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멀티플렉스 관람료 인상'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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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조수정 기자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을 때 소비자는 피해를 본다. 보이지 않는 담합에 당하고 싶지 않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는 경우가 있다. 유원지나 휴가지 음식점들이 바가지요금을 똑같이 붙여놓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진 곳에 있는 군부대로 아들을 면회하러 갔다가 근처 숙박업소에 머물기 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지불한 사람도 있다. 장병들은 부대 주변으로 지정된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업소들이 담합을 해도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

제한된 지역이 아니더라도 몇개 업체가 과점했다면 담합이 이뤄졌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극장가가 대표적이다.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극장수 점유율은 80%나 된다. 스크린수와 좌석수 점유율도 92%로 사실상 3사 과점체제다. 개별극장이나 소극장은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진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불과 며칠 만에 이뤄진 가격 인상

최근 대형 멀티플렉스 3사는 화제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에 맞춰 영화 관람료를 일제히 올렸다. CGV는 지난달 11일부터 평일 관람료를 기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 관람료는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이어 롯데시네마는 지난달 19일부터, 메가박스는 27일부터 관람료를 1000원씩 올렸다. 그동안 관람료는 흥행 기대작이 개봉되는 시기에 인상된 적이 많았다. 관객으로서는 기대가 큰 작품이라 인상된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그 가격은 일률적인 시장가격으로 굳어진다.

참여연대는 시장가격을 결정할 만한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범했다며 지난달 23일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앞서 2014년과 2016년에는 3사의 관람료 인상시점에 수개월의 시차가 있었는데 이번엔 불과 며칠 차이로 연달아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3사 간 공동행위가 있을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16년에도 3사를 부당 공동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 당시 공정위는 증거자료가 없다며 3사의 손을 들어줬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면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한다. 또 공정위의 심사지침을 보면 공동행위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때는 ‘합의의 추정’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이번에는 공정위가 공동행위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시스 박진희 기자
◆멀티플렉스 매출, 연평균 20% 증식


멀티플렉스 측은 요금인상 배경으로 수익성 악화,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임대료 상승을 꼽는다. 하지만 이번에 선제적으로 관람료를 올린 CJ CGV의 2015년, 2016년, 2017년 매출액은 각각 1조1935억원, 1조4322억원, 1조7144억원으로 연평균 20%씩 증가했고 영업이익 또한 6690억원, 7033억원, 8624억원으로 늘어났다. 유보율도 3900%에 달해 관람료를 올릴 만할 부득이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관람료 1000원 인상분에서 영화진흥기금(약 3%), 부가가치세(약 9%) 등을 제외하면 평균티켓판매가격(ATP)은 680원 증가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CJ CGV의 상영매출이 기존 추정치 대비 4.7%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CJ CGV가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기 전 올해 연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람료 인상을 발표한 뒤에는 예상 영업이익을 154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관람료 인상에 따른 연간 추가 이익이 150억원 정도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프앤가이드는 메가박스 매출 비중이 지난해 69.4%를 기록한 제이콘텐트리의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333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550억원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관람료 인상을 발표한 메가박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액을 기존 287억원에서 304억원으로 추가 상향조정했다.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영향은 아르바이트 직원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CJ CGV 5600명, 롯데시네마 3200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해 추정할 수 있다. 한 증권사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인건비 증가분을 포함해도 관람료 인상에 따라 CJ CGV의 연결 기준 순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11.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제이콘텐트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기타 수수료 증가를 감안해도 약 50억원의 이익 증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료 상승도 멀티플렉스 측이 꼽은 영화 관람료 인상 요인이다. 그러나 CJ CGV의 최근 5년간 영화관람료 평균상승률(9.9%)은 소비자 물가상승률(5.0%)의 2배 달해 이 요인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관람료 인상은 소비자들이 관람 거부운동 없이 기꺼이 받아들일 때 쉽게 이뤄진다. 일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단체는 CJ CGV명동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GV 가격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관객 감소 예상돼 관람료 인상

일각에서는 국내 영화 관람료가 외국에 견줘도 절대 비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각국의 극장 자료를 취합한 결과 미국은 성인 기준 약 15달러(약 1만9000원)’라는 기사가 있다. 하지만 사용한 환율이 1267원으로 터무니없이 높다. 세계 최대 영화 체인업체인 AMC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현지 영화 관람료로 성인 기준 13.69달러를 받는다.

또한 미국에서는 어떤 영화인지, 어떤 지역의 극장인지에 따라 관람료가 크게 차이난다. <씨네21>(2018.1.9)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평균 극장 입장료는 8달러93센트다. 다만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는 13달러부터 시작해 17달러를 넘기도 한다.

더욱이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GNI)이 5만6810달러고 한국은 미국의 절반이 안되는 2만7600달러다(2016년 기준 월드뱅크 자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0.486배이므로 이 수치를 미국 평균 영화 관람료인 8달러93센트에 곱하면 4달러34센트이며 15달러에 곱하더라도 7.29달러밖에 안된다. 여기에 4월 평균 원/달러 환율 1067.76원을 곱하면 각각 4634원, 7884원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이 소득대비 체감하는 관람료가 미국에 비해서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무비패스는 지난해부터 월 9.95달러의 회비로 매일 극장에서 1편씩 2D영화를, 연간 365편까지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요하면 미국 전 지역 극장의 90%인 4000여곳 3만6000개 스크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가입자수는 지난해 말 1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말 300만명에 도달할 전망이다. 무비패스의 새로운 서비스는 계속 오르는 영화 관람료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극장에서 영화 관람을 가장 많이 즐기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에서 극장의 문턱을 낮춰 관람객수를 늘리는 전략이 나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넷플릭스, IPTV 서비스가 확산되고 모바일 중심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다. 극장에 오는 관객이 줄어들 것을 관람료 인상으로 미리 보충하겠다는 단순한 발상보다는 서비스를 높이고 다양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미래지향적이다. 한개의 극장이 여러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면서 다양한 취향의 관객층을 극장에 오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편하게 앉아 즐길 수 있는 영화 관람은 신체 활동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나들이다. 은퇴 후 시간과 경제력을 동시에 갖춘 베이비붐세대 취향의 영화를 많이 제작하고 상영해 관객층을 넓히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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