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외환시장, ‘영원한 강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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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는 늘 변수가 존재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 등 변수가 추가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외환시장은 뚜렷한 원화강세를 보여 투자자들이 당혹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63.5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0.7% 하락했다. 이 같은 원화강세는 주요 20개국(G20)의 15개 통화 가운데 7번째 수준이다.

원화강세 현상은 양날의 칼이다. 수입 물가가 떨어지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엔 부담이다. 원화가치가 급하게 오르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원/달러 환율은 1054.00원까지 하락했고 세자리수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리저항선인 1050원이 무너지면 금융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원화강세 부추기는 요인은

원화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환율은 두 나라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나타낸다. 원화강세는 원화가 달러에 비해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원화강세를 이끄는 요인은 우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들 수 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졌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선언했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을 떨어트렸다.

남북 정상회담은 원화강세를 더 부추긴다. 최근 외환시장에는 원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커졌고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원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 개정 협상과정에서 환율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다소 해소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재무부는 4월 환율보고서 발표 후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외환시장 투명성 방안을 조만간 마련해야 한다.

원화는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가 사라진 만큼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공개하면 원화강세를 더 부추긴다. 외환당국이 세계 각국보다 외환개입 정도를 알리는 빈도수가 많아지면 외환을 운신하는 폭이 좁아져서다. 

2003년 중반 우리나라는 중국을 중심으로 이머징시장이 성장할 때 수출이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주식 및 채권 순매수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흑자 압력이 누적되며 원화 강세를 보였다.  

당시 외환당국은 급격한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으나 이후 외평기금 손실 등 부작용이 커져 2004년 4분기 이후 소극적 개입을 선언했다. 결국 원화는 급격한 절상으로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000원선이 붕괴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미국과 환율에 대해 이면합의를 했고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자주 공개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 개입 공개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밝혀 원화강세가 우려될 정도로 이슈가 커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원/달러 방향키 누가 쥐었나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어디로 움질일까. 외환시장은 원화보다 달러를 둘러싼 이슈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달러가 2014년 7월 이후 강세를 보인 데는 전세계 통화정책이 붕괴되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이 긴축정책을 펼친 반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달러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미국은 올해 총 3~4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중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등 긴축행보를 보인다. 이는 달러강세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트럼프정부의 재정정책과 미국의 송환세 이슈도 달러 몸값을 부추길 전망이다. 송환세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최근 미국의 송환세 대폭 인하로 대규모 달러 자금이 미국 본토로 유입되고 있다. 

은행간 자금시장 경색을 나타내는 리보(Libor-OIS) 스프레드도 커져 달러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리보는 은행간 차입시장에 적용되는 무담보 대출금리이고 OIS(Overnight Index Swap)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스왑할 때 지불하는 스프레드다. 이에 따라 리보-OIS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는 것은 차입자가 예전보다 더 많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으로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 수준과 신용위험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변동밴드(1100~1200원)에서 한단계 내려간 1050~115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에 투자하거나 관련 종목의 투자를 검토할 때는 원/달러 환율은 1150원에서 1100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IMF외환위기와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혼란을 겪었다. 남북 통일과 같은 초대형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원화도 달러도 언제까지 강세를 지속할 수는 없다. 환율이 막연히 내려간다는 우려보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둘러싼 변수를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8호(2018년 5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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