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이코노미 시대] ②'카풀앱 드라이빙' 직접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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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용주에게 대가를 받고 일하던 전통적인 노동개념이 파괴됐다. 온라인플랫폼에서 여러 고용주를 선택해 단기계약 노동력을 제공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빠르게 확산된 것. 정규직 선호현상이 뚜렷한 국내에서 긱 이코노미의 정착은 시기상조라는 시각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라는 주장이 교차한다. <머니S>가 국내에서 부는 긱 이코노미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편집자주>

풀러스를 이용해 매칭한 카풀.

글로벌 ‘긱 이코노미 시대’를 개척한 대표주자는 미국의 라이드셰어링 업체 우버다. 승용차를 보유한 개인과 운송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IT기술로 연계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열었다. 

우버는 전세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긱 이코노미 모델을 제시하며 전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버 관련 각종 논란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미국의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원천 금지하고 있기 때문. 다만 ‘출퇴근 시 차를 함께타는 것은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유사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생소한 카풀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며 라이드셰어링을 통한 긱 이코노미 시대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 카풀 매칭 서비스, 수익보다 ‘재미’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카풀 매칭 앱은 현재 풀러스와 럭시 두가지다. 두 앱을 다운받아 가입절차를 진행했다. 드라이버 회원으로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며 긱 이코노미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기자가 보유한 2003년식 차량으로는 등록 자체가 불가능했다.

“차량 안전 우려 때문에 연식이 15년 이상된 차량은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카풀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자가용이 아닌 렌트차량, 자동차보험 대인보상2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라이더 회원으로 가입해 서비스를 이용하며 드라이버 유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틀간 만난 4명의 드라이버는 모두 수익성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방점을 두고 드라이버 활동을 하고 있었다.

카풀앱 드라이버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된 직장인 고모씨(35)는 “직업 특성상 서울 내에서 이동하는 일이 많은데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심심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드라이버를 종종 하고 있다”며 “내가 이동하는 경로에 거의 일치하는 사람들만 태우다 보니 매칭이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카풀 매칭을 해서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한달에 보통 10만원 정도를 버는데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고씨는 “매칭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끌고 다니는 자동차의 연비가 좋지 않다 보니 기름값도 벌기 어렵다”며 “카풀 매칭을 하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멀리 돌아가는 일도 있는데 이걸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풀러스 내비게이션 모습.


다만 몇가지 조건이 만족될 경우 의미있는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퇴근 거리다. 용인에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방면으로 출퇴근하는 개인사업자 김모씨(32)는 카풀 드라이버를 시작한 지 불과 열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25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는 “서울 시내이동의 경우 대게 1만원 이하의 금액인 데다 길도 막히기 때문에 커피값도 벌기 힘들다”며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름값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칭이 쉬운 것은 아니다. 김씨는 “내가 만약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이런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꽤나 적극적으로 매칭을 잡는 편이다. 출근시간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보니 일단 동서남북 방향이 일치하는 라이더가 있으면 매칭을 수락한다.

가장 많은 라이더가 있는 구간은 분당-강남 구간이다. 이 구간을 운행할 경우 보통 1만원을 약간 넘는 요금이 나온다. 20%의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8000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그는 “최단거리로 사무실에 가는 것보다 보통 20분 정도가 더 소요되는데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짭짤한 수입”이라고 말했다.

연비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카풀을 하는 직장인 오모씨(41)는 “친구들이 가끔 카풀로 용돈벌이가 되냐고 물어보면 가솔린차로는 담배값 벌기도 힘들 것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럭시 이용해 매칭된 카풀.

◆ 라이드셰어링 본격 도입에는 이견

현재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카풀 드라이버들은 “상대적으로 라이더에 비해 드라이버가 적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확연히 적다는 얘기다.

1년 가까이 카풀앱 드라이버를 해온 오씨는 드라이버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며 카풀 서비스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매칭을 시도하는 라이더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드라이버가 부족하다보니 매칭을 시도해도 잘 잡히지 않고 점차 카풀 앱을 멀리 하게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카풀 매칭이 활성화 되려면 지금 수준의 ‘카풀’에서 벗어나 우버와 같은 ‘라이드셰어링’ 개념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출퇴근길 카풀을 매칭해주는 것이 아니라 유상운송수단으로 인정을 받아야만 드라이버가 더욱 많이 유입되고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라이드셰어링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김씨는 “현재 카풀 매칭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단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정을 함께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며 “수입만 바라는 유상운송 개념이라면 굳이 드라이버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6개월간 카풀 드라이버를 해온 최모씨(31)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카풀 매칭 앱에서 출퇴근시간 선택제 등을 권장하는데 ‘카풀이용자모임’ 등 네이버 카페에서는 이런 시도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카풀 드라이버 회원들의 수입을 보면 이 서비스를 유상운송으로 확장한다고 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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