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 포스트차이나, 떠오르는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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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베트남 박닌성공장 휴대폰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베트남은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00달러에 불과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최근 20년간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6.8%로 중국(6.9%)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7.38%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40%가 35세 미만으로 소비성향이 높다는 점도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기업의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생산기지 옮기는 4대그룹

한국을 대표하는 4대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도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삼성은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 결과 누적투자액이 20조원을 넘어섰으며 현지 고용인력이 16만명에 달하는 베트남 최대 해외투자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1995년 호찌민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해 TV와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 2014년 타이응웬성 옌빈에 휴대폰공장을 추가로 세우며 생산기지를 확대했다.

또한 2015년 5월부터 호찌민에 위치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5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70만㎡ 규모의 TV 중심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를 건설했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현재 베트남 TV·휴대폰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그룹도 삼성과 같은 시기 베트남에 진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1995년 베트남 흥이옌에 법인을 세우며 현지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5년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 하이퐁 캠퍼스를 준공해 TV, 휴대폰,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을 통합해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회사와 함께 2028년까지 약 15억달러를 투자해 하이퐁 캠퍼스 내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신설·증축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베트남 하이퐁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을 신설했으며 LG이노텍도 하이퐁에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공장을 설립했다.

SK그룹도 베트남을 주목한다. 2000년대 초반 석유화학·에너지부문이 진출했다. 최근에는 최태원 회장이 중국에 이은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링 지역으로 베트남을 지목하고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직접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만나 미래성장 전략과 연계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올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베트남정부 및 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하는 등 현장경영에 나섰다.

최 회장은 해외진출 시 외자기업이 아닌 현지 토종기업으로 인식하도록 한다는 인사이더 전략 아래 앞으로 베트남을 그룹의 첨단산업 육성지역으로 키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월 정의선 부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해 쩐 다이 꽝 주석을 면담한 후 현지기업 탄콩그룹과 5대5 지분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조립·생산에 나섰다. 또 지난달 탄콩그룹과 연간 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제2공장 신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동남아시아 완성차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현대차가 베트남을 유력후보로 꼽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장 정체’ 유통업계 돌파구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2009년부터 외국계 유통업체의 단독투자가 가능해졌고 외국계 기업의 진출을 막는 법안이나 정부규제가 없다. 또한 재래시장 상권보호나 영세상인 보호규정 등도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성장이 정체된 유통업계는 대안으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지난해 혹독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중국사업에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자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특히 베트남은 일본과 한국에 이어 ‘제3의 롯데’ 설립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동남아 진출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롯데 호치민 에코스마트시티 조감도. /사진=롯데그룹
롯데는 1990년대 국내 유통기업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해 여러 계열사가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롯데제과·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자산개발·롯데호텔·롯데면세점 등 16개 계열사가 왕성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지 임직원수는 1만1000여명, 누적 투자액은 1조8000억원으로 앞으로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는 오랜 기간 쌓아온 친근한 이미지, 신뢰도, 사업역량 등을 결집해 베트남 주요 도시에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호찌민시가 베트남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지구에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다. 약 10만㎡ 부지에 2조원을 투입해 백화점·쇼핑몰·시네마·호텔·오피스와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하노이시 떠이혹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는 7만3000㎡ 부지에 전체면적 20만㎡ 규모의 쇼핑몰·백화점·마트·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롯데는 이러한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을 통해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CJ그룹도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식품·물류·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새로운 식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 CJ그룹 식품서비스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진출 전진기지

CJ제일제당은 국내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핵심역량을 보유한 냉장·냉동사업에 집중해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상온 간편식, 건강음료, 소스, 스낵 등 상온시장으로도 진출해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CJ푸드 베트남(구 킴앤킴), CJ Cautre(구 까우제), CJ Minh Dat(구 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7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 및 식품 제조혁신을 위한 최첨단 통합생산기지를 구축(7월 완공)하며 베트남 식품사업 확대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핵심기술, 설비, 전문인력 확보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현재 베트남에 37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프리미엄 베이커리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07년 6월 1호점을 내며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철저한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뚜레쥬르신짜오(안녕하세요 뚜레쥬르입니다)”라는 인사가 울려퍼지게 했으며 베트남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 무료 발렛파킹서비스, 인근지역 배달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는 고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고 유명 레스토랑 체인과 베이커리업체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일리지와 멤버십 제도를 베트남에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뚜레쥬르가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찌민에 신선함과 건강 중시 트렌드 등을 강조하며 새롭게 오픈한 칸호이점도 일평균 9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는 베트남에서 사업 외에도 2014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베트남에서 농촌개발 공유가치창출(CSV)사업을 펼쳐 그 공로로 2015년 베트남 국가주석으로부터 우호 훈장을 받는 등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베트남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사업 확대에 속도를 더하고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도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12월 호찌민의 인구밀집지역이자 최대상권인 고밥에 이마트 베트남 1호점을 1만560㎡ 규모로 오픈했으며 인근에 2호점 설립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앞으로 3년간 베트남에 5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현지 이마트 점포를 4~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베트남에는 아워홈·오리온·SPC·농심 등 여러 국내 업체가 진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지난해 사드보복 등으로 중국시장은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인구가 많고 경제도 고속성장하는 베트남은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유통기업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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