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대변혁] 셈법 복잡해진 ‘3차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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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 대변혁이 임박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도 예고됐다. 대대적인 개혁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바라보는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 차이가 크다. <머니S>가 달라지는 노동시장과 기업의 대응, 근로자 입장을 들어봤다. 나아가 선진국 사례를 통해 글로벌 노동시장 트렌드를 살펴봤다.<편집자주>


다음달 1일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우선 적용되지만 소규모 사업장도 3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따라야 한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및 산입범위 논란까지 더해지며 2004년 주 5일 근무제 시행 당시와 맞먹는 대대적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이를 바라보는 기업과 근로자의 셈법은 복잡하다. 누군가 이득을 보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쪽도 있기 마련이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한 덧셈과 뺄셈이 아닌 3차방정식이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저녁이 있는 삶’ 가능할까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와 과로에서 벗어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저녁이 있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은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다.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표준근로 40시간, 야간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해 총 68시간이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휴일근로가 인정되지 않아 주 52시간 근로제를 준수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다음달 1일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개정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근로자가 원해서 연장근로를 자처하더라도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근로시간이 실효적으로 단축되면 현재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103만명의 평균 근로시간이 최소 6.9시간 감소하고 14만~1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산업재해율은 낮아지는 반면 근로생산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이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물론 장시간 근로를 하지 않게 되면서 피로도가 줄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생산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여가생활이 늘어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은 고용 유지·창출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증가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으로 내수가 진작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모든 근로자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추가고용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시 퇴근이 가능해 바뀐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될 확률이 높다. 실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 디스플레이 등 일부 대기업은 일찌감치 유연근무제·자율출퇴근제를 적용하는 등 정부 방침에 선제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대기업 근로자가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사업장 인원을 300인 미만으로 맞추기 위한 기업분리, 퇴근카드 찍은 후 야근, 퇴근 후 집에서 업무처리 강요 등 각종 꼼수가 판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견기업 직원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없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주 52시간에 맞춰 회사에서 일을 마친 뒤 회사 밖에서 야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퇴근을 앞두고 보고서 작성 등 일거리를 주면 일을 마무리짓기 위해 집에서라도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나쁘다. 유예기간이 있긴 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으로 떨어진 생산성을 메울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 기업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25일부터 5월4일까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 시 예상되는 애로사항으로 ‘가동률 저하에 따른 생산 차질과 납기 준수 곤란’(31.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해져 20%가량 생산이 줄고 근로자의 임금도 월평균 27만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들은 대처 방안으로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인력 충원 고려’(25.3%), ‘별다른 대책 없이 생산량 축소 감수’(20.9%) 등의 답변을 내놨다.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는 근로시간 축소에 따라 줄어드는 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추가로 하는 등 이른바 투잡족이 되면서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할 거란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을 반대하는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 논란도 진행형

여기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정부의 급여 인상 드라이브도 근로환경의 대변혁을 가속화한다. 특히 지난달 28일 1개월 주기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비·교통비까지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연소득 2500만원 이하 저임금 근로자 중에선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이 그대로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비정규 근로자를 포함한 21만6000명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제외 기준을 넘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치열한 갈등을 예고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 전원 사퇴 및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 선언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경영계에선 상여금 25%와 복리후생비 일부만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산입범위 추가 확대를 주장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대폭 상승에 따른 유의미한 영향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은 초과근로 감소로 인해 임금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부는 근로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주 5일제가 도입될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결국 산업현장에 잘 안착됐다”며 “주 최대 52시간 근로제가 현장에 자리 잡을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노사협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논의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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