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생명 품은 습지가 머금은 이야기꽃

버드나무 신록 뒤 도깨비불 춤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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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동화'가 있는 곳
한국관광공사 추천 '6월 가볼 만한 곳'


물은 머금은 운곡습지와 버드나무.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버드나무, 왕버들, 선버들, 갯버들, 능수버들, 수양버들…. 습지에는 버드나무류만도 여럿이다. 버드나무와 습지를 짝지은 대표적인 풍광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연출한 몽환적인 장면이다. 뭍과 물의 경계가 모호한 습지는 현실과 이상을 성찰하는 장으로 기억된다.       

습기 많은 땅은 생명의 보고다. 물가서 자란 탓에 버드나무는 잘 썩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둥치 어디쯤의 크고작은 구멍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이 구멍은 또 옛 얘기의 원천이기도 했다. ‘도깨비불’이나 ‘혼불’ 얘기다. 버느나무와 새 배설물의 인 성분이 습지의 물기를 만난 화학현상이다. 막상 둥둥 떠다니는 불빛을 만나면 여전히 모골이 송연하다. 


습지는 생태관광의 큰 뿌리다. 생물지리학적 특징과 희귀동식물 서식지로서 보존 가치가 큰 곳은 국제협약에 따라 람사르습지에 이름을 올린다. 현재 국내에선 22개 습지(2016년 6월 기준)가 등재됐다.

한국관광공사가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이 중 6곳을 꼽았다. 내륙습지 5곳과 연안습지 1곳이다. 대암산 용늪(강원 인제), 두웅습지(충남 태안), 무안갯벌(전남 무안), 운곡습지(전북 고창), 1100고지·동백동산 습지(제주), 우포늪(경남 창녕)이다.

◆한국 람사르습지 1호 ‘인제 대암산 용늪’

대암산 용늪과 생태 탐방로.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에는 한국 람사르습지 1호가 있다. 대암산(1304m) 정상 인근에 자리 잡은 용늪이 그 주인공. 용늪은 국내서 유일한 고층습원(식물군락이 발달한 산정 습지)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대한민국 최초로 람사르습지에 이름을 올렸다.

용늪은 ‘승천하는 용이 잠시 쉬었다 간다’라는 전설을 품었다. 용늪 탐방은 대암산 동쪽의 인제군과 서쪽의 양구군 등 두곳에서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차량으로 용늪 입구까지 이동하는 인제읍 가아리 코스가 좋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용늪을 둘러보고 대암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용늪을 품은 인제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은 DMZ 일원의 생태계와 역사, 문화를 보존해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연구·교육기관이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 소양강을 이루는 자리에 조선 시대 정자인 합강정이, 인제읍을 가로지르는 소양강 변에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박인환문학관이 나란히 있다.

◆사구를 지키는 습지의 힘 ‘태안 두웅습지’

두웅습지 해설을 들으며 데크길을 걷는 탐방객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두웅습지는 숨은 보배다. 규모가 작은 탓에 찾는 이가 드물어서다. 겉보기엔 흔한 시골 저수지 같지만 신두리해안사구의 배후습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두리해안사구의 지하수가 두웅습지 바닥과 연결돼 습지가 오염되거나 파괴되면 신두리해안사구까지 영향이 미친다. 이 같은 지형적 중요성과 희귀 동식물 서식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이곳의 마스코트는 멸종 위기종인 금개구리다. 또 모래에 함정을 만들어 개미나 곤충을 잡아먹는 개미귀신은 두웅습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다. 해설사가 상주하니 습지 해설을 반드시 들어볼 것. 신두리사구센터 전시실에 마련된 두웅습지 코너를 미리 챙겨보자.

태안의 6월은 눈부신 해변과 향기로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신두리해안사구에 해당화가 만발하고 천리포수목원에는 작약과 수국, 아이리스가 탐스럽다. 초여름부터 피서객이 찾아드는 만리포해수욕장, 태안1경으로 꼽히는 백화산, 백제 불상이 맞아주는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도 인상적이다.

◆꼼지락대는 생명을 잉태한 ‘무안갯벌’

무안황토갯벌랜드와 무안갯벌 전경.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남 무안갯벌은 드넓고 비옥하다. 황토를 머금은 갯벌은 언뜻언뜻 붉은빛이다.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무안갯벌은 2001년 환경부 ‘습지보호지역 1호’에 이름을 올렸다.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습지와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무안갯벌의 대표 공간은 해제반도가 칠산바다를 품에 안은 함평만(함해만)이다. 갯벌은 흰발농게를 비롯한 갯벌 생명체의 보금자리이자 물새의 서식처다. 생태갯벌과학관에서 갯벌의 소중한 가치를 공유한 덕분에 무안갯벌 위로 이어진 탐방로와 갯벌체험학습장에서 다양한 갯벌 생물을 만난다.

이밖에 갯벌낙지등대로 유명한 도리포, 천연기념물 211호로 지정된 용월리 백로와 왜가리 번식지,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무안식영정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 ‘고창 운곡습지’

운곡습지 탐방로.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자연은 스스로 피어난다. 고창 운곡습지에 필요한 건 무관심이었다. 사람 발길이 끊기고 30여년이 지난 2011년 버려진 경작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꽉 막힌 대지에 물이 스며들고 생태가 살아났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자동차로 약 8분이면 생태계의 보고, 운곡습지다.

고속도로에서 상상할 수 없던 호젓한 숲길과 원시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헤쳐 물고기를 잡아 먹으면서 이곳이 자신들의 삶터라고 주장한다. 총 860여종에 이르는 생물이 서식하는 운곡습지는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창고인돌박물관도 놓칠 수 없다. 또 지역 농민과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상하농원, 글 모르는 할머니도 책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책마을해리도 찾아보자.

◆깊은 숲속 ‘제주 1100고지·동백동산 습지’

한라산이 품은 1100고지 습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2009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제주 1100고지 습지는 대자연이 빚은 하늘정원이다. 초지와 습지, 바위, 울창한 숲이 뒤엉켜 거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낸다. 생태섬과 지의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탐방로가 길지 않아 둘러보는 데 30~40분이면 충분하다.

동백동산 습지는 제주에서 네번째로 지정된 람사르습지다. 독특한 곶자왈 생태에 숲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깃들었다. 잔잔한 연못 같은 먼물깍에 닿으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금세 동화된다.

1100고지 습지 탐방 후 거린사슴전망대에서 서귀포 앞바다와 시내를 한눈에 담아보자. 녹차 밭을 거닐고 차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한국 전통 공예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한 본태박물관은 주변 경관마저 예술품처럼 만든다. 끝수 2·7일마다 장이 서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도 있다.

◆세계적인 생태 천국 ‘창녕 우포늪’

쪽지벌과 산밖벌을 잇는 우포늪 출렁다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경남 창녕 우포늪은 국내 최대 자연 내륙 습지다. 담수 규모가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늪에 1000여종 이상의 생명체가 서식한다. 1998년 람사르습지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등 4개 자연 늪과 2017년 복원사업으로 조성한 산밖벌까지 ‘3포 2벌’로 나뉜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시작하는 우포늪생명길(8.7㎞)을 이용해 돌아볼 수 있다.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다. 외국인은 우포늪생태관에 예약하면 영어와 일본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창녕 읍내에는 문화재가 많다. 조선시대 석빙고,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 통일신라 술정리 동·서 삼층석탑,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 있다. 화왕산 관룡사의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을 모신 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정웅 parkjo@mt.co.kr

공공 및 민간정책, 여행, 레저스포츠 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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