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재건 5개년 계획' 출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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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사진제공=현대상선
정부가 해운강국의 위상 되찾기를 국정과제로 정했으나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빠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단 해운업계는 정부의 이번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운업 재건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절실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철강으로 퍼지는 해운재건 낙수효과

정부는 지난 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재건 5개년(2018∼2022년) 계획’을 발표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위기에 빠진 한국 해운업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신규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선사들의 화물 확보, 중고선박 처리 지원, 재정 지원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이라는 것.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들여다보면 정부는 앞으로 3년간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척의 신규발주로 해운업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해운산업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 계획이 실현되면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이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조선업과 철강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 조선업은 올 1분기 중국의 수주량을 넘어서며 전세계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 오랜 침체기에 갇혔던 조선업계에 날아온 모처럼의 희소식이다. 여기에 해운재건계획이 더해져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현대상선이 올 상반기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다는 계획 발표도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시장 1위 굳히기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업의 회복은 철강업으로 이어진다. 조선업은 철강이 많이 사용되는 산업 중 하나다. 30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에는 3만5000톤가량의 후판 등 철강제품이 들어가는 데 전체 건조대금의 10~20%를 차지한다. 미국이 철강관세카드를 꺼내들어 수익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선업의 회복은 철강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해운재건계획은 조선·철강 등 유기적 관계를 맺은 트라이앵글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 어려워지면서 수주 물량이 줄어 불황을 겪었고 실직자들이 발생했다”며 “해운업이 되살아나면 조선사와 철강사도 상황이 나아지는 낙수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누락된 지원책과 비현실적인 내용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냉담한 반응도 나온다. 해운업계를 살리기 위한 몇가지 방안이 누락된 데다가 비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먼저 해운재건계획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원양선사, 근해선사, 벌크선사, 중소선사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해운사 관계자는 “선사 간 인수·합병(M&A)이나 장기운송계약 확보 방안 등은 원론적인 내용만 있거나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해운업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에 비하면 놓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에 대한 편향적 지원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대상선의 덩치(선복량)를 키워 세계 10대 선사로 육성한다는 쉬운 길을 택했다고 지적한다. 신생 국적 선사인 SM상선이 최근까지 “정부의 지원이 현대상선으로 치우쳤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생펀드 설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선주와 화주, 조선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선박신조에 따른 수익을 공유·연계하는 상생펀드 설립이 추진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해운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불황이 지속된 상황에서 펀드에 투자할 만큼의 자금력을 가진 선주나 화주, 조선사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목표인 200척 신규발주 지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앞서 정부는 2016년에도 해운·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2020년까지 11조원 규모의 선박 발주와 6조5000억원 규모의 해운업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흐지부지됐다. 때문에 선박확보와 화물유치, 정책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대책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노동자 안챙기는 해운재건계획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고용위기에 처한 선원노동자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정부가 해운재건계획을 내놨지만 선원노동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빠지면서 고용대책 없는 해운재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 9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는 가장 중요한 선원노동자 고용대책이 들어 있지 않다”며 “한진해운 파산 이후 갈 곳 잃은 선원노동자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성명을 냈다.

선원노련의 성명에 따르면 선원노동자들은 한진해운 파산 이전부터 법정관리와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임금 하락과 복지 후퇴·비정규직화·우리사주로 인한 개인 빚더미까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또한 외국인 선원이 늘면서 국내 선원노동자 일자리가 크게 줄었고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비정규직화되면서 저임금에다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정부는 선원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선사와 외국인 선원을 무분별하게 승선시키는 선사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확대를 통한 해운재건이야말로 일류 해운국가로 가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의 일자리 창출 여력 감소는 정부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선원노동자들의 불만만 키우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는 “이번 해운재건계획은 선원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해운사의 경영안정 및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며 “올 연말까지 선원노동자의 향후 5개년 인력수요 전망, 교육·양성 등을 담은 선원인력 양성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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