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승부수, 'AMG 스피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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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스피드웨이.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및 메르세데스-AMG GT S의 모습.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5월8일은 우리에게 어버이날로 기억되지만 올해 메르세데스-벤츠에게는 브랜드 역사상 한획을 그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세계최초의 AMG(아엠게) 브랜드 적용 트랙 ‘AMG 스피드웨이’를 알린 날이기 때문.

그것도 단순히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닌 다임러그룹 차원에서 ‘AMG 스피드웨이’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전세계 언론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소식을 접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의 이곳은 그동안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로 불렸고 FIA(국제자동차연맹)에 등록된 시설 공식 명칭은 ‘삼성 스피드웨이’다.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AMG 스피드웨이의 공식 오픈 기념행사를 개최했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토비아스 뫼어스 메르세데스-AMG 회장이 하이퍼카 ‘프로젝트-원’과 함께 방한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토비아스 뫼어스 회장은 “한국이 놀라운 성장세로 고성능차시장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한 만큼 메르세데스-AMG의 모터스포츠 DNA를 느낄 수 있는 트랙을 오픈했다”면서 “앞으로 AMG 스피드웨이를 통해 한국고객이 스포츠카와 퍼포먼스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AMG의 가치를 보다 완벽하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접 달려보니 레이아웃이 매우 훌륭해서 즐거운 주행이 가능했다”고 주행소감을 덧붙였다.
트랙 전경.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국내 모터스포츠의 산실의 재탄생

이곳은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태동기에 지어진 역사 깊은 곳이다. 1992년 에버랜드 내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경주장이며 당시 코스는 총길이가 2.125km였다. 2011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17개 턴을 갖춘 길이 4.3km의 국제규격 서킷으로 다시 태어났다. 포뮬러원(F1)을 제외한 대부분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공인시설이다.

전라남도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을 짓기 시작할 무렵 이곳은 이미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두 서킷 모두 세계의 유명 서킷을 디자인한 헤르만 틸케가 설계를 맡아 용인과 영암을 오가며 제작상황을 지휘했다. 특히 영암 서킷은 F1 개최를 앞두고도 여러 이유로 공사가 지연돼 용인 서킷 포장공사에 사용된 장비까지 동원하며 간신히 일정을 맞추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곳이 이렇게 훌륭한 서킷으로 다시 태어났음에도 ‘그분’이 운전을 즐기는 곳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러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개인사정 등과 맞물려 사실상 그냥 방치된 상태였다.

이후 일부 자동차 브랜드가 이곳에서 고객행사를 개최했고 심지어 CJ슈퍼레이스 공식경기가 열리며 수만명 관중이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지도나 활용도 면에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서킷임을 입증한 셈이다.
AMG라운지.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AMG 스피드웨이, 평가 엇갈린 배경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모터스포츠 역사와 호흡을 같이 한 메르세데스-AMG 브랜드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AMG전용관을 짓는가 하면 각종 기념행사로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신차 출시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했다.

AMG 브랜드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총 13만1970대를 판매했다. 설립 이래 최초로 10만대 판매돌파 신기록을 수립한 것. 특히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전년 대비 56%나 성장한 총 3206대가 팔렸고 글로벌 AMG 톱 10 마켓으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고성능을 마음껏 체험할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AMG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는커녕 단순 ‘차 팔이’에 그치게 된다.

이번 AMG 스피드웨이 개장을 두고 일각에서 BMW와 비교하며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BMW가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지어 이를 굉장히 잘 활용해온 만큼 업계 선두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대응책치고는 너무 속이 빤히 보이는 전략이라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를 두고 바라봤을 때 ‘신의 한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AMG 스피드웨이 오프닝 세레모니.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서킷을 새로 짓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소음부터 환경 등 온갖 규제가 발목을 잡는 데다 설계하고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당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서킷을 사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인데 영암은 시설은 훌륭하나 접근성 면에서 지리적으로 불리하고 인제는 맥라렌 등 브랜드와 일부 제휴했고 태백은 여러 면에서 걸림돌이 많다.

현대차는 인천 송도에 스트릿 서킷을 조성하며 50억~100억원을 투자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안산에 버려진 서킷을 활용하려 했지만 채권단 문제와 안전시설 미흡 등이 걸림돌이었고 송도는 시가지 서킷 특성 상 사고가 잦아 대회 참가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결국 벤츠 입장에선 수도권에 위치한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물론 이곳을 관리하는 삼성물산 측에서도 AMG라는 고성능 럭셔리브랜드가 서킷 이미지를 갉아먹을 우려가 적고 충분한 시설이용료를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대당 가격이 평균 1억원을 넘어서는 만큼 나름 ‘품위유지’에도 나쁘지 않다고 본 것.

벤츠코리아와 삼성물산 간 계약금액과 계약기간은 보안사항으로 구체적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큰 그림을 그린다면 10년 사용계약에 5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이 높다. 이 경우 계약기간은 기본 몇년에 추가 몇년의 옵션 형태가 되며 또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장기간 사용하는 부분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곳의 임대료를 다른 서킷과 마찬가지로 1일 5000만원 수준으로 계산하면 이런저런 비용을 더해도 연간 20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시설에 특정 브랜드 이름을 붙이는 점, 이를 통해 직간접적인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 다른 브랜드의 사용이 제한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간 50억원 수준일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연간 50억원을 투자해서 1억원짜리 차 1000대를 더 팔 수 있다면 당연히 투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견해가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앞으로 이곳에서 신차출시, 메르세데스-벤츠 고객을 위한 체험행사 개최,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AMG는 속도위반 딱지 뗄 일 없는 레이스트랙에서 체험하는 게 좋다”면서 “올해 20여종의 AMG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AMG 토비아스 뫼어스 회장 프레젠테이션.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AMG 스피드웨이 개장행사 이모저모
AMG 스피드웨이 개장 행사에 AMG 차종과 브랜드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레이싱 테크닉의 기본기를 익히면서 경쟁심을 키우는 짐카나와 함께 C63 AMG 쿠페, AMG GT 등의 차종으로 서킷을 도는 서킷주행이다. 전문강사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높이는 건 물론 차의 운동성능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AMG 모델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찬스다.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AMG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차는 F1에서 입증된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하이퍼카다. 1.6리터 V6 터보차저엔진과 4개의 전기모터가 힘을 합해 최고출력 1000마력 이상을 내며 최고시속은 350km를 넘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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