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 한컵'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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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는 현재의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요즘 한진그룹 가문의 모습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덮치는 쓰나미가 됐다. 그간 떠돌던 오너 일가와 관련한 각종 뒷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직원들이 ‘단톡방’을 통해 각자의 경험담 형식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부당한 갑질 사례를 제기했고 이는 속속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그룹 측은 그럴 때마다 일일이 변명에 가까운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또 경찰과 관세청, 공정위 등이 조 회장 일가의 여러 탈법 혐의를 포착한 뒤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고 조 전무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출국금지조치도 내려졌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물 한컵이 쓰나미로 돌아왔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더욱이 이번엔 예전의 갑질 사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대한항공 3개 노조는 뒤로 빠지고 전현직 직원이 자발적으로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500여명이 모여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보복을 우려한 탓인지 참가자 대부분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얼굴은 가면으로 가렸다. 당분간 계속 집회를 열면서 세를 불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 수많은 이의 증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비효과는 더욱 커지는 중이다. 게다가 노조색을 띠지 않는 일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서는 점은 오너 일가 입장에서 결코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알려진 LCC 진에어의 상징은 ‘나비’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 관련 법리 검토를 시작했다.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가 진에어 설립 당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혹여 면허 취소로 이어질 경우 10여년간 항공사 발전을 이끈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다. 물론 가능성은 낮더라도 여러모로 직원들이 피해자로 전락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긍정의 나비효과가 이어지길 바라는 건 많은 이의 바람일 것이다. 그 시점은 오너 일가의 결단이 내려지는 순간일 것이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각종 의혹은 보편적 가치에서 크게 벗어났기 때문에 논란이 됐다. 한진그룹 직원과 국민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제대로 안다면 조 회장 일가가 어떤 형태로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상처받은 이들의 가슴을 보듬어줄 날갯짓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작은 실천이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물어보고 싶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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