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이 '질병'이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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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게임에 푹 빠졌다. 게임을 하다 보니 이틀에 한번 꼴로 마시던 술도 자제하게 됐다. 일과 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술 대신 게임으로 친목을 다진다. 덕분에 아침 출근길이 한결 가벼워졌고 직장에서도 집중해서 일하게 됐다.

지난 1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달 예정이었던 게임질병코드 등재를 1년 연기했다. 게임업계와 마니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게임을 질병으로 봐야 할지는 여전히 화두다.

WHO는 초안에서 게임질병을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순위에 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패턴을 12개월 동안 지속해야한다’고 정의했다. 부정적인 결과라는 말이 모호하고 일상생활의 취미와 게임을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 점도 적절하지 않다. WHO도 이 항목에 문제가 있다며 게임의 질병등재를 미뤘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게임을 문제·범죄 양성 콘텐츠로 취급한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 시쳇말로 ‘폐인’이 된다고 믿는다. 대다수의 게임마니아가 문제를 야기하지 않음에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 이들은 게임을 질병등재으로 애해 게임마니아를 통제하고 질병이 있거나 없거나 일단 질병보유자로 취급, 치료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무책임한 처사다. 이 논리라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국민을 중독자로 봐야 할 판이다.

최근에는 줄어든 감이 있지만 과거 각종 매체의 사회면에는 ‘게임중독질환자’가 자주 등장한다. 게임에 빠져 사람을 죽이고 게임에 미쳐 재산을 탕진했다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그들은 과연 게임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을까.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선량한 시민으로 아무 문제없이 살았을까.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큰 게임시장이다. 하지만 그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을 즐길 만큼 긍정적인 인식을 가졌다. 게임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문제가 적다는 것을 바꿔 말하면 게임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데 반해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확실한 것은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 모두가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성급한 일반화에 불과하다. 게임은 취미활동일 뿐이다. 때에 따라서는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도록 돕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개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를 명확한 기준 없이 질병으로 판단하고 조직과 국가의 통제 아래 두는 방식은 옳지 않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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