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 허리 DMZ] 개발 총량제 도입, 우선가치는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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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온기가 감돈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절호의 기회다. 무엇보다 의미가 큰 건 분단의 상흔인 DMZ가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한다는 점이다. 지난 65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희귀 동식물로 생태계가 구성된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 관광산업 잠재력도 어마어마하다. <머니S>가 '평화·생태의 보고'로 새롭게 조명받는 DMZ의 가치와 개발방향을 살폈다. <편집자주>


파주 임진각평화누리_사진제공=파주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시대가 열릴 조짐을 보이면서 비무장지대(DMZ)의 개발 방안 논의가 활발하다. 20세기 냉전시대를 상징하던 DMZ가 평화와 공존의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DMZ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남북이 2㎞씩 물러난 폭 4㎞, 서쪽 임진강 하구부터 동쪽 끝 강원 고성군 명호리까지 총 길이 248㎞의 공간이다. 현재 DMZ를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로 조성하거나 생태자원을 이용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첨단산업을 연계한 경제특구를 지정해 ‘평화공단’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DMZ의 생태학적 가치와 세계적 역사·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둔다. 이에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라소니 등 멸종위기 동물을 비롯한 희귀 생물종이 많이 서식하고, 습지와 하천 등 생태자연환경이 온전히 보존돼 세계적인 생태보고로서 가치가 높다. 통일문제연구소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DMZ 일원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DMZ의 경제적 가치는 최대 21조원에 이른다.

◆생태학적 가치 보전이 우선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는 “건물을 짓고 도로를 내고 도시를 만들어 공장을 세우는 개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DMZ는 생태적 요충지로서의 가치가 크다”며 “DMZ는 자연환경보전법 규정에 따라 통일이 된 날로부터 2년간 자연유보지역으로 보호받기 때문에 난개발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은행(IBRD)과 유엔개발계획(UNDP)은 자연자원을 이용한 환경친화적 개발을 추천하는데 이 같은 방식을 따를 필요가 있다”며 “민통선을 포함한 DMZ의 환경총량을 계산해 자연자원총량을 유지하면서 일부 지역은 개발하고 일부 지역은 생태적 요충지로 보전하는 ‘그랜드 디자인’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성우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도 “DMZ는 자연·문화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곳으로, 환경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한반도의 허리이자 희귀 생물종이 살 수 있는 서식 공간”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하나의 측면만을 바라봐서는 안되고 어떤 방향으로 땅의 가치를 활용할지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DMZ를 개발하려면 지뢰 제거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 환경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남북 평화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일부 지역을 개발할 수는 있어도 전면 개방보다는 기본적으로 보전을 목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환 강원대학교 DMZ HELP센터 소장도 “DMZ라는 공간 자체가 전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냉전의 산물”이라며 “세계 유일의 귀중한 유산인 만큼 보전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앞서 통일을 이룩한 독일의 경우에도 현지 DMZ인 그뤼네스 반트를 중심으로 생태계 보전지역을 구축했다. 그리눼스 반트는 엘베강 생물권보전지역, 하쯔국립공원, 론생물권보전지역 등 150여개 보호지역(2232㎢)과 연결돼 세계적인 생태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한 600종 생물이 서식 중이다.

◆접경지역 주민 고려한 개발 필요

전문가들은 DMZ 접경지역의 주민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DMZ 일원의 개발이 오랜 기간 제한되며 시설 낙후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인천의 강화·옹진, 경기도의 김포·파주·연천, 강원도의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강원발전연구원이 2013년 발간한 ‘DMZ 군사시설과 강원도 기회비용’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접경지역의 연간 생산손실액은 총 1조700억원이며 자산 가치 손실액은 6조4608억원에 달한다. DMZ가 지닌 상징성과 차별성은 지역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지만 동시에 지역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창환 소장은 “정책적인 남북교류에 따라 일부 지역은 평화단지로 조성하는 등 DMZ 접경지역 활성화에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정책수립 과정에서도 접경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의 교통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남과 북으로는 교통 연결이 잘 돼 있지만 철원, 화천, 인제, 양구 등 횡으로는 연결이 부족해 인근 지역의 네트워크가 뒤처진 실정”이라며 “시대에 맞는 교통 인프라 구축으로 지역민에게 혜택을 주고 그간의 발전 저해에 따른 피해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정부차원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경 대표는 “DMZ의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생태적 요충지로 보전이 결정된 지역의 주민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며 “DMZ 접경 지역에서 손해와 이익의 교환이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대상지에 개발 총량을 제한하고, 개발이 이뤄진 만큼 다른 지역에 생태적 요충지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정부는 어느 지역을 개발하고 어느 지역을 보전할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정하고 개발 대상 지역이 이익 대비 일정 비용을 투자, 어느 지역에 생태 보전지역을 구축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이익 교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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