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이통사는 왜 결사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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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위원회. /사진=뉴시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으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이동통신사의 반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통신업계의 반발에 정부는 통신서비스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보편요금제 온도차에 규제심의 연기

지난달 27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도입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의를 시작했다. 이날 규개위는 통신업계와 소비자단체,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 논의 내용 등을 종합 청취했으나 회의시간이 길어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규개위는 5월11일 회의를 재개해 관련 내용을 논의키로 했다.

규개위는 정부의 각 부처가 만드는 규제가 합당한 것인지 논의·심사하는 곳으로 정부의 규제법이 규개위를 통과하면 이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규개위를 구성하는 규제개혁위원들은 총 24명인데 정부 측 위원 8명, 민간위원 16명으로 구성된다. 규제심사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13명이다.

이날 거론된 보편요금제 수준은 월 2만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로 현재 통신사가 제공하는 3만원대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안은 이 보편요금제를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의무 적용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회의에 참석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이미 계층별 요금제를 출시해서 보편적인 통신 접근권을 보장하는 마당에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발상은 과잉규제”라며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수요와 상관없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퇴행하고 경쟁력이 사라져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상위 요금제는 동반 하락할 것이고 통신사의 영업이익의 60%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내 통신시장이 오랜 기간 고착화된 상황이고 통신사도 저가 요금제 출시에 소극적이었다”며 “휴대폰의 필수재 성격을 감안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의 입장에 규개위 측은 “통신서비스는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필수적이고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대책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고 보편요금제는 이에 부합한다”고 조심스럽게 원안 찬성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규개위는 보다 충실한 심사를 위해 11일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전문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견을 추가로 청취한다고 밝혔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편요금제·알뜰폰 양립할 수 있나

이날 회의에서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 도입보다 알뜰폰 서비스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들은 “보편요금제는 가장 강력한 방식의 규제”라며 “(알뜰폰이나 제4이동통신사 같은) 사익을 덜 침해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택하는 것은 헌법상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저비용항공 사례처럼 보편요금제 도입보다 알뜰폰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도입은 알뜰폰을 사실상 고사시키는 정책”이라며 “통신요금 절감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보편요금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알뜰폰시장을 현재보다 더 육성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선택약정할인율 25% 시행안에 보편요금제를 더하면 소비자가 알뜰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통사의 논리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알뜰폰의 서비스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도 있고 알뜰폰을 사용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도 적지 않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서도 보편요금제 도입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알뜰폰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업체가 너무 많이 난립해 있고 알뜰폰시장이 확장된다 해도 통신사의 자회사가 있어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 해당구간에 도매대가 특례제도를 도입하고 알뜰폰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알뜰폰과 보편요금제를 양립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편요금제의 여파가 특정 구간에만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례제도 도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전문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고 알뜰폰에 특례제도를 도입해 두가지 절감 대책을 양립하겠다는 정부의 안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특례제도를 도입해 알뜰폰을 지원한다면 현재 논의되지 않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방안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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