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대변혁] 지금 지구촌은 ‘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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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 대변혁이 임박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도 예고됐다. 대대적인 개혁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바라보는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 차이가 크다. <머니S>가 달라지는 노동시장과 기업의 대응, 근로자 입장을 들어봤다. 나아가 선진국 사례를 통해 글로벌 노동시장 트렌드를 살펴봤다.<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1933년 “생산방식의 급격한 발달은 과잉생산을 불러오고 이는 대량실업의 발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1926년 미국의 기업가 헨리 포드는 포드자동차의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했다. 근로시간이 줄었음에도 임금삭감은 없었다. 헨리 포드는 “노동자에게 여가란 낭비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의 시각은 한세기 가까이 지난 최근 글로벌 노동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의 노동시장은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독일은 올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 28시간으로 단축했다.

◆유럽 “주당 40시간 근로도 많다”

한국 노동계는 오는 7월 주 52시간 도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은 이미 주당 근로시간 40시간 미만에 진입했다.

근로시간 단축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은 이미 1993년 연장근무를 포함한 주당 근로시간을 최장 48시간으로 제한했다. 유럽에서 근로시간이 긴 축에 속하는 남부 유럽의 포르투갈과 그리스도 1990년대 말 주당 근로시간을 40~42시간으로 제한했다. 20년이 흐른 현재 유럽은 이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업혁명 초기인 1803년 프랑스의 연간 근로시간은 3000시간에 달했지만 200여년이 지난 1996년에는 1600시간으로 반토막 났다. 프랑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근로시간을 더 줄였다. 그 결과 2016년 프랑스의 근로시간은 1472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일을 적게 하는 국가가 됐다. 이런 현상은 비단 프랑스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근로시간을 줄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근로현황을 살펴보면 근로시간 감축이 글로벌 트렌드임을 알 수 있다. 2016년 기준 OECD 국가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763시간으로 2015년 1766시간에서 3시간 줄었고 2014년 1770시간보다 7시간 줄었다. 세계 각국의 근로시간 감축은 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은 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일까.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이들은 노동자의 건강 배려를 꼽는다. 국제적으로는 주당 48시간 이상 일을 할 경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본다. 일은 이중성을 지닌다. 인간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일을 통해 경제적인 수입 이외에도 경험, 인간관계 등 다양한 성취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과도한 업무는 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해치고 때에 따라서는 우울증 등의 정신 문제도 야기한다. 또 직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혹은 성과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 벌어지는 경쟁을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병원 요아힘 바우어 교수는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번아웃 시대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에서 “(과도한 업무는) 외부환경, 우리 자신, 타인과 주변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며 “근로시간을 현재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남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나 쿠테 영국 신경제재단 수석연구위원은 ‘주당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10가지 이유’를 통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은 시간을 무급 가사노동에 쏟고 있는데 주당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일을 둘러싼 성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연간 근로 현황. /자료=OECD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부는 변화

아시아에서 한국 못지 않게 장시간 근로로 악명높은 일본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로사를 지칭하는 용어인 ‘가로시’(Karoshi)가 2002년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고 급기야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일본사회는 정부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본 1·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나흘 중 하루는 반드시 쉬도록 했다. 3위 업체 소프트뱅크는 1월1일 전국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식당 체인인 오오토야는 지난해 12월31일과 올해 1월1일 휴무 점포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또 다른 식당 체인 로열호스트도 연말연시 기간 중 전체 매장의 90%가 문을 닫았다. 적당히 쉬면서 일하자는 취지다.

일본 노동정책연구기구에 따르면 일본 직장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729시간으로 주요 선진국 중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입직원들이 2~3군데 동시에 합격하고 마음만 먹으면 이직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 조성되면서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도 여러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아이들이 학교 간 틈을 이용해 주부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 정부는 인센티브를 아끼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업무환경 개선, 실업률 감소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세계 노동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의 트렌드와 방향이 같지만 사회적 타협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대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공정거래위원장)은 “노사관계에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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