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스타트업 새출발] 규제 풀고 기술탈취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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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6일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7개 과제 참여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1 전화벨이 울리자 손가락 끝을 귀에 가져다 댄다. 이어폰이 아닌 맨손가락을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린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스타트업 ‘이놈들연구소’가 개발한 ‘시그널’(Sgnl)이라는 스마트 시곗줄만 있으면 사용자의 손을 매개 삼아 소리를 진동으로 전달, 마치 영화 속 첩보원처럼 ‘손가락 끝 통화’가 가능하다.

#2 미세먼지가 심각한 요즘, 휴대용 공기청정기 개발에 공을 들이는 업체가 있다. 스타트업 ‘블루필’이다. 블루필은 전용필터를 통과하며 깨끗해진 공기를 팬을 이용해 입과 코 주변으로 뿜어낸다. 마스크처럼 입을 막아야 하는 불편이 없으며 휴대용으로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블루필은 현재 제품 상용화를 서두르는 중이다.

이놈들연구소와 블루필은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인 ‘C랩’에서 시작해 독립 창업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C랩’ 프로그램을 도입, 사업화가 결정된 과제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 중이다. 2015년부터 상·하반기 스핀오프를 진행해 현재까지 32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사업화부터 자금수혈까지 다양한 지원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국·미국·이스라엘·중국·독일 등 세계 총 5개 도시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각 센터는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동시에 이들과 공동 연구개발 업무를 진행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창업·보육지원 프로그램 운영기구인 ‘CEI 사업단’을 ‘오픈콜라보센터’로 확대·개편하고 올초 SK플래닛으로부터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LG그룹도 계열사별로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유망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공개형 웹 운용체계(OS) 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하고 진흥원이 추천한 스타트업 가운데 유망업체를 선정해 웹OS 개발 노하우를 전수한다. LG디스플레이도 창업지원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드림플레이’를 운영,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방법이나 시장 분석 노하우 등을 전수한다.

롯데는 2016년 창업전문투자법인 ‘롯데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해 스타트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포스코는 벤처기업, 특히 창업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공모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한화생명은 공유 사무실인 ‘드림플러스 63’과 ‘드림플러스 강남’을 운영 중이며 CJ는 ‘프로덕트 101 챌린지’를, KT&G는 ‘사회혁신 스타트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규제완화·기술탈취 방지대책 마련 시급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육성은 정부의 창업생태계 구축을 보조하는 한편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동반성장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한화생명이 운영하는 드림플러스 강남 라이브러리 전경. / 사진제공=한화생명
전재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조직이 오래되고 규모가 클수록 변화가 어렵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고 가벼운 만큼 빠른 속도로 혁신이 가능하다. 이에 많은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해 벤처생태계를 키우는 한편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프로그램 운영 외에 M&A 등을 통한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저조하다. 대기업의 투자를 막는 기업정책(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M&A를 통한 벤처투자비 회수 비중이 5%를 밑돌 만큼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미미하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다양한 스타트업 사업모델을 허용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미래 혁신경제를 선도할 벤처기업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거 규제중심의 기업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기술탈취에 대한 우려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에 도움을 받으려다 기술만 뺏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외 스타트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10곳 가운데 7곳이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분쟁을 경험했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적재산권 분쟁을 대비한 지원시스템 마련이 바람직하다”며 “지적재산권 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스타트업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공동특허 사용권 확보, 법률자문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CT융합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규제요건 충족을 위한 비용 및 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됨을 감안해 국내외 인증 획득 관련 정보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특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스타트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나오는 벤처생태계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기술임치제’를 활용해 구조적으로 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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