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확실한 것은 과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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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파인만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아인슈타인은 알아도 파인만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파인만은 20세기 가장 훌륭한 물리학자 중 한명이다. 다른 물리학의 대가들이 ‘천재’라면 파인만은 ‘마법사’라고 이야기한 사람도 있다. 한 독서클럽에서 파인만의 1963년 대중강연을 엮은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읽었다. 첫번째 강연의 제목이 바로 ‘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하여’다.

독서클럽에서 과학연구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과학의 확실성에 대해 사뭇 다른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학자는 과학을 불확실하고 미래의 변화에 열려있는 것으로 보는 반면 과학자가 아닌 사람은 과학을 확실한 것으로 파악한다. 과학에 대해 이처럼 반대의 인상을 갖는 것이 흥미롭다.

과학은 벽돌로 담장 쌓기다. 과학자는 다른 이가 쌓아놓은 담장의 맨 위에 자신만의 벽돌을 올리려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래의 벽돌과 아귀가 맞지 않는 엉뚱한 벽돌은 담장 위에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니 담장 여기저기 빈 구멍이 보인다. 살짝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부분이 있고 맞지 않는 벽돌을 억지로 끼워 넣은 곳도 있다.

과학은 구멍이 숭숭 뚫린 담장에 불완전한 벽돌을 계속 쌓아올리는 공동의 노력이다. 구멍 난 부분 때문에 결국 그 위 벽돌담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사실 과학자 사회는 열광한다. 무너짐은 과학 발전의 장애가 아니다. 구멍 난 부분을 수선할 좋은 기회다. 무너진 벽돌의 잔해를 치우고 다시 새 벽돌을 올리는 공동의 노력이 시작된다. 새 벽돌을 놓는 것뿐 아니라 남이 쌓은 담장의 구멍을 찾는 것도 훌륭한 과학 활동으로 여겨진다.

구멍 난 담장 위에 나만의 벽돌을 살짝 얹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이미 쌓인 벽돌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내가 얹은 벽돌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과학의 담장을 위에서 쳐다본 외부의 사람은 달리 생각한다. 담장의 높이에 감탄하면서 그 아래 놓인 구멍을 보지 못한다. 밖에서 본 과학의 담장은 완전하고 확실해 보인다. 사실 과학은 완전하지도 확실하지도 않다.

“과학은 확실한 정도가 제각각 다른 여러 진술의 집합체”라고 파인만은 이야기했다. 과학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 확실함을 향한 여럿의 부단한 열린 노력이다. 완벽한 확실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쌓아가지만 결코 완성할 수는 없는 무언가가 바로 과학이다. 과학의 벽돌 쌓기를 누구나 경험해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한 이야기가 정말로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과학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거다. 과학의 적은 불확실성이 아니다. 확실성이 바로 과학의 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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