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포박당한 2030] 학자금 갚으니 또… “혼자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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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2018년 연중기획 시리즈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를 진행한다. 생활비푸어, 웨딩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메디푸어 등 벗어나기 어려운 가난의 질곡 속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젊은이들. 정부와 지자체는 부채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층을 위해 금융지원과 신용회복제도 등을 운영하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한 수준이다. 대학 등록금 대출로 시작해 평생 빚에 포박돼 살아가야 하는 푸어세대의 실태를 들춰봤다. - 편집자 -


#. 3년차 직장인 A씨(27·여)는 최근 친구들이 하나둘 청첩장을 돌리면서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남들과 비슷한 시기에 취업했지만 그가 손에 쥔 돈은 1200만원이 전부다. 올해부터는 학자금 대출 원금납입이 시작돼 통장은 더 팍팍해졌다. A씨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목돈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통장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며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 상황인데 결혼을 하려면 또 빚을 내야 한다니 암담하다”고 했다.

#. 오는 6월 아이가 태어나는 자영업자 B씨(34·남)는 육아정책에 도가 텄다. 외벌이에다 수입도 적고 결혼하면서 생긴 빚까지 감안하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B씨의 생각이다. B씨는 “지자체별로 출산수당이 다른데 현재 살고 있는 인천시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장려금 100만원, 9월부터 매달 아동수당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데 턱없이 적은 비용이지만 결혼하면서 생긴 빚까지 감안하면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2030세대는 경제의 중추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는 N포세대, 나홀로족(혼족), 비혼족, 딩크족, 달관족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여기에 최근 2030세대는 유례없는 취업난과 저임금, 치솟는 물가에 시달리다 못해 사회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 빚더미에 앉는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해도 빚을 털어내기엔 역부족이다. 2016년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7000명 중 비정규직은 32.8%(644만4000명)이고 수입은 정규직의 53.5% 수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20~29세 비중은 17.5%(112만9000명), 30~39세는 15.4%(99만4000명)이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매년 늘어나는 급여로 빚을 갚고 자산을 만들어야 하는 2030세대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6월이면 아이가 태어나는 자영업자 B씨는 정부의 정책만이 2030세대의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흥순 기자


◆1인당 3000만원… 끝없는 빚의 수렁

지난 1월 신한은행이 경력 3년 이하 사회초년생 2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인당 평균 2959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대출 종류는 학자금 대출로 전체의 21%에 달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8%로 조사됐다. 2030세대는 사회생활의 진입단계인 대학생 때부터 빚이라는 족쇄를 찬다. 학자금 대출을 전부 상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년으로 대부분의 청년은 30세를 전후해 학자금 대출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에서 시작한 빚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직장생활을 하며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결혼하면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이름만 든든한 대출상품이 기다린다. 만약 대출이 싫어 결혼을 미루거나 신혼여행을 가지 않는 등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행보를 보이면 우리 사회는 그를 ‘하자 있는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

결혼적령기를 지나고 있지만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비혼족 C씨(36·남)의 경우가 그렇다. 대학진학 후 16년째 서울살이 중인 그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결혼자금 부담에 결혼을 포기했다.

C씨는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지 2년째인데 결혼하면 또 빚더미에 앉는 것 아닌가”라며 “주변에서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듣지만 평생 빚을 갚으면서 살 바에 결혼 자체를 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빚 갚으러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2030세대와 빚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빚을 지지 않고서는 ‘남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타임푸어’라고 소개한 D씨는 하루 평균 16시간을 일한다. /사진=박흥순 기자

◆사회 좀먹는 2030세대 빚

2030세대의 노력이 부족해 빚을 진 것 아니냐는 이들도 있다. “나 때는 말야”로 시작하는 훈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빚더미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삶도 내던진 2030세대가 대다수다. 최근 한 취업사이트가 2030세대 직장인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자신을 '쉬지 않고 일하는 타임푸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서 근무하는 D씨(33·남)도 자신을 타임푸어라고 여긴다. D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한다. 매일 4시간 이상 잔업을 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하지만 매달 수중에 들어오는 수입은 250만원 안팎이다.

D씨가 갚아야 할 대출금 잔액은 6000여만원. 쉬지 않고 일하는 워커홀릭, 타임푸어지만 빚더미 탈출은 요원하다. 2016년 결혼한 그는 아직 아이도 없다. 빚을 다 갚기 전까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단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태어날 아이에게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이처럼 2030세대의 빚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라는 또다른 사회문제를 만든다. 그리고 결국 우리사회를 뿌리부터 갉아먹는다. 문제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2030세대의 소득을 늘리고 빚을 지지 않는 여건을 마련하면 되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착된 양극화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2030세대의 빚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현실적인 결실은 아직 얻지 못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의지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재분배, 국가의 복지 등 다양한 대책이 종합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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