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안산 자락'으로 떠나는 오월 가족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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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연둣빛 물오른 아까시나무숲 사이로 지그재그 형태로 놓인 안산자락길 나무 데크길. /사진=박정웅 기자

사연 굽이굽이 '열두폭 병풍'
도심에서 걸어가는 서대문형무소 뒷산은 '체험로'

5월, 가정의달이다. 가정의달 단골 키워드엔 ‘가족여행’이 한자리를 차지한다. 일찌감치 일정을 세웠다면 아이에게 큰 자랑거리가 된다. 더구나 그곳이 해외라면 떠나기도 전에 아이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을 터다.

이런저런 상황에 여행 계획을 마련치 못했더라도 풀 죽을 이유는 없다. 다행히도 이번 5월엔 그럴싸한 핑계거리가 있어서다. 이를테면 어린이날은 토요일에 묻혔고 부처님은 월요일을 가볍게 건너뛰어 오신단다.

그렇다고 주야장천 ‘방콕’만 할 순 없는 노릇. 계획에 없던 연차를 당겨쓰기 어렵거나 가벼운 주머니가 눈치 보인다면 방법은 있다. 가까운 도심에서 ‘꿩 먹고 알 먹는’ 당일치기 나들이를 챙겨보자.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남산과 서울 도심 전망. 왼쪽 아래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박정웅 기자
이번엔 몇번을 우려먹었을 궁궐여행이나 미술관투어, 놀이공원 같은 게 아니다. 빼어난 자연경관에 눈과 마음의 때를 씻으면서 한편으로는 아픈 역사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곳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해먹을 걸고 낮잠을 청하는 힐링과 놀이거리 포인트가 숨은 서울의 뒷동산이다.

아이에게 미리 근사하게 포장해도 좋다. 힐링에다 에듀투어까지 겸할 도심 가족여행지는 서울 서대문구 안산이다. 자락길(걷기여행길)을 느긋하게 걸어보자.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신록을 더하는 숲은 청량감이 물씬하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체험학습의 장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문

서대문역사형무소 사형장과 시구문을 관람하는 어린이들. 사형장 바로 옆에는 '통곡의 미루나무'가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서울지하철 3호선을 나서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올해는 이곳에서 제99주년 3·1절 기념식이 열렸다.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을 주제로 3·1절의 의미를 시민과 함께 되새긴 뜻깊은 기념식이었다. 기념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문까지 걸어간 뒤 만세를 외쳤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경성감옥으로 시작한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현장이다. 이름도 기구하게 바뀌었다.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로 변했다가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됐다.

순국선열추념탑 인근 안산자락길 초입에서 바라본 인왕상 배경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사진=박정웅 기자
역사관에서는 근현대 우리 민족의 수난과 고통의 흔적을 체험할 수 있다. 일제와 독재와 맞섰던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르고 희생 당한 현장이다.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졌다. 지상 1층은 형무소역사실과 영상실, 2층은 민족저항실로 꾸며졌다. 지하엔 지하고문실이 있다. 또 1920년대 원형을 보존한 중앙사(간수사무소 등), 옥사(11·12옥사), 공작사(노역장), 추모비, 사형장 등이 있다.

특히 역사관 왼쪽 끝에 숨은 사형장에서 발걸음은 더 무거워진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곳이다. 1923년 이곳 원형 목조건물에서 서대문형무소 투옥자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생을 마쳤다. 교수형에 쓰던 밧줄은 삭지 않았다.

독립문공원의 영은문 주초와 독립문. /사진=박정웅 기자
사형장 옆 미루나무도 눈길을 끈다. ‘통곡의 미루나무’라 불리는데 밑줄기가 절반 이상 꺾여 있고 나무 색이 어둡다. 생애 마주하는 마지막 나무였을, 지금은 화석처럼 굳은 새카만 둥치와 가지에서 연둣빛 잎사귀 몇몇이 숨을 텄다. 사형장 안쪽으론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몰래 시신을 버렸다는 시구문이 이어진다. 200m 길이의 비밀통로는 1992년에야 발견됐다.

역사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향하면 독립문이다. 독립문을 건너면 요깃거리가 많은 영천시장이다. 독립문 앞에는 독립관이 있고 그 뒤쪽으로 올라가면 순국선열추념탑이다. 이 뒤로 안산으로 향하는 자락길이 이어진다.

◆안산자락길과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안산자락길의 메타세콰이어와 자작나무숲. /사진=박정웅 기자
안산자락길은 원점회귀 코스(약 7㎞)다. 깔끔하게 단장된 나무 데크길이 안산을 감싼다. 알맞은 높낮이로 조성돼 어린이나 어르신 나들이에도 부담이 없다. 유모차도 오를 만큼 지그재그 형태로 신경을 쓴 벼랑코스도 있다. 아까시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꽃무덤이 군데군데 펼쳐진다. 호흡을 가다듬을 즈음, 탁 트인 도심 전망에 탄성이 쏟아진다.

자락길을 조금 비켜나면 봉수대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봉수대에 오르면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나월봉, 나한봉, 형제봉 등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불구불 능선을 잇는 한양도성과 우후죽순처럼 솟은 도심 빌딩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인왕산과 북악산은 지척이고 천마산과 아차산도 눈에 들어온다. 눈길을 남쪽으로 돌리면 롯데월드타워, 남산, 관악산, 한강이 이어진다.

메타세콰이어 숲속 해먹 포인트와 작은 연못. /사진=박정웅 기자
무악(毋岳)이라고도 불린 안산은 작은 악산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오르는 동쪽 등산로는 경사가 꽤 있는 편이다. 반면 서대문역사박물관(서대문청소년수련관)으로 향하는 자락길엔 여유가 있다. 목을 축일 약수가 있고, 메타세콰이어와 자작나무 등 눈길 가는 숲길이 이어진다.

옥천약수 인근에는 메타세콰이어숲이 조그맣게 조성됐다. 약수를 이용한 연못엔 도롱뇽 알이 가득하다. 수면에 비친 메타세콰이어 그늘은 옥천약수의 물맛처럼 시원하다. 또 다른 메타세콰이어숲을 향하는 자락길엔 줄기가 새하얀 자작나무숲이 기다린다. 건너편 숲과는 대조적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사진=박정웅 기자
자락길을 내려서면 힐링 포인트가 기다린다. 메타세콰이어숲에 걸어둔 해먹은 아이에겐 놀이터요 부모에겐 휴식공간이다. 해먹에 함께 누워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눈길 가는 대로 숲을 헤집다보면 한두 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기획해 만든 자연사박물관이다. 특히 대형 공룡 전시물이 눈길을 끈다. 중앙홀을 삼킬 듯한 공룡은 백악기 아크로칸토사우루스다. 몸길이 9~12m에 몸무게 2~4t에 달하는 육식공룡이다. 3개의 뿔을 가진 트리케라톱스와 긴털매머드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이외에 인간과 환경을 다룬 자연관, 생명진화관, 지구환경도 둘러볼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정웅 parkjo@mt.co.kr

여행, 레저스포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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