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마곡] 버려진 땅에서 '첨단 성지'로

 
 
기사공유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방치됐던 서울 강서 마곡지구. 과거 서울시의 5개 권역 개발계획에 포함됐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에 부딪힌 데다 후대에 물려줄 땅이 있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그러던 곳이 최근 대기업들의 R&D센터가 들어서고 서울시가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났다. <편집자주>


서울 마곡지구가 허허벌판에서 기회의 땅으로 변신했다. 서울에서 가장 서쪽에 치우쳐 수십년간 낙후된 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년간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구이자 주요 기업의 연구개발(R&D) 성지로 급부상한 것.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0년대 초부터 서울시 주도로 개발 계획이 논의됐지만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기치 못한 악재로 삽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꾸준한 개발 노력과 산업계의 호응이 맞물려 빠르게 첨단산업지구로 변하고 있다. 마곡지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했다.

◆허허벌판서 첨단 R&D 성지로 탈바꿈

마곡동(麻谷洞)이란 이름은 과거 이 일대에 ‘삼’(마)을 많이 심은 데서 유래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김포군 양동면 마곡리로 불리다 서울특별시의 확장으로 1963년 영등포구 마곡동이 됐다. 이후 1977년 강서구가 신설되면서 강서구 마곡동으로 불리게 됐다.

이 지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서울에서 가장 서쪽에 치우쳐 낙후한 지역으로 꼽혔다. 서울시는 1990년대 초부터 마곡지구를 첨단 벤처산업단지로 개발하려고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러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일례로 1996년 개통된 지하철 5호선에 마곡역이 포함됐지만 허허벌판에 지하철이 정차할 이유가 없어 12년간 무정차역으로 머물다 2008년에야 개통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등으로 개발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개통 당시까지도 마곡역 반경 500m가량은 벌판이었다.

지난해 초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전경. /사진=뉴스1 DB

이 사이 방화역과 발산역 쪽이 먼저 개발되는 바람에 서울시내와 연계되지 않은 서울 내 외딴 섬 같은 형태로 고립됐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마곡지구 일대에선 논농사를 짓기도 했고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공항인근지역 고도제한도 발목을 잡았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활주로 반경 4㎞는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해 활주로 수평표면의 45m 미만으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김포공항의 해발고도(12.86m)를 감안하면 57.86m 미만(약 10~15층)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지역의 지속적 노력으로 항공법 개정안이 마련돼 고도제한 완화의 길이 열렸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곡지구 북쪽에 서울 서남권 일대의 하수처리를 담당하는 서남물재생센터가 들어서면서 밤마다 반경 1㎞ 안팎에 오수 냄새가 심해 주민의 불만이 많았다. 조성 당시엔 인근이 허허벌판이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주민들의 입주가 이어지며 민원이 급증했다.

이 같은 마곡지구의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2008년 서울시가 미래 첨단 R&D 중심 산업·업무 거점으로 조성해 국내외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같은해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서울시도 재정난을 겪으며 마곡지구 개발은 또다시 미뤄졌다.

이랬던 마곡지구가 대기업들이 R&D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4년 LG컨소시엄 착공을 시작으로 2015년 코오롱·롯데·케이케이디씨 등 31개 기업이 마곡일반산업단지에 R&D센터를 착공했고 이듬해에는 43개 기업이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 전자·유전공학·바이오·정보통신·에너지 등 5대 분야의 국내외 우수기업 136개가 입주를 확정했으며 현재 LG·롯데·코오롱 등 41개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거나 입주 중이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는 지난 4월 기준 공정률 90%로 대부분 완료됐다.

마곡지구의 가장 큰 장점은 김포·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글로벌 시대 해외 주요 도시와의 연결성이 높다는 것. 또한 지하철 5·9호선, 공항철도 등 3개 지하철노선이 지나며 대중교통이 발달했고 올림픽대로·공항대로 등 도로교통망도 좋다.


/사진=임한별 기자

◆대기업 이어 강소기업 대거 입주 

최근에는 외국기업과 중소기업에게도 문이 열렸다. 서울시는 2020~2025년 입주를 목표로 글로벌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그간 산업단지 기틀 조성을 위해 대기업 유치에 중점을 뒀던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마곡연구개발 융·복합 혁신거점 구축 전략’을 발표하며 강소기업 1000개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 마곡산업단지 미매각 부지에 강소기업 입주, 창업, 마케팅 등을 종합지원하는 ‘R&D 융·복합 혁신거점’을 조성한다. 1000여개 강소기업이 입주·성장할 수 있는 17개 시설을 건립해 총 1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미매각 토지의 절반인 11만795㎡ 부지에 들어서는 시설은 총 17개로 ▲특허·법률·마케팅 등 비즈니스 지원시설인 공공지원센터 1개소(3528㎡) ▲강소기업 전용 입주공간인 R&D센터 15개소(10만㎡) ▲산·학·연 기술혁신 거점 M-융합캠퍼스 1개소(4495㎡)다.

또한 전시·컨벤션, 문화·예술 등 문화·여가시설이 총 64만㎡ 규모로 들어선다. 비 강남권 최대 MICE 복합단지가 생기고 여의도공원의 2배 규모인 서울식물원도 조성 중이다. 여기에 코오롱이 추진 중인 미술관 ‘스페이스 K 서울’과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은 ‘LG아트센터’(가칭)도 기대를 모은다.

마곡동 M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남물재생센터 냄새 관련 지적은 서울시의 꾸준한 시설현대화 노력 등으로 많이 해소됐다”며 “예전부터 마곡지구 입주 문의는 꾸준히 있었는데 LG 등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크게 늘어나 앞으로 성장성이 더 기대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마곡 기업 R&D단지 조성을 계기로 민간이 주도하는 연구단지의 활성화와 함께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며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과 혁신성장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MICE :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

☞ 본 기사는 <머니S> 제538호(2018년 5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과 제약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371.88상승 31.7714:50 06/20
  • 코스닥 : 834.89상승 19.514:50 06/20
  • 원달러 : 1105.00하락 4.114:50 06/20
  • 두바이유 : 75.08하락 0.2614:50 06/20
  • 금 : 72.07상승 1.114:50 06/20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