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이코노미 시대] ③'긱워커'와 동행해봤습니다

 
 
기사공유
한 고용주에게 대가를 받고 일하던 전통적인 노동개념이 파괴됐다. 온라인플랫폼에서 여러 고용주를 선택해 단기계약 노동력을 제공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빠르게 확산된 것. 정규직 선호현상이 뚜렷한 국내에서 긱 이코노미의 정착은 시기상조라는 시각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라는 주장이 교차한다. <머니S>가 국내에서 부는 긱 이코노미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편집자주>

긱 이코노미는 단기계약성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말한다. 이 같은 특성상 공급자는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는 수요를 빠르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은 긱 이코노미 선도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이미 국내에서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한 긱 이코노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자잘한 일을 누가 하려고 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그 자잘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최적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 반려견 산책 및 관리 서비스 '우프'와 재능 공유 서비스 '숨고'(숨은고수)를 통해 '긱워킹'을 하는 사람들의 일터를 찾아가봤다.

◆'행운'처럼 다가온 반려견 산책일

도그워커 이미숙씨와 반려견 '희망'이./사진=김정훈 기자

반려견 산책 서비스 동행을 위해 '도그워커' 이미숙씨(54)를 영등포구 신길동 한 아파트단지에서 만났다. 이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우연히 우프 반려견 관리 공고를 보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평소 강아지를 키워 반려견 관리에 관심이 많던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회사가 먼곳으로 이전해 본의 아니게 퇴사를 했어요. 소일거리를 알아보다 베이비시터에도 도전했지만 생각보다 애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몸에도 무리가 많이 가서 그만뒀죠. 그러다 우프의 반려견 관리 공고를 보고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어요. 하루 30분~1시간 반려견과 산책하는 일은 저에게 운동도 되고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 됐답니다."

반려견 산책일은 우프에서 일정시간 교육을 받고 도그워커로 등록하면 할 수 있다. 견주는 앱에 등록된 도그워커들의 프로필을 살핀 후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우프 측에서 매칭해주기도 한다.

이씨는 주 5일 일한다. 페이는 30분에 1만8700원. 시간이 길수록, 돌보는 반려견이 추가될수록 페이는 올라간다. 만약 하루 1시간(2만5300원)씩 3번의 산책일을 주 5일, 한달간 한다면 약 15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순 노동시간과 이동시간 등을 감안해도 하루 5시간 이하로 일하고 15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노동강도도 세지 않다.

반려견 '희망'이(진돗개·8)와 두번의 산책을 나선 이씨는 3만7400원을 벌었다. 평소 산책 외에 방문돌봄 일도 함께하는 그는 하루 최대 4번까지도 반려견을 돌본다.

"직장을 다닐 때보다 수입은 적지만 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저는 가정주부여서 가사일도 소홀히 할 수 없잖아요. 또 제 반려견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죠. 남는 시간에는 풍선아트 등 취미생활도 누리고 있어요."

간식먹는 희망이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오후 4시, 견주에게서 희망이를 인도받은 이씨는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은 30분 정도 아파트단지 주변을 걷는 식이다. 희망이의 입에는 보호대가 채워졌다. 반려견의 경우 다가오는 일반인이 많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희망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희망이는 집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아 하루 중 1~2번은 산책이 필요하다. 직접 산책을 나가기 어려운 견주라면 반려견 산책 서비스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씨는 중간중간 희망이에게 간식도 줬다. 견주는 이씨가 작성한 산책일지를 앱상에서 확인한다. 일지에는 희망이의 산책시간, 대소변 횟수 등이 적힌다. 가끔 산책하는 희망이의 모습을 찍어 견주가 볼 수 있도록 앱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견주가 아무걱정없이 개를 도그워커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차가 오자 희망이를 안쪽으로 밀고 잠시 대기 중인 이미숙씨./사진=김정훈 기자
이미숙씨가 희망이와 산책을 마치고 견주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오후 4시30분. 이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개를 워낙 좋아해 희망이와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어쩌면 제게 이 일은 천직인 것 같아요. 앞으로 반려견 교육과 관련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세차의 '숨은고수' 출장으로 돈 번다

(왼쪽부터) 출장세차원 우민혁씨, 권성준씨./사진=김정훈 기자

저녁 8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장세차일을 하는 권성준씨(33)를 만나기로 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하주차장에서 세차가 가능할까. 권씨를 만나고 의문이 풀렸다. 물을 거의 쓰지 않는단다. '세차를 물 없이?' 어디 한번 보자라는 심정으로 그를 따라나섰다.

권씨는 아르바이트 직원 우민혁씨와 함께 일한다. 9개월 정도 '숨고'의 고수 매칭서비스를 통해 출장세차일을 진행해온 그는 이미 베테랑급 실력을 갖췄다.

"처음에는 스팀세차를 시도했는데 워낙 소음이 많아 민원이 들어왔어요. 그러다 소음없이 약품을 이용해 세차를 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죠."

권성준씨의 차 트렁크 모습. 세차를 위한 장비가 가득하다./사진=김정훈 기자
권성준씨가 세차를 위한 특수약품을 분사하고 있다./사진=김정훈 기자

세차해야 할 대형세단 앞에 도착했다. 차량 상태를 보니 이미 세차가 완료된 차 같았다. 기자가 "이 정도면 한달은 세차 안한다"고 웃으니 권씨는 "이 차의 주인은 저희 정기고객이다. 주 3일 정도 꾸준히 관리한다. 회사 대표이사라 차량 외관에 신경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차가격은 옵션별로 달라진다. 오늘처럼 간단한 내·외부세차만 진행하는 정기고객은 회당 2만원이다. 정기권을 끊으면 더 저렴하다. 1회성 세차면 차종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카니발처럼 면적이 크면 7만원까지 받는다. 주로 20~40대 고객이 많다고 권씨는 말했다.

놀랄 만한 일은 권씨의 주 직업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는 보험대리점 부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낮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출장세차일은 퇴근 후 저녁 8시 이후부터 진행한다. 주 3~4일 출장세차를 하는 권씨의 세차 월 수입은 250만원 이상이다.

부지점장 수입만으로도 나쁘지 않을 터. 그는 "아무래도 영업쪽 일은 수입이 불안정하지 않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원래 차를 좋아한다. 주 3일 업무라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쉴 때는 푹쉬고 하고 싶은 여가생활도 즐기는 편이다"고 밝혔다.

권성준씨가 미니라이트를 켜고 이물질을 닦고 있다./사진=김정훈 기자
우민혁씨가 차량을 극세사 타올로 닦는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한시간 정도 지나자 4대의 세차가 완료됐다. 오늘은 정밀세차가 아니라 일찍 끝났다는 그에게 본인차는 언제 세차하냐고 물었다. 그는 두손을 저으며 "제 차는 기계세차를 돌려요.(웃음) 남의 차를 워낙 많이 닦아 내차까지 닦기는 싫더라고요."

긱 이코노미의 한계는 단기 노동의 특성상 낮은 수익성에 있다. 하지만 이씨와 권씨는 나이대와 환경에 맞게 주어진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 국내 긱 이코노미가 가야 할 방향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두사람의 일에는 '삶'이 묻어있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323.45상승 14.99 09/20
  • 코스닥 : 821.13하락 5.78 09/20
  • 원달러 : 1120.40하락 0.7 09/20
  • 두바이유 : 79.40상승 0.37 09/20
  • 금 : 77.02상승 1.17 09/20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