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노조의 ‘수수료 인하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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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지원” 첫 목소리
당국에 ‘연매출 5억원 초과 가맹점에 차등 수수료’ 등 적극 건의

전업계 카드사 노조가 금융당국에 '카드산업 정상화'를 위한 건의 및 요구사항을 제출했다. 사실상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의 요구사항이다. 공투본이 카드산업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받아들인다면 얼마만큼 수용할지 주목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성웅 기자


카드사 노조가 금융위원회에 최근 제출한 건의사항은 총 2개 대책, 9개 항목이다. 우선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 방식 개선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 해체·실질적인 소상공인 지원 공익재단 재설립 ▲연매출 5억원 초과 가맹점에 차등 수수료 적용 등을 건의했다.

카드산업 정상화를 위한 지원 대책으로는 ▲재벌가맹점 우월적 지위 남용 강력 규제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 기간 연장 ▲카드모집인의 '경제적 이익 제공' 범위 확대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정보 교환 허용 ▲유흥업소 대상 부가세 대리납부 추진 중단 등을 제시했다.

◆소상공인·재벌가맹점 ‘투트랙’ 전략

눈에 띄는 부분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다. 카드사 노조는 그간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는데 구체적인 대응을 내놓으며 당국에 건의한 것이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한 건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깔린 결과로 보인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관련 토론회나 집회를 통해 잇따라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여력이 없다는 주장만으론 자칫 ‘역풍’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건의사항 중엔 연매출 5억원 초과 가맹점에 차등 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항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는 영세(연매출 3억원 이하) 및 중소(5억원 이하)가맹점에 각각 0.8%, 1.3%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며 일반가맹점(5억원 초과)의 수수료율은 카드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정해진다. 이때 '5억원 초과~10억원 미만'과 같이 5억원 초과 구간을 세분화하고 수수료율 상한제 역시 차등화해야 한다는 게 카드사 노조의 주장이다. 5억원 초과 구간에 상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면 '우대수수료율 적용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가맹점의 연매출 기준을 세분화할수록 앞으로 수수료 인하 목소리는 여러 갈래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위한 가맹점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얘기다. 실제 연매출 2억원 이하의 가맹점에만 적용된 우대수수료율은 2015년 1월 2억~3억원 이하 구간이 새로 신설됐으며 지난해 8월엔 영세 및 중소가맹점 적용 범위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카드산업 정상화 지원 대책으로 초대형가맹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의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벌여야 한다는 건의는 이 같은 현상을 상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연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소상공인에겐 수수료를 인하해주되 이들 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초대형가맹점에 대해선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하한제’ 도입으로 카드사 노조가 그간 주장해온 사항이다. 다만 이번 건의엔 ‘수수료 하한제’를 명시하지 않았다. 수수료 하한제 도입을 위해선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전략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신 카드사 노조가 요구한 건 초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한 규제 강화다.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형가맹점의 무리한 수수료 인하 또는 리베이트 요구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미 여전법(제18조의4)에 담겨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카드사 노조의 주장이다.

◆수익성 악화, 비정규직 구조조정

카드사 노조가 공투본 출범에 적극 나서고 금융당국에 직접 목소리를 낸 건 잇따른 수수료율 인하로 악화된 수익성이 직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최고금리 인하, 대출 총량규제 등으로 카드사가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에 제약이 가해지며 사측의 구조조정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율이 인하되며 순익이 감소하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카드사의 주요 일자리는 2011년 말 2만9408명에서 2016년 말 2만1982명으로 5년 새 25.3% 감소했다. 특히 정규직 일자리는 8450명에서 7960명으로 5.8% 줄어든 데 반해 비정규직은 2053명에서 1822명으로 11.3% 감소했으며 카드모집인은 1만8905명에서 1만2200명으로 35.5% 급감했다.

카드사 순익은 2010년 2조7217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조2268억원까지 떨어졌다. 2003~2004년 카드대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2005년(342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출범과 함께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한 공투본은 카드산업 정상화를 ‘1호 과제’로 선정할 만큼 수수료 추가인하는 물론 카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본격 주장하고 나설 전망이다. 카드사 노조의 이번 건의사항 중 카드모집인이 회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현행 연회비의 10%에서 100%로 올려야 한다는 항목이 대표적이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카드사 노조의 건의사항을 수용할지 여부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업계, 소상공인업계 등) 업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세밀히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해체, 기재부 및 국세청의 협조가 필요한 대리납부 추진 중단, 국세청 및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매출세액 공제 등의 요구는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가맹점 세분화(시행령 개정사항), 적격비용 재산정 기간 연장(금융위 결정사항) 등은 자세히 살필 것으로 분석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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