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빛과 그늘] ②‘갈라파고스 규제’ 빗장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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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앞줄 오른쪽 네번째)은 지난 1월15일 국회를 방문, 빅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비 데이터의 사용개방을 촉구했다. / 사진=대한상공회의소
4차 산업혁명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는 ‘빅데이터’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국가와 글로벌기업들은 빅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핵심과제로 삼고 관련 기술 확보와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빅데이터산업은 갈라파고스에 갇혔다. 데이터 활용이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한 까다로운 규제 환경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개인정보보호에 막힌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전문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빅데이터 관련 기술 및 서비스의 시장규모는 연평균 22.6%씩 지속 성장해 2020년 589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빅데이터시장도 2016년 기준 3440억원 규모로 연평균 30%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데이터 발굴과 개방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AI부문에서 우리나라의 데이터 개방은 지난해 68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국이 9447개의 데이터를 개방한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뒤처진 수준이다. 공간·위치 데이터 역시 지난해 미국이 14만9389개를 개방한 반면 한국은 8380개를 개방하는 데 그쳤다.

이는 범정부적 데이터 표준이 부족해 기업의 데이터 융합에 애로가 발생하고 품질 낮은 데이터 개방으로 자유로운 데이터 가공과 활용이 제한된 까닭이다. 이와 관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월 국회를 방문,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의 사용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데이터 개방과 활용이 확대될수록 개인정보보호와의 상충 이슈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프라이버시 규제는 매우 엄격하다. 데이터를 활용한 상당수의 서비스가 위법이다. 일례로 소비자의 쿠키정보 등을 수집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팅 광고나 SNS에 공개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하거나 공개하는 활동이 초기 단계에서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은 연방 헌법에서 프라이버시를 명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개별 법령에 한해 프라이버시 보호규정이 적용돼 개인정보의 공개 그 자체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명예훼손죄는 아예 없다. 금융계좌정보는 프라이버시로 보지 않아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빅데이터시대에 맞는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활용 범위에 관한 논의가 공론화돼야 하고 사회적인 중지도 모아져야 한다”며 “정보를 보는 패러다임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풀고 빗장 여는 정부

우리나라도 최근 일부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정보원과 보험개발원 등 공공 성격의 금융정보기관에 쌓인 데이터를 올 하반기부터 중소형금융회사, 창업·핀테크기업, 연구기관 등에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보호’에서 ‘활용’으로 전환해 금융분야의 빅데이터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빅데이터산업 전반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면서 빅데이터가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적 개념 체계를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4차 산업위는 익명정보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익명정보의 정의를 법에 명시하는 대신 유럽연합(EU)의 GDPR(개인정보보호규정) 전문 26항을 참조해 개인정보의 개념을 보완했다. GDPR 26항은 익명 처리돼 더 이상 식별될 수 없는 정보주체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4차 산업위는 또한 가명정보의 정의와 활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관한 주요 이슈를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의 법적근거를 명확히 해 데이터결합 등 자유로운 활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신산업분야의 공공데이터 개방도 확대한다. 행정안전부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한 지능형·융합형 고가치 대용량 공공데이터를 국가중점데이터로 선정하고 적극 개방하기로 했다. 국가중점데이터는 지난해 48개 분야에서 2020년 100개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데이터의 품질 강화를 위해 다수기관 공통데이터를 표준형식으로 개방하고 개방표준을 적극적으로 확대 보급해 민간의 가공 부담을 해소할 계획이다. 아울러 엑셀·한글 등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도록 활용 가능한 개방 공공데이터의 오픈포맷 비중을 늘리고 ‘공공데이터 품질 관리 수준평가제도’를 전 기관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빅데이터의 기반 구축과 데이터 분석,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적 응용과 활용에 목표를 두고 있으나 빅데이터의 유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늦은 상황”이라며 “기업과 민간영역에 산재해 축적되고 있는 데이터의 가공·유통 기반을 확충한다면 기업 스스로 빅데이터를 가치 있는 상품으로 인식해 자발적으로 시장에 참여, 빅데이터산업 전체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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