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이코노미 시대] ①세계로 퍼지는 ‘일자리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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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용주에게 대가를 받고 일하던 전통적인 노동개념이 파괴됐다. 온라인플랫폼에서 여러 고용주를 선택해 단기계약 노동력을 제공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빠르게 확산된 것. 정규직 선호현상이 뚜렷한 국내에서 긱 이코노미의 정착은 시기상조라는 시각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라는 주장이 교차한다. <머니S>가 국내에서 부는 긱 이코노미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편집자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전통적 노동시장과 다른 차원의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났고 이를 활용하는 긱 노동자가 늘고 있다. 긱 이코노미를 바라보는 세간의 평은 엇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형 새 일자리라는 긍정평가와 불안정한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혹평이 교차한다.

◆일상에 스며드는 ‘긱 이코노미’

긱 이코노미는 1920년대 미국 재즈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는 ‘긱’(Gig,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필요할 때 차량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자택을 단기간 내놓고 이용료를 받는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긱 이코노미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단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독립형 일자리경제’라고도 불린다.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 개념과 유사하지만 디지털 중개 플랫폼, 수요자와 공급자 생태계 전체를 아우른다는 더 넒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긱 이코노미라 불릴 수 있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대리운전서비스다. 개인 수요자가 플랫폼(대리운전업체)에 목적지를 알리면 흩어져 있는 대리기사들이 고객이 있는 장소를 찾아와 대리운전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 서비스는 과거 ‘전화’를 매개로 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대리운전기사 정보를 받는 완전한 긱 이코노미 형태를 갖췄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긱 이코노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숙박·배달·청소 등 단순한 분야에서 출발한 긱 이코노미는 최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제작, 변호사 컨설팅 등 전문인력이 참여하는 서비스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기 돌보기, 주차 대행, 매뉴얼 제작, 강의, 온라인 개인비서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트렌드에 발맞춰 글로벌 대기업도 긱 이코노미 고용형태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총알배송서비스 ‘프라임 나우’를 제공하면서 개인차량을 소유한 일반인을 배송요원으로 활용하는 플렉스서비스를 개시했다.

프라임 나우서비스에 참여하는 운전자는 시간당 18~25달러를 받으며 하루 12시간 이내에서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내 30개가 넘는 도시에서 수시로 드라이브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 평균 주당 30시간을 근무할 경우 연간 3만달러(약 3200만원)가량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긱 이코노미가 특정 기술이나 능력을 요하는 분야의 사용자와 노동자 간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 기회를 부여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긱 이코노미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 수요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노동력 등을 좀 더 싼 비용을 들여 직접 고용할 수 있고 공급자는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한편 여러 직장에서 일할 수도 있다.

O2O(Online to Offline), 온디맨드(모바일 네트워크로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서비스 제공), 공유경제(유·무형의 재화를 함께 공유)와 같은 온·오프라인 융합서비스의 확대와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긱 이코노미가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늘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임금상승을 둔화시키는 원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한 긱 노동자는 자유계약직이기에 노동법이나 사대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긱 노동자는 일을 하고도 고용주의 지급 불이행으로 정당한 대가를 못 받을 수 있으며 고객은 비윤리적인 긱 노동자를 만날 경우 당초 계약에 없었던 추가 요금을 주거나 일 처리가 지연되는 사례를 경험할 수 있다.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는 “큰돈은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챙기고 노동자들은 그 부스러기를 나눠가질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균형잡힌 사회적 합의 필요

이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에서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운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매월 730만명에 달하며 관련 지출액이 연간 56억달러(약 6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우버는 불법 택시라는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 법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서비스지역을 확장해 76개국 473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는 사기·몰래카메라 등 각종 사건사고에도 191개국 6만5000개가 넘는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영국의 고급 레스토랑 음식 배달서비스로 출발한 딜리버루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싱가포르·호주 등 12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맥킨지 글로벌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경제활동인구의 20~30%가 긱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전세계 GDP의 2%(2조7000억달러)에 달하고 약 5억400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포브스는 2020년 미국의 긱 노동자 비중이 전체 직업의 4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긱 이코노미도 태동 단계를 넘어선 추세다. ▲집 앞이나 가게 앞 주차공간을 빌려주는 ‘모두의 주차장’ ▲자동차 정비서비스 ‘카닥’ ▲손세차서비스 ‘인스타워시’ ▲대리운전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 ▲재능 거래서비스 ‘오투잡’ ▲배달서비스 ‘우버이츠’ ▲출퇴근길 카풀서비스 ‘풀러스’ ▲반려견 산책·돌봄·교육서비스 ‘우프’ 등 다양한 긱 이코노미 관련 플랫폼이 등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긱 이코노미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개인의 노동 자율성과 고용 안정성 사이에 균형 있는 사회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긱 이코노미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최저 임금, 세법·노동법 등 전반적인 법 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회보험 적용 확대, 계약관계의 공정성, 소비자 보호 장치 등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돌출될 문제에 대처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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