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포박당한 2030] 돌려막고 돌려막다… 신용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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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2018년 연중기획 시리즈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를 진행한다. 생활비푸어, 웨딩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메디푸어 등 벗어나기 어려운 가난의 질곡 속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젊은이들. 정부와 지자체는 부채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층을 위해 금융지원과 신용회복제도 등을 운영하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한 수준이다. 대학 등록금 대출로 시작해 평생 빚에 포박돼 살아가야 하는 푸어세대의 실태를 들춰봤다. - 편집자 -


사진=이미지투데이DB
신용등급은 금융거래를 위한 보증수표다. 신용등급이 높아야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은 또 자본시장 체제 안에서 계층을 구분짓는 척도이기도 하다.

신용등급에는 상류층이 있고 하층민도 있다. 이처럼 신분 나눔의 기준인 신용등급에는 오류가 있다. 아무 죄 없는 젊은층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20대는 금융거래 실적이 적거나 아예 없어 신용등급 자체를 받기 어렵다. 아직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거래 실적을 쌓을 수 없다.

문제는 당초 신용등급을 갖지 못했던 20대 대부분의 부채가 늘고 질까지 악화된다는 점이다. 결국 갈수록 신용등급이 더 낮아지는 ‘저신용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빚을 졌더라도 기일에 맞춰 꾸준히 갚아나가면 되지만 취업문턱이 높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애초에 낮았던 신용등급 때문에 고금리의 빚을 졌는데 더 높은 금리의 현금서비스 등으로 ‘돌려막기’까지 한다. 한번 붙은 저신용자의 꼬리표는 떼기 어렵다.

◆은행은 벽, 결국 ‘현금서비스 돌려막기’

한 대형 프렌차이즈 미용실에서 스탭장으로 일하는 김주영씨(가명·25)는 3개월 후면 디자이너가 된다. 지난 2년여 동안 바닥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다 이제야 가위를 쥐게 됐으나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디자이너가 되면 연봉이야 오르겠지만 추가로 빚을 내야 해서다.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김씨는 어머니가 최근 진 빚 1200만원가량을 우선 갚아야 한다. 어머니는 경남 창원의 한 마트에서 일한다.

그러나 김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간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시차를 두고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해서다. 열흘 또는 보름간 연체도 빈번했다. 장기대출인 카드론도 이용 중이다. 김씨는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않는다. 저축은행에서라도 돈을 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사실상 최고금리(24.0%)를 받는 대부업으론 가고 싶지 않다.

김씨는 “금융권 대출이 어렵다면 지금처럼 돌려막기로 당분간 생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김씨는 아직 취업준비생인 친구들보다 나은 편이다. 돈을 벌고 있어서다. 소득이 없다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신용주씨(가명·26)는 이달부터 생활비가 더 빠듯해졌다. 그는 2016년 5월 연 5.4% 금리로 250만원의 햇살론 대출을 받았다. 지난달 거치 2년이 끝나고 이달부터 원리금이 빠져나간다. 액수 자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보는 신씨에겐 부담이다. 앞서 2015년에도 2번에 걸쳐 연 2.2% 금리로 100만원씩 생활비 대출을 받은 바 있다.

신씨 역시 스스로를 위안한다. 전액 장학금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걱정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르바이트로 월세 등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대출창구 앞에 섰다.

김씨와 신씨 중 누가 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양측 모두 가능성은 적다. 김씨는 과거 대출행태 때문에, 신씨는 무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저축은행 이용은 가능할까.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돌려봐야 알겠지만 김씨와 신씨 모두 중금리로 실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리가) 잘 나와야 연 20.0% 내외”라며 “대출한도도 높게 나올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만약 대부업에서 대출신청을 하면 사실상 최고금리를 적용받는다.

제2금융권에서 간신히 돈을 빌려도 문제다. 앞으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개개인마다 신용 히스토리가 달라 일률적인 신용등급 적용은 힘들다”면서도 “2금융권 대출은 금리가 높아 상환 부담이 커져 위험하다”고 말했다.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신용등급 책정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이미지투데이DB
◆취업난까지… 돌고 도는 ‘저신용 굴레’

결국 이들은 높은 금리의 빚을 질 수밖에 없고 신용등급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리금을 꼬박꼬박 잘 갚아나가면 신용등급이 오르겠지만 은행 대출이 가능해질 만큼 오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번이라도 연체가 발생한다면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 수 있다. 20대는 ‘대출 수요→은행 대출 불가→비은행권 대출→신용등급 하락→훗날 은행 대출 어려움→비은행권 대출→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20대의 평균 신용등급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연령대별 평균 신용등급을 알 수 있는 통계자료는 금융당국에도 한국신용정보원에도 없다.

다만 한국은행이 2014년 5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로부터 50만명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6월 말 기준 20대 평균 신용등급은 5.62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30대는 4.58, 40대 4.52, 50대 4.36, 60대 이상 4.32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신용등급은 올랐다.

눈여겨볼 점은 2008년 3월 말과 비교했을 때다. 이 기간 20대의 신용등급은 5.14→5.62로, 30대는 4.51→4.68로 떨어졌다. 반면 40대 이상은 소폭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업난, 주거난 등이 20~30대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0대의 부채규모 증가도 문제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부채는 지난해 평균 2385만원으로 전년 대비 41.5% 늘었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또 전체 가구 부채에서 차지하는 20대 비중도 34.0%에 이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기회가 많은 사회에선 20대가 생활비 대출을 받아도 취업 후 빚을 갚으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신용등급을 올릴 기회가 적다”며 “지금은 빚은 많고 고용기회는 적은 사회다. 중소기업의 자산축적 프로그램 등을 확충해 고용을 늘리고 빚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생애 최초로 직장을 가지면 빚을 보다 쉽게 갚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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