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대변혁] '덩치' 작을수록 쌓이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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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 대변혁이 임박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도 예고됐다. 대대적인 개혁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바라보는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 차이가 크다. <머니S>가 달라지는 노동시장과 기업의 대응, 근로자 입장을 들어봤다. 나아가 선진국 사례를 통해 글로벌 노동시장 트렌드를 살펴봤다.<편집자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두 번째)이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요청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1.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부터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무에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한다.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해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효율적인 근무문화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2. 중견가구업체인 한샘은 올해부터 직원 개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도입·운영 중이다. 또한 업무 종료 10분 전 사내방송, 출·퇴근 통근버스 운영 등으로 정시퇴근을 적극 권장해 야근을 줄이고 있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예행연습에 나섰다. 새로운 근로형태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제도 시행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임직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보장함으로써 ‘일하고 싶은 직장’ 문화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예행연습 나선 대·중견기업

각 기업은 일찌감치 효율적인 유연근무제도를 운영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3월부터는 전 생산직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SK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운영한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2주 80시간 근무를 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고 GS칼텍스도 ‘야근 전면 금지’와 퇴근시간이 지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를 시행해 주 40시간 근로를 준수하는 업무시스템을 도입한다.

두산은 이달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전계열사로 확대한다. 중견기업인 청호나이스도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위메프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임직원의 실질 급여 감소 등 부작용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기존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

재계 대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지원 중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관계자 2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워크 도입전략 세미나’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효율적인 근로환경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기업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라인 / 사진=삼성전자
가전업체 A사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경우 특정 시기나 계절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생산량을 맞추려면 추가근무 등이 불가피하다”며 “일괄적으로 1주에 52시간 근무를 시행하기보다는 업종이나 현장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 역시 “일부 부서의 경우 신제품 출시 기한을 맞추려면 정해진 일과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같은 회사라도 부서나 직무별로 근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 근로시간 기준을 폭넓게 운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막한 중소기업

적극적으로 예행연습에 나선 대·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채용난이 고착화될 정도로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환경 변화에 대비한 예행연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지만 중소기업도 2~3년 안에 적용받는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오산 소재 C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C사 관계자는 “원청의 납기일에 맞추려면 지금도 추가근무가 불가피한데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인력을 늘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구직자가 많아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가늠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중소기업의 평균 부족 인력은 6.1명이며 현재 대비 생산차질은 20.3% 수준, 근로자 임금은 월평균 247만1000원에서 220만원으로 27만1000원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은 현재도 인력난을 겪고 있고 신규 충원도 원하는 만큼 하기 어려워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한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며 “주문 물량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게 초과근로의 주된 원인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면 이런 구조적 어려움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어려움은 더하다. 스테인리스스틸을 생산하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D사는 사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수가 총 5명인 영세업체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노동환경 변화로 경영부담이 크지만 인력 조정 등의 대안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D사 관계자는 “우리 같은 소회사는 직원 한명당 담당하는 일이 많고 업무 구분이 명확해 누군가 빠질 경우 대체할 인력이 없어 업무 자체가 마비된다”며 “증원은커녕 감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인원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이 1~3명에 불과한 이 근처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영세업체들의 현실을 파악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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