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인사이드] 기름값에 미끄러진 'IPO 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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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의 IPO(기업공개)에 빨간불이 켜졌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철회로 올해 최대 ‘대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발목을 잡았다. 현대오일뱅크는 SK루브리컨츠와 달리 공모를 취소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올해 최고 IPO대어, 제값 받을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장이 예상되는 기업 중 가장 규모가 커 ‘IPO대어’로 꼽힌다.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 SK에너지, S-Oil 등과 함께 국내 정유시장의 90%를 과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정유업계 업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대오일뱅크의 IPO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요인 중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등 두가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기준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선박 연료로 사용되던 값싼 벙커C유(중유, 황산화물 약 3% 함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중유 매출액은 1조446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37%를 차지한다. 이는 경쟁사인 GS칼텍스 5.6%, S-OIL 2.0%, SK에너지 1.8%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IMO의 제재 발효에 따라 중유 수요가 급감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에는 값싼 중유를 원료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생산하는 ‘고도화’란 작업이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38.2%로 업계에서 가장 높지만 중유 매출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GS칼텍스의 고도화 비율(35%)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감소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IMO의 제재 이전까지 고도화 비율을 높인다고 해도 이는 설비 증설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현대오일뱅크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시장환경 급변 시 높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탄력적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 또한 업계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됐다.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재개할 경우 180일 후인 오는 11월4일부터 이란 석유회사들과의 석유제품 거래 및 이란 에너지 섹터에 대한 제재 등이 시작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공교롭게도 오는 10월 상장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악재를 쌓아두고 상장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입액의 94.26%를 차지하는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실적은 국제정세, 수급, 환율 등 다양한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등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면서도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앞으로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안예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약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오일뱅크 IPO에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입장이지만 국제유가의 상승 기조가 부정적인 이슈는 맞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벙커C유나 국제유가에 대한 변동성 확대가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가로막을 만큼 큰 이슈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공모가격 산정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의 확대가 불안심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비싼 값'을 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공모가액 2조원 달할 듯

현대오일뱅크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조1323억원이며 매출액은 14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8485억원, 당기순이익 686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가치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지분 20%만 IPO시장에 내놔도 공모가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모가액이 1조원을 넘은 종목은 6개뿐이다. 이 중 지난해에만 넷마블게임즈, 셀트리온헬스케어, ING생명 등 3개가 몰렸다. 현대오일뱅크가 예정대로 올해 10월쯤 상장할 경우 1년여 만에 ‘IPO대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올해 ‘IPO대어’로 평가받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보류한 것은 부담이다. SK루브리컨츠 상장은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저조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가치평가가 예상됐기 때문에 연기됐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불확실성이 확대돼도 상장을 철회하기 힘든 상황이다. IPO에 따른 유입자금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에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로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SK그룹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가치평가가 예상을 밑돌아도 IPO를 강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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