 고용과 근로조건’ 보고서를 보면 대기업(300인 이상 사업체) 대비 중기업(100~300인)의 임금수준은 69%, 소기업(100인 미만)의 경우 64%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 대비 중기업 및 소기업 임금수준이 각각 96%, 92%에 이르는 일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는 청년들이 실제 받는 임금과 노동 만족도 정도를 보면 보다 극명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의 첫 일자리 평균임금은 지난해 5월 기준 100만∼150만원 미만 37.5%, 150만∼200만원 미만이 29.6%를 차지했다. 10곳 중 7곳(67.1%)가량이 100만∼200만원의 저임금 일자리인 셈이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 중 ‘노동여건 불만족’의 비중은 51.0%로 전년대비 2.4%포인트 올랐다.

이상익씨는 “청년들이 대기업 취직을 원하는 이유는 임금·복지·4대 보험 등의 격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직이 수월하기 때문”이라며 “작은 회사는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고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포기는 결혼·출산부터…

3포, 5포, 7포에 이어 N포세대까지. 어려운 환경에서 하나둘씩 포기하는 청년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포기하는 3포의 ‘3’은 연애·결혼·출산이다.

실제 혼인 건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6만4500건으로 전년대비 6.1% 감소했으며 1974년(25만9600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996년만 해도 43만건이던 혼인 건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 20만건대로 추락했다.

저출산 그늘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05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2015년 결혼해 자녀 없이 지내는 박수영씨(가명·34)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지만 서울 집값이 만만찮은 데다 빚 갚는 데도 벅차 앞으로도 자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첫 직장에서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구직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등 청년이 불안정한 노동을 전전하는 게 현실”이라며 “문제는 이 같은 소득 및 사회적 불평등이 자산 불평등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흙수저 담론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녀에게 이 같은 불평등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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