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가봤니] 을지로 골목, 포근한 '아지트' 같은 숨은 카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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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약방 내부./사진=심혁주 기자

“손님들에게 은신처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동물들은 구석진 곳을 안전한 곳으로 생각하잖아요. 사람도 똑같지 않을까요?”

을지로 빌딩숲에서 조금만 걷다보면 ‘같은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노후화된 건물과 좁다란 골목길 사이사이 숨은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비오는 날이면 반대편에서 오는 우산과 아슬아슬하게 스칠만한 골목길로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손이 가는 카페들을 만나게 된다.

◆향수에 젖게 하는 고즈넉함, 커피한약방

커피한약방은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1분 거리에 있지만 처음 가는 이가 한번에 찾기란 쉽지 않다. 빗속을 뚫고 도착한 커피한약방은 구한말 시대로 이동한 듯한 이색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커피한약방 간판./사진=심혁주 기자

지도를 보고도 바로 앞에서 한참을 헤맨 기자는 커피한약방의 대표이사 강윤석씨에게 ‘매장이 너무 구석에 있다. 의도한 거냐‘는 투정 섞인 질문을 했다.

강씨는 대로변이 아닌 구석진 곳에 위치한 이유로 ‘포근함’을 꼽았다.

“동물들은 주로 구석진 곳을 은신처로 삼잖아요. 사람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보다 은신처 같이 포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잘 못 찾으시더라고요 그 점도 재밌어요. 보물찾기처럼. 하하.”

커피한약방이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은 이용고객의 연령대다. 점심시간엔 일반 카페처럼 직장인들로 북적이지만 직장인들이 빠진 오후에는 중장년층이 그 자리를 채운다.

커피한약방 강윤석 대표, 이벤트 홍보./사진=심혁주 기자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어르신들이 갈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의도했다고 밝혔다.

"요즘 카페문화는 젊은이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어르신들이 갈 장소는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부모님과 오시는 고객에게 어른들의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카페에 들렀다는 중년여성은 “이 카페를 오는 이유는 편안하기 때문”이라며 "커피도 맛있다"고 말했다.  

카페를 나오며 본 손님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여유가 묻어 있었다. 강 대표가 원하는 ‘어르신들의 공간‘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을지로 거리에 놓여있는 카페 '분카샤', 카페 '잔' 입간판./사진=심혁주 기자

을지로3가역을 지나 을지로 인쇄골목으로 들어가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카페들이 모여있다. 이 곳의 카페들은 대문짝만한 간판 대신에 자그마한 입간판으로 손님을 반긴다.

◆일본식 디저트 '후르츠산도' 카페 분카샤(文化社)

을지로 골목을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인쇄전문업체 위층에 다소곳이 위치한 카페 ‘분카샤‘가 보인다. 일본어로 문화사라는 뜻의 분카샤는 일본식 디저트 '후르츠산도'를 대표메뉴로 파는 곳이다.

분카샤 '후르츠산도'./사진=심혁주 기자

온통 흰색으로 꾸민 공간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분카샤의 대표는 “인쇄골목이 뜨기 전부터 꾸준히 손님이 많았다. 직장인은 물론 인스타그램을 제외한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외부 손님들도 많이 온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카페 분카샤 내부./사진=심혁주 기자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임에도 몇몇 테이블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들이 후르츠 산도를 즐기고 있었다.

◆낮에는 카페·밤에는 펍 '비밀스러운 아지트' 호텔수선화

'호텔수선화' 외부와 출입문./사진=심혁주 기자

분카샤에서 1분만 걸으면 ‘호텔수선화‘라는 카페가 나온다. 호텔수선화는 들어가기 전까지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카페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출입문마저 범상치 않은 느낌을 뿜어내던 이곳은 카페보다는 비밀스러운 ’아지트‘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호텔수선화 내부./사진=심혁주 기자

낮에는 카페, 밤에는 펍으로 운영하는 호텔수선화에 들어서자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접근성 때문인지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있던 손님은 주변의 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여성이었다.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쉬러 왔다고 전했다.

커피를 마시던 그는 "점심시간 만큼은 상사들을 피해 조용한 카페에서 쉬고 싶어서 왔다"며 웃었다. 

호텔수선화 내부, 음식./사진=심혁주 기자
  
잠시 쉴겸 이곳의 대표음식이라는 오픈 샌드위치와 패션후르츠 에이드를 주문했다. 점심을 먹었지만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무니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시원한 에이드를 삼키니 후덥지근한 날씨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을지로 골목 카페촌은 고층의 빌딩숲 사이에서 편안함과 휴식을 취하고 싶은 직장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기자도 직장 동료들과 이곳에 종종 들러 수다를 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생활경제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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