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이란리스크, ‘수주잭팟’ 신기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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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으로 한때 국내 대형건설사의 잭팟으로 불리던 ‘이란드림’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다. 대림산업이 수주한 2조2000억원 규모의 이란 정유공장 공사계약이 해지되자 건설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대내적으로는 최근 몇년간 지속되는 주택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해외사업 의존도가 높아졌다. 주택 공급과잉과 집값급등, 정부규제 등으로 당분간 분양사업이 위축될 전망이어서 해외건설만이 살 길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건설 성격상 현지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고 수주부터 실제 준공과 매출발생 시점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돼 보다 강화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해외건설협회

◆확산되는 이란사업 무산 여파

이번 대림산업의 계약취소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이란제재가 완벽히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이 체결돼 금융조달이 어려운 데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란드림은 201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순방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부기관들은 이란에 인프라 건설자금을 빌려주고 한국 건설사가 사업을 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설업계는 총 52조원 규모의 수주잭팟을 터뜨리면서 기대감이 부풀었다.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은 총 6조원 규모의 초대형공사를 수주했고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 해외사업 경험이 있는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현지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란의 미사일 발사시험을 계기로 미국과의 경제거래 금지를 발표하는 등 제재수위를 높이면서 수주 확대를 기대했던 건설시장은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때 현실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았다”면서 “미국의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라서 금융조달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달러화 사용이 불가능해 수출대금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해외사업 문제점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 경기가 침체되거나 현지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 수주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 해외실적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핵심시장이다. 그러나 중동 경기가 침체되고 자국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건설사들이 저가 공사에 나서면서 수주를 절반 이상 빼앗겼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건설사가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은 37억달러(약 3조9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급감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 인프라사업에 대한 국내 건설사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졌지만 이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리스크가 매우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건설공사는 기간이 최소 2~3년으로 길어서 매출을 미리 반영하는 미청구공사로 인해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올 초 모로코 복합화력발전소 공사현장의 기자재 비용이 발생하며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이 사실이 확인된 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던 호반건설과의 매각협상도 결렬됐다.

◆체계적이지 않은 리스크관리

중동 수주 급감으로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가 운영하는 리스크관리 체계와 운영범위가 글로벌 건설기업의 수준과 상당히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해외사업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키우려면 수주단계와 수행단계 등을 세분화하고 조사·분석을 통해 글로벌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적절한 대안이다.

유위성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실제 사업에서는 실무자의 주관적·경험적 정보에 의존하므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며 “수주단계 리스크 식별과 평가에 집중하고 분석과 대응, 사후관리를 위한 리스크 추적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과거 발생한 손실의 반복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조기경보기능의 필요성도 부각된다.

유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보유한 해외사업의 잠재리스크를 탐색하고 입체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기경보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리스크지수, 불안정지수, 민감도지수, 현황·경보·예측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약서상 과도한 약속을 명시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지난 2월 열린 ‘글로벌 건설·개발 프로젝트의 법률리스크와 최근 동향’ 세미나에서 에드워드쇼 변호사는 “최근 몇년 동안 영국에서는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계약서를 글자 그대로 해석한 대법원 판례가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불리한 내용이 많을수록 법적구제 장치가 줄어드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조 DLA파이퍼(국제로펌) 한국총괄대표는 이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맡은 해외 건설사업 중 70%가량이 잠재적 위험사업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다수의 해외 건설사업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진출국의 대내외적 리스크요인과 시장환경 외에 잠재리스크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자료는 한계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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