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유저 속태우는 '0.0005%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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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DB
# 직장인 A씨는 온라인게임에서 총 12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구매했다. 처음에는 2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만 있으면 원하는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정 확률로 지급된다는 식의 설명만 붙은 이 아이템은 결국 현금 12만원을 결제한 뒤에야 A씨의 손에 들어왔다. 지급되는 정확한 확률을 알았더라면 욕심을 버렸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최근 온라인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유료 결제 시 아이템 지급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일부 게임사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운 것. 일정 확률이나 랜덤 등의 지급방식만 표시됐는데 실제로는 획득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현금 또는 게임머니)을 지불해 구매하지만 구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나 효과, 성능 등은 소비자가 개봉 또는 사용할 때 우연적 요소(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공정위, 게임사에 과징금 10억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넥슨코리아, 넷마블게임즈,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와 관련, 시정명령과 총 2550만원의 과태료, 총 9억84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들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이나 획득 기간 등의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 거짓·과장·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6년 11월 유저가 연예인 카운트를 구매할 때마다 일정 수의 퍼즐조각을 지급하고 총 16개 조각의 퍼즐을 완성하면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퍼즐조각별 획득 확률이 다르고 일부는 획득 확률이 0.5~1.5%로 매우 낮게 설정됐음에도 ‘퍼즐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됩니다’라고만 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는 ‘퍼즐조각 랜덤지급’이라는 광고를 보고 각 퍼즐조각의 획득 확률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이는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만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넥슨이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태료·과징금은 ‘서든어택’과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2’에서 총 9억4450만원이다.

넷마블게임즈는 2016년 6월 말부터 반년 동안 고급·최고급 몬스터 뽑기 상품에 게임 내 캐릭터인 ‘불멸자’가 1% 미만으로 등장한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실제 불멸자 획득률이 0.0005~0.0080%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 ‘불멸자 획득 5배 UP’ 이벤트에서도 획득률은 0.0025~0.0400%로 나타났다. 넷마블은 ‘마구마구’와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에서 총 6000만원의 과태료·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넥스트플로어 역시 2016년 차일드 소환으로 얻을 수 있는 5성 차일드 게임 캐릭터의 실제 획득 확률이 0.9%였지만 1.4%로 표시했다. 다만 넥스트플로어는 현장조사 전 위법행위에 대한 사과문을 공식카페에 게재하고 확률 수정 공지와 소비자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실시해 과징금 부과를 면했다. 넥스트플로어가 부과받은 과태료는 ‘데스티니차일드’에서 500만원이다.

◆자율규제 부실관리에 소비자 불만

확률형 아이템 표기 방식으로 논란을 키운 일부 게임사에 떨어진 공정위의 철퇴는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로 번졌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4월부터 아이템 정보에 결과물 목록과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구간별 확률을 자율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협회는 이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6월까지 매달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게임사 모니터링은 자율준수로 결과를 얻는 만큼 게임사가 밝힌 내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게임 일부는 2016년 자율규제를 준수한 게임물로 구분됐는데 이는 해당 게임사가 공식 커뮤니티나 홈페이지 등에 직접 공지한 내용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확률 미공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여전히 지속되자 협회는 지난해 7월 자율규제 내용을 일부 개선했다. 협회가 개선한 내용은 ▲일정 기준 이상 구매 시 희귀아이템을 보상으로 획득 ▲희귀아이템의 확률 공개 ▲희귀아이템의 출현 개수 공개 중 한가지 필수이행이다. 다만 이를 준수할지 여부는 게임사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위반 시 제재수단은 없다.

더 큰 문제는 협회가 자율규제 내용을 개선했지만 모니터링 방식이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협회는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업무를 게임이용자보호센터에 위탁했으나 모니터링 결과는 여전히 게임사가 직접 발표한 자료에 근거한다. 앞으로도 게임사가 정보공개에 소홀할 수 있고 소비자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 관계자는 “법적으로 게임 아이템 확률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현재로선 업체가 공식 커뮤니티나 홈페이지 등에 확률을 개별적으로 올렸는지 또는 아이템 등급이나 구간별 확률을 세세하게 올렸는지 확인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의 지급확률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를 가하자 ‘해석의 차이’를 내세우며 반론을 내놓은 게임사도 있다. 넥슨은 내부 검토를 통해 법적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규제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문구나 표현으로 인한 혼란까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문구의 해석에 서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퍼즐 이벤트에서 표기된 ‘랜덤지급’이라는 안내는 ‘상이한 확률의 무작위’라는 의미로 사용됐으나 공정위는 ‘등가의 확률값’으로 해석했다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 결정에 불복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넥슨 관계자는 “퍼즐 완성 이벤트는 이용자들에게 보너스 형태로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게임 내 모든 이벤트에서 이용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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