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앞에 다시 선 AVK의 공허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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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헬만(왼쪽),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이 지난 6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2015년 9월 전세계를 발칵 뒤집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발발했고 1년 후 우리나라에선 사상 초유의 ‘대규모 인증취소’가 이뤄졌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의 디젤게이트를 조사하던 환경부는 AVK가 인증과정에서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인증취소는 판매중지를 동반했고 AVK는 사실상 한국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로부터 약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AVK는 한국시장 앞에 다시 섰다. 새로운 차를 정식으로 인증받아 시장에 출시했고 대대적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AVK를 바라보는 소비자와 업계의 시선이 불안하다. 디젤게이트 관련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기엔 아직 미흡한 상황인 데다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다.

◆‘잘못 인정’ 빠진 공허한 사과

AVK는 지난 6일 ‘변화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아우디 R8쿠페와 폭스바겐 ‘파사트 GT’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VK는 간담회에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 표명은 여러 측면에서 공허해 보인다.

먼저 문제는 AVK가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시점이다. 앞서 R8쿠페를 출시할 때나 파사트GT를 내놓았을 때 AVK는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었다. 출시행사는 별다른 브리핑이나 질의응답 없이 사진행사로 치렀다.

그랬던 AVK가 갑작스레 간담회를 열고 ‘신뢰회복’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내에서 EA189엔진(폭스바겐그룹이 2009년 개발한 1.6ℓ, 2.0ℓ 디젤엔진)을 탑재한 전 차종에 대해 최종 리콜 승인을 얻은 지 일주일만이다. AVK는 지난달 28일 환경부로부터 국내 판매된 EA189 TDI 엔진을 장착한 12만5515대의 리콜계획서 승인 취득을 완료했다.

디젤게이트 발생 당시 최초 문제가 됐던 차량들에 대해 ‘리콜’이라는 최소한의 대응책을 마련했고 이를 계기로 공식적인 시장 재진입을 선언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행보를 마냥 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사과를 한 뒤 차를 출시하는 것이 상식적인 순서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AVK가 밝힌 공식입장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는 말은 있었지만 “법규를 위반했다”는 인정은 없었다. 또 이미 시행된 리콜 이행률이 저조한 상황인데도 소비자에게 리콜 이행을 촉진할 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점 역시 문제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앞서 두차례에 걸쳐 리콜을 승인받았다. 먼저 지난해 2월 승인받은 티구안 등은 간담회 시점까지 58%의 리콜이 이행됐고 9월 시작한 모델은 44%가 완료됐다. 환경부가 제시한 목표치 85%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르네 코네베아그 총괄사장은 간담회에서 “리콜 조치가 차량의 내구성과 연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이 명확히 전달되길 바란다”며 “믿고 리콜을 받아 달라”고 말했지만 고객들의 발걸음을 서비스센터로 돌릴만한 회유책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고객들이 리콜받을 수 있도록 딜러와 함께 동기부여방안을 개발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추가 리콜 리스크, 부적절한 할인

EA189엔진 이외에도 AVK의 디젤게이트는 현재진행형이다. 간담회를 며칠 앞두고 새로운 문제가 발발했다. 이번엔 3.0 디젤 엔진 탑재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이 발견된 것. 환경부는 지난 3일 AVK에 3.0리터 디젤차 9035대에 대한 리콜 명령과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2016년 자발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에 인증취소는 하지 않기로 했다.

AVK는 “독일 본사는 모든 경유차량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독일 연방자동차청(KBA) 및 환경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며 “이번 배출가스 조작 건도 자체 점검 절차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사한 문제가 이미 발견된 바 있고 리콜을 승인받았다”며 “한국에서도 리콜을 승인받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VK 측은 다른 차종에서 추가적인 리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추가적인 리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를 재개한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 출시한 파사트GT를 대폭 할인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달부터 전략 중형세단 파사트 GT를 대폭 할인하기 시작했다. 현금으로 10% 가까운 할인을 제공하고 중고차를 매입하면 차종에 관계(7년/14만㎞ 이내)없이 400만원을 추가할인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동력계 보증 2년 연장 제공까지 감안하면 1000만원에 가까운 실질 가격혜택을 주는 셈이다.

할인 판매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출고 직후 파사트GT를 구입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AVK 측은 “디스카운트는 딜러네트워크 팀에서 관장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감가상각 등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할인 판매는 기존 자동차 보유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의 가격 할인은 폭스바겐의 판매재개 직후 브랜드를 믿고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에게 경제적 타격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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