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치는 '보험료 카드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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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DB
정부가 소비자 편의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보험료 카드결제 범위 확대가 답보상태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카드·보험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카드결제 범위 확대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수료율을 놓고 보험사와 카드사가 이견을 보여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수수료율 부담에 기존 카드결제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1회차 납부 시에만 카드결제를 적용하고 납부 시 일일이 고객센터를 통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등 소비자편익은 뒷전이 된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최근 카드결제 범위를 축소한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 점검에 나섰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결제범위 더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우선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사퇴한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카드결제 부분이 원활하게 해결되도록 협의체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의체는 8차례나 만나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수수료율에 관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보험료 카드결제 시 보험사는 결제금액의 2.2~2.3%를 수수료로 카드사에 내야 한다. 예컨대 A가입자가 월 보험료 1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보험사는 해당카드사에 2000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보험사는 바로 이 수수료율의 조정을 원했지만 카드업계는 '인하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협의체에 참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협의에서 보험사 측은 1% 수준의 수수료율을 원했지만 카드사쪽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1% 수준의 수수료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홍보부족으로 고객들도 신용카드 보험료 납부가 가능한지 잘 모르는 상태"라며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내는 고객 비중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소비자들만 카드실적 채우기 차원에서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한다”며 “ 우리도 이걸로 수익을 내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구조는 물론, 상품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생·손보사들의 실적이 나란히 하락하며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료 카드 결제 범위가 확대되면 부담해야 할 수수료 액수가 커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보험료 납부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소비자는 보험료를 현금과 카드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었다. 이후 보험사들의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자 금융위원회는 2010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을 통해 카드납부를 업계 자율로 정하도록 했다. 강제로 보험료를 카드로 받으라고 권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동이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카드결제 시에도 매월 승인요청을 해야 하는 등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실정이다. 전체 보험료 가운데 카드납부 비중은 2016년 기준 평균 9.7%다. 2013년부터 8~9%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승세긴 하지만 전체보험료 대비 비중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생보사 전체보험료(104조3411억원) 중 카드납 비중은 2.2%(2조2829억원)였으며 손보사는 전체보험료(82조8690억원) 중 카드납부 비중이 19.1%(15조8417억원)였다. 연간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이 포함된 손해보험 비중을 줄이면 9.7%의 카드납부 평균수치는 더욱 줄어든다.

생보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25개 생보사 가운데 보험료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은 16개사다. 카드납부가 가능한 16개사는 삼성생명, 흥국생명, 신한생명, 현대라이프생명, KB생명, DGB생명, 미래에셋생명, 농협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하나생명, 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 처브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다.

16개사 중 13개사는 특정 카드로만 결제되거나 '변액보험을 제외한 보장성보험 전체', 'TM, 인터넷 전용상품', '순수보장성보험', DM채널 전용 등 카드납부에 상품·채널별로 제한을 둔 상태다. 이 중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3월 대면 채널의 초회보험료 카드납부를 중단했고 비대면채널만 카드결제를 받고 있다. KDB생명을 비롯해 카드결제를 허용하던 일부 보험사는 아예 2016년부터 결제서비스를 없앴다. 일부 생보사도 카드결제 채널축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수수료 부담에 신용카드 결제 범위를 확대하기는커녕 점차 축소하는 실정이다.

◆카드결제 '한번'은 되고 '두번'은 안된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받을 때 1회차는 카드결제를 허용하지만 2회차부터 거절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1회차 보험료 납부 시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카드결제를 통해 '일단 가입시키고 보자' 식의 보험사 꼼수로 비춰질 수 있다. 2회차부터 신용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행위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민연금 등 4대보험도 카드결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보험사들만 고집을 부리는 상황"이라며 "카드수수료가 아까워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보험사는 신용카드 자동결제시스템도 미구축해 소비자가 매월 납입일에 전화나 창구방문을 통해 카드결제를 신청하도록 했다. 카드납부를 불편하게 해 결제활용률을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측은 "카카오페이 등 결제시스템 편의성을 대폭 확대해 소비자 편의성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결제가 아닌 계좌이체 서비스여서 사안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최근 다시 칼을 빼들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특정 보험상품이나 모집채널에서 신용카드 납입을 제한하는 등 카드결제의 편의성을 낮춘 보험사를 대상으로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결과를 오는 7월까지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일부 보험사는 카드결제 수수료를 설계사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하반기에 보험료 카드결제를 협의체와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큰 상황에서 당국이 보험료 카드결제에 대한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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