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620여년 전 태조 이성계가 선 자리

한양도성 해설기 ㊲ / 창의문에서 숙정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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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 낀 북악산.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조선시대에도 순성(巡城)놀이라는 것이 있었다. 새벽에 도시락을 싸들고 5만9500척(尺)의 전 구간을 돌아 저녁에 귀가했다. 도성의 안팎을 조망하는 것은 세사번뇌에 찌든 심신을 씻고 호연지기까지 길러주는 청량제의 구실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현재 서울은 도성을 따라 녹지대가 형성된 생태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복원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해설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수년간 한양도성을 해설한 필자가 생생하게 전하는 도성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수화(樹話) 김환기는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읍동리 출신으로 1936년 일본대학 미술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인 1934년 아방가르드 미술연구소를 만들고 추상미술운동에 참여했다. 한국전쟁 중인 1952년 홍익대학교 교수로 취임해 미술학부장과 학장을 지냈다. 1965년 상파울루비엔날레의 커미셔너로 출국한 뒤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그의 그림은 민족을 상징하는 근원적인 표상을 드러내는 한편, 현재의 것과 전통미를 동시에 표현한다. 순수한 백자항아리에 매화나무 가지가 가로 세로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며 푸른 바탕에 새와 꽃으로 구성된 소품은 상징과 기호의 가치를 함축한다는 점에서 서양예술과 공통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 같은 작품은 그가 얼마나 한국의 자연과 옛 문물을 사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살았던 곳에 따라 성향이 조금씩 변했지만 동기와 사상은 변함없었다는 평이다.

◆부암동의 명승지를 찾아서

환기미술관 위로 올라간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건물이 높게 보이고 주변은 산자락에 안긴 듯 한적한 소도시의 마을 풍경이다. 이런 곳에서는 왠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화초나 푸성귀를 심은 좁다란 화단이며 텃밭. 칠이 벗겨진 철제대문에 모서리가 떨어져나간 시멘트담장과 긴 바지랑대가 받치는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가지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1970년대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만나는 탐방객들은 정겨운 흙냄새에 흠씬 취해 길을 더듬는다.

마을을 지나 언덕길을 올라가면 ‘능금나무길’이 나온다. 능금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토양이었는지 이곳에서 임금에게 바치는 능금을 재배했다고 한다. 중턱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 포 라이프’와 작은 공연장이 나온다. 이 위로는 집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실뱀 같은 외길이 심하게 굽어지면서 타원을 그리다가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 모퉁이에 아담한 돌담장의 집 한채가 나온다.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장으로 이름난 카페 ‘산모퉁이’다. 거기서 다시 꺾어 올라가 이정표를 보고 200m쯤 산길을 내려가면 ‘백사실계곡’에 도착한다.

이곳은 ‘서울시의 비밀정원’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도심 가까운 곳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호젓하고 오염되지 않은 계곡이다. 명승 제36호로 지정된 이곳의 이름은 백사(白沙) 이항복의 별장터가 있어 붙었다고 하지만 아직 확실한 고증은 없다. 일설에는 추사 김정희의 별서 터라고도 한다.

백사실계곡 입구에는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고 새긴 바위(사적 제462호)가 있다. 이는 백사실계곡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경치가 빼어난 산천으로 둘러싸인 곳을 ‘동천’이라고 불렀다. 이 계곡에 흰 모래와 흰 돌이 많아 백사라고 불렀고 실(室)은 계곡을 뜻한다. 이 계곡은 지금도 청정지역이어서 1급수 지표동물인 도롱뇽, 버들치, 가재 등이 서식한다. 

백사실계곡에는 육각정자 ‘백석정’의 주초와 돌계단이, 그 뒤편 더 높은 대지 위에 사랑채와 안채의 건물터가 있다. 건물터에는 사랑채의 주초와 담장, 석축 일부가 남아있고 함벽지안이라는 연못이 있다. 계곡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홍제천, 세검정으로 통한다.
백사실계곡 /사진제공=허창무 한양도성 해설가

◆백악산 오르기

백악산구간에 오르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 창의문쉼터에서 신원확인 후 방문객목걸이번호를 받은 후 20분쯤 올라가면 ‘돌고래쉼터’라는 휴식처가 나온다. ‘웬 돌고래가 산중턱에 있을까?’ 궁금해 하며 주위를 살펴보면 쉼터마루 옆으로 길게 누운 바위가 돌고래를 쏙 빼닮았다.

다시 성곽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오른다. 지나온 길이 발아래 아득히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인왕산 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곽의 모습이 이채롭게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군 초소가 있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는 여의치 않다.

북쪽으로 보현봉과 문수봉·비봉·사모바위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최고봉인 백악마루는 높이 342m로 내사산 중에서 제일 높다. 낙산, 목멱산, 인왕산이 소리 지르면 화답할 것 같고 눈 아래로는 경복궁을 비롯한 여러 궁궐들이며 세종로며 도심의 크고 작은 건물이 지척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한강 건너 63빌딩까지 한눈에 보이고 남쪽 멀리 관악산, 청계산은 물론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도 보인다. 한양도성은 내사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다. 자연과 인공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수도 서울은 세계 유수의 대도시보다 뛰어난 삶터다.

백악마루에 서면 마치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장수가 된 듯하다. 620여년 전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 등 조선 건국의 주역들도 이곳에서 장차 도성이 될 들판과 내사산, 한강을 내려다봤을 것이다.

▶창의문-혜화문 구간
창의문
창의문쉼터암문돌고래쉼터백악쉼터백악산정상(백악마루)1‧21사태 소나무각자성석안내판청운대청운다리청풍암문성벽축조의 시대별 차이 안내판곡장촛대바위전망대숙정문말바위쉼터말바위와 말바위전망대와룡공원암문서울국제고등학교서울과학고등학교경신고등학교경신중학교혜성교회두산빌라전 서울시장공관혜화문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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