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마곡] '한국판 실리콘밸리'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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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서울시 제공, 그래픽=머니S 편집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방치됐던 서울 강서 마곡지구. 과거 서울시의 5개 권역 개발계획에 포함됐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에 부딪힌 데다 후대에 물려줄 땅이 있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그러던 곳이 최근 대기업들의 R&D센터가 들어서고 서울시가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났다. <편집자주>


마곡 산업단지가 화제다. 버려진 땅처럼 여겨지던 곳이 지금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각광받는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마지막 남은 개발지라는 상징성 외에 그동안 주변이 개발되는 동안에도 섬처럼 고립돼 10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곳이어서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일대의 연구단지다. 이곳의 이름은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과 완만히 펼쳐진 산타클라라의 ‘밸리’(계곡)를 합해 만들었다. 이곳은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관련 기술업체가 한데 모여 세계 첨단기술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지리적으로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 전자산업의 취약점인 습기 관리에도 유리한 데다 가까운 곳에 스탠포드·버클리·산타클라라 등 명문대학이 자리해 우수한 인재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입지다.

또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성공을 거두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며 혁신이 끊이지 않는 선순환구조까지 갖췄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운영하며 세계 첨단산업 트렌드를 이끈다.

이런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성격의 산업단지에 으레 해당 지역명과 ‘실리콘밸리’를 합성해 부른다. 이를테면 중국 중관춘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부르는 식이다. 물론 모든 ‘밸리’가 성공한 건 아니다.

◆엠밸리,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성장할까

서울의 마곡 R&D(연구개발)단지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각광받는다. 마곡의 영문 이니셜 M(엠)과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합해 ‘엠밸리’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구로·가산디지털단지를 묶어 ‘지밸리’(G밸리)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R&D단지는 정부 주도로 대부분 지방도시에 세워졌다.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경기도 판교의 판교 테크노밸리 등 부지가 넉넉하고 접근성이 우수한 곳이 선정돼 관련산업발전을 이끌었다.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이 같은 정책이 수립됐다.

그런 의미에서 마곡은 매우 탁월한 지리적 이점을 지녔다. 차로 10분 거리에 김포공항이 있고 인천공항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물론 올림픽도로, 남부순환도로 등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져 서울 시내와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주거지역 등을 제외하더라도 개발면적이 판교보다 3배 이상 큰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게다가 민간주도로 R&D단지가 형성된 점도 이전과 다르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초창기 정부지원 덕분에 성장했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정부 간섭이 가장 적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이유로 마곡의 개발방향이 주목을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려면 민간이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며 “혁신클러스터도 실제적인 차원에서 민간이 주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산학연 활성화, 강소기업 활성화가 관건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판교는 정부 주도 아래 IT·BT·CT·MT 융복합 클러스터로 조성됐다. 2013년 870개 기업이 들어섰고 5만8000명이 이곳에서 일했다. 2016년에는 1306개 기업으로 늘어나며 고용도 7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1306개 기업 중 1136곳이 중소기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대기업은 3%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업종의 79%가 IT에 쏠린 점은 강점이자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 마곡산업단지는 첨단산업분야의 대기업 46개, 중소기업 90개 등 총 136곳이 입주한다. 공급면적은 판교보다 훨씬 넓은데 입주 기업 수는 오히려 적다. 하지만 토지 매각률은 마곡이 70%로 제2판교(53%)보다 높고 업종도 다양하다. 이는 대기업 위주로 대규모 단지가 조성된 결과다.

이제 남은 과제는 ▲중소기업 유치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 3가지로 축약된다.

서울시는 마곡 산업단지의 미 매각 부지 11만795㎡를 ‘R&D 융복합 혁신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혁신거점에서는 강소기업의 입주와 창업부터 특허·법률·마케팅 지원, 연구인력 육성까지 종합 지원한다. 나아가 1000여개 강소기업이 입주해 성장할 수 있는 17개 시설을 건립하고 총 10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특히 입주 강소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과 기업 간 교류 지원을 위해 조성하는 580억원 규모의 ‘마곡발전기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을 끈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곡산업단지 조성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토지 분양 수익 등을 활용해 발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SH공사는 우선 기업의 토지매입에 따른 공공기여분(토지매입비의 5% 수준)을 분양가격에 반영해(조성원가의 5%) 얻게 될 수익금 약 30억원을 기금으로 활용한다.

이후 근린생활시설 조성을 위한 지원시설용지를 경쟁입찰방식으로 분양, 많은 수익을 기대한다. SH공사는 여기서 얻는 수익금 중 약 500억원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식으로 재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당 기금은 앞으로 추가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인 3~5년 뒤 모두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곡발전기금은 판을 키우기 위한 재원”이라며 “앞으로 수천억원대 민간펀드를 조성하면서 정부가 일부 리스크를 떠안아주면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마곡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이 혁신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중소기업을 15년째 운영 중인 이영민(가명)씨는 이 같은 지원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M&A(인수합병) 장려 등 융통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업과 운영만 지원할 게 아니라 기업이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처럼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자본력이 있는 큰 기업이 기술기업을 인수함으로써 함께 발전하는 상생모델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8호(2018년 5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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