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 G2 벗어날 '생존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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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베트남 호찌민 거소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베트남이 우리나라 글로벌 통상전략의 핵심파트너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신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포스트아메리카’, ‘포스트차이나’로서 베트남의 위상이 급부상한 것. 특히 문재인정부가 시장다변화를 위한 ‘신남방정책’의 전략거점으로 베트남을 지목하면서 교역 및 투자확대 움직임에 한층 속도가 붙는다. 


◆‘사드보복’ 학습효과 ‘신남방정책’

‘신남방정책’은 3년 안에 아세안(ASEAN)과의 교역 규모를 지금의 중국 수준인 2000억달러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말한다. 5~6%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는 아세안 지역을 새로운 번영의 축으로 삼아 중국시장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베트남과의 교역 목표가 아세안 전체의 절반인 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를 뼈저리게 학습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80% 이상이며 미국과 중국 등 G2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우리나라 전체 GDP의 68%에 달한다. 양국 통상환경 변화에 따라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우리나라는 그간 양국의 신경전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2016년 말~2017년 초 미국이 우리나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전개하자 중국은 곧바로 한국산 제품 불매·한국 관광 금지 등의 전방위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 우리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업계에서는 사드보복 조치로 인한 피해규모가 2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G1 국가의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운 통상압력을 전방위로 휘두르면서 무역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동맹과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무역장벽을 높였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무역전쟁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연간 600억달러(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와 기술 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지난 3일에는 고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산 돼지고기, 와인 등 128개 농축산물에 3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발표했고 추가적으로 14개 종류,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의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한국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무역제재로 중국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반도체나 TV 송수신기 등의 중간재 수출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총 1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중 중간재 비중이 78.9%에 이른다.


더욱이 미국은 유럽연합(EU)에 철강 관세를 면제받으려면 대중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생산거점 넘어 소비시장으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은 결국 G2의 영향력을 벗어나 우리나라 경제·외교주권을 찾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그 교두보가 바로 베트남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은 미국, 중국(홍콩 포함)에 이어 우리나라의 세계 3번째, 아세안 지역 최대 투자대상국이다. 최근 3년간 대(對)베트남 투자건수(신고기준)는 2297건, 투자금액은 219억4100만달러에 달한다. 1988년부터 누적 기준으로 투자건수 6477건, 투자금액 575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몇년 새 투자확대가 두드러진다.

1억명에 달하는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30세 이하 젊은 층이고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베트남의 임금 수준이 중국이나 태국의 50% 이하에 불과해 싸고 질 좋은 노동 인프라를 활용한 생산기지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최근에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커졌다. 산업연구원이 베트남 기획투자부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지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2012년 166달러에서 2016년 219달러로 5년간 연평균 7.29%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노이 지역의 소득은 연평균 7.48%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2016년 최대 소득지역인 호치민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노이와 호치민 노동자의 2016년 월평균 소득은 281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베트남 전국 평균 대비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베트남정부는 매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6.5%로 확정했다. 인건비 상승은 현지 진출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현지 구매력을 끌어올려 소비시장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정선인 산업연구원 글로벌전략연구단 연구원은 “생산기지로서의 베트남이 아니라 신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을 바라보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 국제협력실장은 “베트남은 TPP, EU FTA 체결 등을 통해 동남아 투자 허브로 부상했고 베트남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도 매력적”이라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통상환경을 고려했을 때 베트남과의 협력 강화와 베트남 내수시장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현재 1인당GDP가 2000달러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사회제도가 견고해지고 구매력이 커지면 더욱 든든한 경제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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