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10년 절치부심, ‘금강산길’ 연다

CEO In & Out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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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사진=현대그룹
현대그룹에 모처럼 훈풍이 분다. 지난 10년간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전향적 분위기를 타면서부터다. 종전선언과 평화시대의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뒷걸음질치던 남북경협 재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현대그룹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룹의 정체성과도 다름없는 대북사업 재개를 위해 태스크포스트팀(TFT)을 꾸리고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마련키로 했다. TFT의 지휘봉은 현정은 회장이 직접 잡았다. 현 회장은 닫혀있던 빗장을 풀고 대북사업 재개의 숙원을 실현할 수 있을까.

◆대북사업 재개 ‘성큼’

지난 8일 출범한 현대그룹의 ‘남북경협사업 TFT’는 현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이백훈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실무를 지휘한다.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또한 현대아산 남북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커뮤니케이션실 등 그룹과 계열사의 전문가들이 총집결한 실무조직을 통해 경협사업의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구축할 계획이다.

TFT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사안 발생 시 수시회의를 소집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우선적으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의 분야별 준비사항과 예상 이슈를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북한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토대로 앞으로 전개할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을 검토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는 최고의사 결정기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7대 SOC는 현대아산이 2000년 8월 북한과 합의해 확보한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의 사업권을 말한다. 원산·통천지구 협력사업 개발에 관한 합의서도 현대아산이 보유 중이다. 남북경협 재개가 원만히 이뤄질 경우 현대그룹의 재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도 이 같은 독점사업권에 있다.

남북경협사업 전문기업인 현대아산도 대표이사를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재개준비 TFT’를 별도로 구성해 내부 관련 조직정비 등 전사적인 세부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현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잘 받들어 계승해 나가자”며 “남북경협사업 선도기업으로서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재개를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금강산·개성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7대 SOC 사업까지 남북경협사업 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TFT는 현대그룹의 핵심역량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남북경협사업의 구심점이 돼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체성 회복해 재도약 추진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상징적인 사업이다. 고 정주영 창업주는 1998년 6월16일과 10월27일 두차례에 걸쳐 총 1001마리의 소를 이끌고 분단 이후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 땅을 밟았다. 그 한걸음이 그동안 닫혀있던 남북 민간교류의 창을 여는 시발점이 됐다.

그해 11월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을 시작했고 개성공단 개발, 개성관광 등 대북사업을 확대하며 남북경협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열린 총 16회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필요한 실무업무를 지원하며 남북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격돼 사망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관광은 중단됐고 이어진 보수정권의 집권으로 남북 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10년간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심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업 불황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현대그룹은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현대그룹은 고강도 자구안을 통해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증권 등을 차례로 매각했고 현대상선도 채권단에 넘겼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한때 재계 1위 그룹이자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과 계열 분리 이후에도 자산규모 12조원의 대기업 자리를 지켰던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현 회장은 뚝심을 발휘하며 대북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3년부터 TF팀을 구성해 남북 간 협의로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가 이뤄지면 2개월 안에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또한 공식석상에서 창업주와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이어 남북경협을 반드시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드러내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 회장은 “남북 사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현대그룹에 의해 꽃 피게 될 것”이라며 “남북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사명감으로 담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경협은 남북 관계 진전과 국제사회의 대북 분위기 호전 등 여건이 성숙돼야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지난 10년 사업 중단에도 흔들림 없는 의지와 확신으로 준비해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 학사·석사 ▲2003년~현재 현대그룹 회장 ▲2011∼현재 주한 브라질 명예 영사 ▲2013∼현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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