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미세먼지, 여름에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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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환경·건강분야 빅데이터에서 미세먼지가 ‘사회 관심 키워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순위는 2013년에 13위, 2014년 8위, 2015년 6위, 2016년 2위, 2017년 2위를 차지했고, 올해 1위로 올라섰다.

길에는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눈에 띄고 대학교에는 강의실에서 마스크 쓴 채로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 야외운동을 자제하는 시민이 늘어났고 프로야구도 미세먼지 심각성을 인식해 37년 사상 최초로 잠실·수원·인천경기를 취소했다. 일부 초중고는 체육시간을 취소했으며 5월 예정된 운동회와 소풍 등 일정에 비상이 걸린 학교도 있다.

가정, 사무실, 상점 등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것이 일상화됨에 따라 소매시장에서는 공기청정기 매출액이 급증하고 생산업체는 AI, 사물인터넷(IoT), 블루투스스피커 등이 결합된 새롭고 다양한 기능의 공기청정기를 출시하고 있다.

면 마스크가 미세먼지 입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KF’(보건용 마스크 성능 인증마크) 인증을 받은 필터 마스크 비중이 전체 마스크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화장품숍에서는 피부에 묻은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클렌징제품 매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돌잔치에서 하객이 미세먼지 마스크와 손세정제 세트를 선물로 주는 경우도 생겨났다.

◆여름철 낮아지는 미세먼지농도

미세먼지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천식환자 사망위험은 13%, 폐암 발생위험은 22%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올해 첫 미세먼지 경보는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에서 날아오는 황사의 영향이 심해진 지난달 6일 저녁 6시에 발령됐다. 강동구를 비롯한 일부지역에서는 1시간 평균값이 400㎍/㎥을 넘어섰다. 이날 최고치는 오후 3시에 충남 당진시청사에서 481㎍/㎥를 기록했다.

미세먼지(PM-10)농도는 5월에 가장 높게 나타나고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3월에 가장 높아진다. 여름이면 급격히 떨어져 미세먼지 걱정이 수그러든다. 매년 5월 중하순부터 10월 중하순까지 미세먼지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데 계절적 영향이 크다.

겨울과 봄에는 주로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중국 동부와 북동지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중남부지역으로 많이 들어온다. 여름에는 서풍과 남서풍으로 바뀌어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비가 자주 내리면서 대기 중 먼지가 줄어든다. 여름에는 연료 사용량이 감소해 연소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줄어든다.

또한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가 균일하게 섞이는 고도가 높아진다. 추운 겨울에는 높이 500~700m까지 공기가 섞이는 반면 더운 여름에는 1500m까지 골고루 섞인다. 공기가 섞이는 범위가 높은 곳까지 넓어지므로 그만큼 지표면 근처의 먼지농도는 희석된다. 공기가 균일하게 섞이는 고도가 2~3배 이상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먼지농도가 2분의1에서 3분의1로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여러 요인으로 여름에 미세먼지 ‘나쁨’ 수준이 나타나는 날은 매우 드물다. 그러면 5월만 지나면 여름에는 미세먼지에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해도 될까. 대기 중 미세먼지농도는 신경 안쓰더라도 각자의 생활패턴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집 안에서도 걱정인 미세먼지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변 아파트나 사무실에서는 주변 길을 운행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도로면에서 타이어가 마찰로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실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도로 미세먼지의 85%는 타이어 노면마모와 브레이크패드에서 발생한다. 실내생활에서는 흡연을 하거나 음식을 만들 때 또는 청소를 할 때 미세먼지농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담배를 피우면 실내의 초미세먼지농도가 1000~3000μg/m³까지 높게 올라가는데 담배연기에는 니코틴을 비롯해 수천가지에 이르는 독성 화학 물질이 들어있어 같은 농도의 일반먼지보다 더욱 몸에 나쁘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에도 많은 미세먼지가 들어있는데 음식의 종류와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초미세먼지농도가 달라진다. 육류를 삶을 때는 초미세먼지농도가 평소보다 두배 이상 높은 119μg/m³까지 올라간다. 식재료를 굽거나 튀기면 훨씬 더 높이 올라가서 생선을 구울 때는 초미세먼지농도가 3480μg/m³까지 올라간다.

식재료가 조리되는 과정에서 고체 및 액체의 작은 알갱이들이 대기 중으로 분산되면서 ‘에어로졸’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통풍이 잘 되는 상태에서 요리를 하고 요리가 끝난 후에는 30분 이상 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호흡기면역체계가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 임산부 등이 있는 가정에서는 실내 공기 질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실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중력에 의해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가 실내에서 운동하거나 청소를 할 때에 다시 위로 떠올라 창문을 열고 환기한 이후 물걸레로 바닥을 닦아야한다. 한국에서도 서양처럼 침대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바닥에 카펫을 깐 집들이 있는데 침대와 카펫에서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특히 침대 속 미세먼지에서 발견되는 세균은 기도세포에 흡수돼 염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폐암 위험도가 39배 높아지고 만성 폐질환 위험이 8배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매트리스는 바닥에 놓지 않고 프레임 위에 얹어 사용해 통풍이 되도록 하고 섬유탈취제 대신 전용청소기를 사용하며 침대커버는 고온에서 매주 세탁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한달에 한번도 침구를 세탁하지 않은 가정이 46%에 달한다고 하니 집 밖의 미세먼지에만 신경 곤두세우고 집 안에서는 무심하지 않은가 되돌아 볼 일이다.

◆안전하지 않은 건물·지하철 내부

세계보건기구(WHO)는 실외 공기오염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실내 공기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다고 밝혔다. 실내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실외 대비 실내공기 오염이 수십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집 안의 실내공기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 머물 때의 실내공기는 어쩔 수 없다. 술집, 식당, PC방, 노래방, 당구장 등에 공기가 상당히 안 좋은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곳에 갈 때에는 실내 공기관리를 어떻게 하고 공기 질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미술관, 키즈카페, 공항 등은 미세먼지농도가 상당히 낮게끔 관리가 돼 청정한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외보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서 실내공기를 그만큼 더 많이 흡입하므로 실내공기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하루 중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길고 그 다음이 직장 및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직장 출퇴근, 학교 통학, 기타 목적의 외출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 등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상당한 편이다. 야외에 머무는 시간이 차라리 가장 짧다.

지하철에서는 흔히 지상보다 미세먼지농도가 훨씬 더 높다. 2016년 서울시 지하역사 278곳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81.2㎍/㎥)는 서울시 대기의 평균 미세먼지농도(48㎍/㎥)의 1.7배로 분석됐다(서울환경연합). 지하철 전동차 안 미세먼지농도는 더욱 높아서 5~8호선의 미세먼지 농도(121㎍/㎥)는 지상의 2.5배에 달했다. 지하철 역사가 땅 속으로 깊을수록 공기정화가 덜 되고 도로표면에 만든 환기구를 통해 지상 자동차 배출오염물질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하철(1~4호선) 100개역의 미세먼지농도 측정결과(국립암센터와 동남보건대, 2017년)도 평균 수치가 86.9~96.7㎍/㎥ 사이로 나타나 미세먼지 예보 ‘나쁨’(81~150㎍/㎥) 범위에 들어간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에는 봄철이 아니라도 항상 ‘나쁨’ 수준에 노출되는 셈이다. 대기 미세먼지농도가 나쁘지 않을 때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오염도가 높은 역사에 미세먼지 자동측정기기를 설치해 오염도를 실시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지하역사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추는 대책을 추진한다. 또한 ‘실내공기질 관리사’를 국가자격으로 2020년까지 신설해 주요 역사에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 채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집 안 공기는 지하철과 달리 어느 정도 직접 관리할 수 있으므로 실내 공기관리를 직접 잘 할지,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을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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