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가 뜬다] 올드게임 성지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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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첨단기술의 홍수를 거슬러 투박한 옛 모습 '레트로'가 떠오른다. 레트로 열풍은 패션과 가전제품의 디자인 영역을 넘어 생활 전반에 빠르게 파고든다. 레트로 상품은 겉만 복고풍이고 속은 최첨으로 채워 또 하나의 경제적 가치를 실어나른다. <머니S>가 최근 마케팅의 키워드로 떠오르는 레트로 열풍을 추적했다. 레트로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고 복고에 열광하는 이들의 일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사진=박흥순 기자
건물 밖에서 바라본 외관은 평범한 커피숍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분위기가 다르다. 오래된 게임기기와 각종 게임팩들로 장식된 카페는 '조용한 내공'을 슬쩍 내비쳤다. 출입구 왼쪽에는 한눈에 봐도 '케케묵은' 게임기들이 구비돼 있다. 국내 올드게임팬들의 성지로 떠오른 '레트로카페 트레이더'의 첫인상이다.

이곳은 각종 언론매체에서 소개한 전국구 인기카페다. 최근에는 MBC 인기 예능 '나혼자산다'의 출연배우이자 '게임덕후'인 이시언이 찾아 화제가 됐다. 게임마니아들의 또 다른 성지인 국제전자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덕에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게임덕후들의 나들이 필수코스로 수년째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게임덕후의 천국 "반갑다 올드게임"

평일 점심쯤 방문한 레트로카페 트레이더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중년부부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미디어 노출이 잦다 보니 취재임을 밝혀도 크게 놀라는 기색이 없다. 마음껏 둘러보란다. 한국주(65)·홍필란(65) 부부는 이곳 사장 한대윤씨(38)의 부모다. 한씨가 현재 트레이더스 구매대행 회사에 재직 중이라 부부가 주로 가게를 봐주고 있다.

이곳이 게임카페임은 입장하자마자 알 수 있다. 북카페의 경우 구석구석 책이 즐비한 것처럼 여기는 온통 게임팩 천지다. 올드게임마니아라면 이곳이 천국이다. 카페 안에는 재믹스, PC엔진, 세가 메가드라이브, 닌텐도64, 패미컴, 슈퍼패미컴, 네오지오, 닌텐도 게임보이 등 올드게임기가 즐비하다. 

레트로카페 트레이더 내부 풍경./사진=김정훈 기자

벽장에 진열된 5000여가지의 올드게임팩과 일본어게임 가이드북, 각종 피규어를 구경하는 건 덤이다. 사장 한 씨가 오랜기간 정성 들여 수집한 게임과 아이템들이다. 일본어와 영어가 뒤섞인 올드게임 타이틀은 그림만으로 어떤 게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기자가 어릴 때 즐긴 '수퍼마리오'나 '록맨'같은 올드게임이 눈에 띄자 부지불식간에 '오오'라는 탄성이 나왔다.

놀라운 점은 가격이다. 레트로카페는 음료만 주문하면 시간제한 없이 올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기료와 임대료만 해도 만만치 않을 터. 왜 시간별 이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지 물어보니 어머니 홍씨는 아들의 운영 원칙이란다. "아들(사장)이 절대 이용료를 못받게 해요. 이곳이 오락실처럼 되는 게 싫다는 거지."

한씨는 유년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대형 게임동호회에서 만남을 갖던 중 회원들이 모이고 정보를 교류할 아지트가 필요하자 아예 직접 게임카페를 차렸다. 그곳이 바로 현재의 레트로카페다. 그는 이곳을 PC방처럼 이용료를 내고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닌 올드게임팬들의 쉼터처럼 만들고 싶었다. 특별히 이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 이유다.

기자가 직접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

기자도 올드게임 체험에 나섰다. 카페 입구쪽 대형오락기기가 눈에 띄었다. 이 기기는 해외에서 수백만원을 내고 들여온 것이란다. 기기에는 올드게임 수천여종이 탑재됐으며 취향에 맞는 게임을 골라 즐길 수 있다. 게임 마니아가 아닌 기자도 알법한 '스트리트파이터', 'WWF레슬링', '겔로그' 같은 게임이 수두룩했다.

평소 비디오콘솔게임 중 축구게임 정도만 즐기던 기자와 달리 동행한 친구는 최신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다. 평소 모바일게임은 물론 PC게임, 3D게임 등을 즐기는 친구가 '이런 오래된 게임에도 흥미를 느낄까'란 생각은 기우였다. 그는 평소 볼 수 없던 집중력을 선보이며 초당 수차례 속도로 버튼을 눌러댔다.

동행한 친구와 게임을 즐기던 중 뒤통수에 시선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은 직장인들이 진행 중인 게임화면을 응시한다. 게임기에 부착된 '다른 분을 위해 30분만 즐기고 양보를 부탁한다'는 공지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쳐다본 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게임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전게임팬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재믹스의 게임팩 '서커스'를 골랐다. 다이나믹한 최근 게임과 달리 진행방식이 꽤 심심하다. 그래도 묘한 반가움 때문일까. 옛 추억에 젖어 플레이 내내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게임기기마다 플레이 방법이 부착돼 초보손님도 손쉽게 할 수 있다. 단 모든 게임은 헤드셋을 끼고 플레이하니 게임 중 지나친 비명(?)은 곤란하다. 게임기 자리가 만석이면 미니겜보이를 대여해 앉은 자리에서 즐길 수도 있다. 

평일 낮이라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음료만 주문하고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도 많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2~3번 이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박모씨(33·남)는 "다양한 올드게임을 즐길 카페가 직장 근처에 있어 좋다"며 "대전 게임으로 커피내기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게임에 너무 열중해 기자가 말 붙이기 어려운 직장인도 많았다. 어렵게 말을 건넨 직장인 정모씨(31·남)와 일행은 "올드게임은 인터넷에서 구매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꼭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곳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집에서 혼자하면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 여러사람이 같이 와 버튼을 두드리고 소리치며 하는 것이 올드게임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레트로카페 내부 피규어와 게임팩, 메뉴판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올드게임 통해 '즐거웠던 그 시절' 소환

이곳은 게임성지답게 국내 올드게임 동호회 정모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게임팩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며 구매가 어려운 희귀 게임도 구할 수 있어 마니아들의 주 거래처로 통용된다. 고객은 주로 지방에서 많이 찾아온다. 전국에 이런 올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드물다 보니 레트로카페에 마니아가 몰린다.

인근에 각종 게임팩을 살 수 있는 국제전자센터가 있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가게를 봐주는 한씨 부모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한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오는 등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고 자랑했다.

"아무래도 평일보다 주말에 손님이 많지. 특히 오후 2시부터 5시는 손님이 몰려서 우리도 힘들어. 저녁시간으로 분산되면 손님도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고 우리도 좀 편하고 참 좋겠다고 생각하지."

VR카페, 방탈출카페, 플레이스테이션방, PC방 등 놀거리가 많아진 요즘, 올드게임카페의 인기가 꾸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는 "이곳에 와서 추억을 사는 거지. 올드게임만이 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라고 말한다. 지금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게임들에 우리는 왜 그렇게 열광했던 것일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모바일게임에 열중해 있는 직장인들을 보며 정답을 조금은 유추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레트로' 문화를 통해 그때 그 시절, 천진난만했던 '나'를 찾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함께 동행했던 친구에게 게임할 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물었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 둘다 웃고 있었지 아마."

[유통가 레트로 마케팅은?] 헤리티지 마케팅, '호빵의 추억'

삼립호빵 과거 광고 모습./사진=SPC
삼립호빵 상품 모습.
대형 유통회사들은 몇년 전부터 자사 제품에 레트로를 입힌다. 스테디셀러 제품에 옛 감성을 입혀 추억에 호소하는 레트로 마케팅을 구사한다. 70년 역사의 SPC삼립은 장수제품이 많다 보니 아예 레트로 마케팅이 회사의 주 전략이 됐다. 

"찬 바람이 싸늘하게~"로 시작하는 광고음악으로 유명한 SPC삼립 호빵은 1971년 10월, 첫 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58억개가 팔리며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매콤한 닭강정, 맥액치즈 등을 넣은 호빵을 선보이며 또 다른 열풍을 기대하고 있다.

이승우 SPC삼립 베이커리마케팅실장은 "호빵 제품은 첫 선을 보일 당시 단팥과 야채 두종류뿐이었다"며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김치, 해물 등 새로운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립 내 주요 제품들이 대부분 장수제품이라 자연스럽게 레트로 마케팅으로 전환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974년 론칭해 45년째 사랑받고 있는 면 전문 브랜드 '하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특유의 담백한 맛과 간편한 조리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또 국내 트렌드에 맞게 ‘한국식 옛날 김맛우동’, ‘사누끼식 가쓰오우동’, ‘삿포로식 매콤우동’ 등 우동 제품뿐만 아니라 중화면, 스파게티 카테고리까지 제품라인업을 확장했다. 기존 브랜드 하이면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내용을 확장해 얻은 성과다. 최근에는 소비자 편의성을 강조한 용기 해장면 2종도 내놨다.

이 실장은 "SPC삼립은 단순히 추억의 맛과 기억에 소구하는 레트로 마케팅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가치, 역사와 전통,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등을 아우르는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며 "70여년 동안 축적한 맛에 대한 노하우와 품질, 철학 등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앞으로 리뉴얼, 협업 등을 통해 브랜드를 꾸준히 증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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