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모아나' 숨쉬는 남태평양의 천국 사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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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을 주름잡던 용사들의 터전
원시의 바다 건너 정착한 항해가 후손들이 사는 곳


“바다를 비추는 눈부신 저 빛이 난 궁금해, 그 비밀이.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네. 알고 싶어, 수평선 너머 뭐가 있을까. 밤하늘 맞닿은 저 곳이 날 불러. 그 누구도 모르는 곳. 바다에 나가면 바람이 도와주지. 난 갈 거야 떠날 거야”디즈니 영화 '모아나' OST '언젠가 떠날 거야'(How Far I’ll Go) 부분 

사모아 사바이이 섬의 알로파아가(Alofaaga) 블로우 홀. 파도가 치면 20m 높이의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에메랄드 빛, 이런 수식어로는 색이 주는 감동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바다. 손바닥만한 섬에 야자나무 덩그러니 3그루가 얹혀진, 마치 그림 같은 풍광. 불에 달궈진 돌 위에 코코넛밀크를 품고 익는 랍스터. 밤의 해변을 밝히는 불춤과 당당하면서도 눈부신 미소를 지닌 이들. 바로 남태평양의 섬, 사모아(Samoa)의 풍경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과거 바다를 주릅잡았던 사모아 사람들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 물론 '모아나'는 사모아 외에 하와이나 뉴질랜드, 폴리네시아 지역의 문화와 전승을 혼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여주인공 모아나가 아버지(투이)의 뒤를 이어 족장이 되는 것을 보면 결국 '모아나'의 배경은 사모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남태평양의 섬에서 여족장 전통을 가진 데가 사모아뿐이어서다. 현재 사모아에 거주하는 1만7000여명의 족장 중 대략 10%가 여성이다.

◆타고난 항해사, '모아나'의 후손

우폴루 섬 씨브리즈(Seabreeze) 리조트에서 본 해안 풍경.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하와이와 뉴질랜드, 그리고 이스터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라파누이섬을 잇는 커다란 삼각형에는 1000개 이상의 섬들이 존재한다. 이 지역을 가리켜 폴리네시아라 하는데 그리스어 '폴리'(많은)와 '네시아'(섬들)가 합쳐진 말이다. 이 중 사모아는 '폴리네시아의 심장'으로 불린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고 다른 섬으로 건너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서다.

사모아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3500여년 전이다. 아시아에서 파푸아뉴기니를 거쳐 이주해온 용감한 항해자들이 이 섬에 터를 잡은 것. 이를테면 모아나의 스토리와 엇비슷하다. 일부에선 이들이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남미에서 왔을 것이라고 했지만 유전자 비교분석을 바탕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 아시아에서 출발했음이 확인됐다. 다시 말해 해류와 바람을 거슬러 항해하는 숙련된 뱃사람들이었다는 얘기다.

사모아의 전통 문신을 한 남성. 문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타투(Tatoo)는 사모아어 타타우(Tatau)에서 유래했다.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사모아 사람들 스스로가 이런 학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이들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몸집이다. '모아나' 투이와 반신반인 마우이가 대표적인 경우다. 사모아인은 세상에서 영양분을 지방으로 가장 잘 축적하는 체질을 타고난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먼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영양분을 최대한 체내에 축적, 유사시를 대비했던 선조들의 형질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책 없는 비만인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세계 럭비리그와 미국 미식축구, 격투기계를 호령하는 선수 중에 유독 사모아 출신이 많다. 인구가 고작 20만여명인 작은 나라에서 스포츠 스타가 나타나는 비율은 가히 경이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프로레슬링 선수를 거쳐 영화배우로 활동 중인 드웨인 존슨, 일명 '더 락'이 있다.

사모아 남자들의 전통 춤, 시바 타우(Siva Tau). 전쟁을 시작하기 전, 상대를 위협하고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추던 춤이 이제는 사모아의 관광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투이나 마우이 등 '모아나'의 남성들은 문신을 했다. 문신은 뛰어난 항해술과 전투력을 가진 사모아 남성의 상징으로 인내와 용맹을 대변한다. 문신을 뜻하는 타투(Tatoo)는 사모아 말인 타타우(Tatau)가 어원이다. 사실상 타투의 종주국인 셈이다. 남성의 문신은 모두 12개의 파트로 나뉜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대로 하기 때문에 한 파트를 새기는 데만 꼬박 4시간 이상 걸린다. 그래서 전체 문신을 완성한 이는 일생일대의 시련을 이겨낸 용사로 존경을 받는다. 반면 완성치 못한 경우엔 가문의 수치로 업신여김을 감내해야 한다.

◆칵테일새우보다 흔한 랍스터 요리 

우폴루 섬 랄로마누(Lalomanu) 해변의 석양 .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사모아는 크게 동쪽 우폴루(Upolu)와 서쪽 사바이이(Savai'i)로 나뉜다. 마치 동도와 서도로 나뉜 독도와 같은 형국이다. 수도인 아피아는 우폴루에 있고 섬 크기는 사바이이가 더 크다.

사모아 여행팁. 잘 정비된 리조트에서 힐링을 하고 싶다면 우폴루가 좋겠다. 또 좀 더 깊은 자연을 원한다면 사바이이를 추천한다. 사바이이는 그만큼 개발이 더뎌서다. 남태평양의 다른 섬과 비교했을 때 우폴루의 리조트는 피지나 하와이보다 저렴하면서 한적하다. 풍경은 오히려 더 뛰어난 듯하다. 가령 랍스터를 칵테일새우쯤으로 여기는 호텔 뷔페의 클래스는 자못 호기롭다. 저녁시간 파이어 댄스는 사모아 사람들의 호쾌한 기상과 섬세한 손재주를 동시에 보여준다. 타히티 등 인근 지역의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우폴루 섬 아가 리프(Aga Reef) 리조트에서 본 밤하늘. 남반구의 밤하늘은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별자리들로 가득하다.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우폴루 명소는 사모아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컬처럴 빌리지(Samoa Cultural Village)다. 멀베리 나무껍질로 만드는 전통 천인 시아포(Sia'po) 공예, 불에 달군 돌에 타로 열매와 코코넛밀크로 맛을 낸 랍스터를 올린 우무(Umu) 요리, 손님을 환영하는 전통행사인 아바('Ava) 의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때가 맞으면 전통 타투를 시술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토 수아 오션 트렌치(To Sua Ocean Trench). 용암이 흘러나가며 형성된, 바다와 연결된 L자형 터널에 바닷물이 고여들어 천연 풀장이 만들어졌다. 사다리의 높이만 약 30m. 강심장을 지닌 여행자들은 사다리 꼭대기에서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또 우폴루 남동쪽의 토 수아 오션 트렌치(To Sua Ocean Trench)를 빼놓을 수 없다. 용암이 흘러나가 형성된 L자형의 동굴에 바닷물이 차오른 50m 깊이의 천연 해수풀장이다. 원시적인 사다리를 타고 수면으로 내려가면 물의 흐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잔잔한 바닷물의 움직임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올려다본 구멍 위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은 이곳이 우리가 알던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의 한 가운데임을 알게 해준다.

사바이이의 남쪽에는 토 수아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용암동굴들이 있다. 파도가 치면 마치 수면으로 올라온 고래처럼 물기둥을 힘차게 내뿜는 곳이다. 이중 알로파아가라는 이름의 블로우 홀(Blow Hole)은 물기둥 높이만 약 20m다. 만약 사진을 찍겠다고 무턱대고 다가섰다간 물벼락 세례쯤은 감수해야 한다.

불에 달군 돌을 이용한 사모아의 전통 요리, 우무(Umu)를 만드는 모습. 우무는 익히는 데 2시간이 걸리는 사모아의 슬로우 푸드로, 원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사진=전명진 사진작가

망망대해를 건너온 이들이 발견한, 더없이 행복에 겨웠을 천국의 풍경. 조금은 더 특별한 여름 휴가지로 괌, 사이판, 보라카이, 몰디브, 팔라우가 식상하거나 성에 차지 않다면 <모아나>가 기다리는 사모아로 떠나보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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