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최악 '대졸 취업률', 속살 들춰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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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요즘 세계 주요 국가들은 대졸자 취업상황이 좋은 편이다. 일본은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결과 지난달 1일 기준 대졸자 취업률이 98.0%라고 발표했다. 한국과 조사방식이 달라 절대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대졸자 취업률이 7년 연속 상승한 건 명확한 사실이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채용의욕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는 대졸자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취업률이 크게 늘었고 신입직원 초봉도 올랐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다 최근 귀국한 필자의 지인은 “미국은 대졸자 취업이 잘 되는데 한국에 오니까 분위기가 안좋다”며 한국의 취업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고졸자의 대학진학률과 청년층의 대학교육 이수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대졸자 취업률은 하위권에서 매년 줄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와 대학알리미(대학정보공시센터)에 따르면 전국 대학 평균 취업률은 64.3%까지 내려왔다.

한국은 기준일 당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뜻하는 건강보험 및 국세DB연계 취업조사로 취업률을 산출한다. 이를테면 2016년 취업률은 2016년 12월31일 기준으로 2016년 2월 및 2015년 8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조사된 것이다. 취업률 계산은 대학원 진학자와 입대자 등은 제외하고 [취업자/졸업자-(진학자+입대자+취업불가능자+외국인유학생+제외인정자)×100](%)로 한다.

교대는 취업률이 4년 전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은 평균 84.5%로 나타났다. 청주교대는 317명 가운데 298명이 취업해 94.0%를 기록했으며 이어 진주교대(91.5%), 대구교대(89.6%) 순서로 높다.

교대는 임용고시에 합격 후 초등학교 교사로 취업하는 ‘취업 보장 학교’로 간주된다. 국·공립 초등학교 교사 연봉 초임은 다소 낮지만 증가속도가 빨라 15년 근무할 경우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아진다. 사립학교 교직원은 정년퇴직 후 수령하는 사학연금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보다 많은 편이다. 교대로 진학하려는 학생이 왜 많은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출산율 감소로 초등학생수가 감소해 교사정원도 줄고 있다.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 받지 못한 대기자가 2000~3000명에 달한다. 올해 서울지역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지난해의 절반도 안된다. 전국적으로는 총 모집인원이 지난해보다 32% 감소했다.

교대 다음으로는 2년제인 기능대학과 전문대 취업률이 각각 82.8%와 70.6%로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4년제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2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이 많지 않다.

◆취업률 1위와 꼴찌 ‘교대·사범대’

4년제 대학교의 계열별 취업률은 의약계열(83.9%)이 가장 높다. 이어 공학계열(69.4%), 사회계열(62.9%), 예체능계열(62.5%), 자연계열(60.7%), 인문계열(57.5%), 교육계열(49.3%) 순서다.

이런 경향은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하지만 취업률이 가장 높은 대학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교대인 반면 취업률이 가장 낮은 대학이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사범대인 것은 흥미롭다. 사범대를 나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하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같은 계열 안에서도 전공별로 취업률 차이가 크다. 교육계열 취업률은 유아교육학(73.3%)과 초등교육학(74.6%)이 전체 평균(43.9%)보다 훨씬 높다. 중등교육에서는 예체능교육(52.5%)을 제외하면 모든 전공의 취업률이 30%대에 머무른다. 예체능계열(62.5%)에서는 디자인(65.2%), 응용예술(65.3%), 무용·체육(67.0%), 미술·조형(59.2%), 연극·영화(65.3%)가 비슷한데 음악(48.4%)만 취업률이 유독 낮다.

자연계열에서는 동물·수의학(82.6%)이 가장 높고 생물학(51.9%)이 최하위다. 공학계열(69.4%)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은 전공과 가장 낮은 전공은 각각 해양공학(76.4%)과 금속공학(58.0%)이다. 인문계열(57.5%)에서는 교양인문학(69.2%)과 심리학(52.1%)이 최고와 최저 취업률을 나타낸다. 사회계열(62.9%)에서는 광고·홍보학(68.0%), 관광학(67.1%), 경영학(66.6%) 순서로 높고 법학(52.0%)이 가장 낮다.

◆4년제 졸업자 늘어 취업률 하락

4년제 대학교가 2년제 대학보다 취업률이 낮은 이유는 고교 졸업생 대부분이 4년제로 진학해 공급이 사회의 수요보다 훨씬 많아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고졸자에 대한 인력수요는 공급을 크게 초과한다. 현실적으로 대졸자가 고졸자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4년이란 긴 시간을 쓰면서 비싼 등록금을 낸 가치가 없는 셈이다. 어떤 분야든 수요가 많아질수록 취업률이 높기 마련이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제한적이면 취업률은 떨어진다.

취업률이 가장 높은 분야는 의약계열인 약학(90.1%), 한의학(91.1%), 치의학(89.8%), 의학(87.7%)이다. 그런데 의대와 약대가 현재보다 많이 생기고 정원이 많이 늘어난다면 취업률은 떨어질 것이다. 공학계열 취업률이 다른 계열보다 높은 이유는 산업체가 공학계열 졸업자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이 발달해 공대 졸업자의 수요가 많은 편이다. 또한 공대에서 배우는 이론과 실험실습 등은 공대를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진입장벽을 넘어서면 취업률이 높아진다. 경쟁률이 높은 각종 고시와 자격시험 등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에는 시험이 진입장벽이다. 전공에 따라서는 대학 학업을 통해 획득하는 전문성이 다른 계열 졸업자가 들어오기 힘든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공학계열에서는 고려대가 83.7%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이어 성균관대(82.7%), 한양대(81.2%), 동국대(79.8%), 서강대(77.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고입·대입정보 언론사 베리타스알파에 따르면 공대 대표 분야인 기계공학의 취업률은 고려대(90.9%), 연세대(89.0%), 서울대(88.4%). 인하대(85.7%) 순으로 나타났다. 화학공학은 한양대(86.4%), 성균관대(85.9%), 경희대(85.7%) 시립대(83.8%) 순으로 조사됐다. 전기·전자공학은 고려대(88.9%), 성균관대(86.9%), 한양대(82.9%), 인하대(81.7%) 순이었다.

/자료제공=이미지투데이
◆취업률과 유지취업률 함께 체크

취업 후 직장을 계속 다니는 유지취업률도 중요하다. 직장이 안정적이고 적성에 맞아 만족도가 높으면 오래 다닌다. 취업 3개월 후까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이 ‘1차 유지취업률’이다. 6개월, 12개월, 18개월 후에도 유지하는 비율은 각각 2차, 3차 및 4차 유지취업률이다.

1차 유지취업률이 90%라면 10명 중 한명은 취업 후 3개월 안에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재학생이 1만명을 넘는 대학 중 1차 유지취업률은 고려대와 한양대(95.6%), 성균관대(95.5%), 서울대(94.9%), 연세대(94.5%), 중앙대(94.4%), 동국대(93.7%), 인하대(93.6%), 충북대(93.3%), 홍익대와 경북대, 부산대(93.2%) 순이다.

취업률은 상위권이지만 유지취업률은 하위권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떤 대학이나 전공이 취업률이 높다는 보도가 나올 때 취업률 수치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유지취업률까지 살펴봐야 한다. 2년제 대학이 4년제 대학교보다 취업률은 뚜렷이 높지만 유지취업률은 오히려 낮아 취업된 10명 중 3명은 18개월 이내에 직장을 떠난다.
대졸자 계열별 유지취업률은 공학계열이 가장 높아 의약계열을 넘어선다. 예체능계열은 취업률이 중간 수준이지만 유지취업률은 최하위여서 취업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예체능계열에서 취업률이 가장 낮은 기악(44.6%)과 성악(45.8%)은 4차 유지취업률이 46.6%와 48.8%까지 내려간다. 졸업자의 절반 이하가 취업에 성공하고 그 중 다시 절반은 18개월 안에 일자리를 그만둬 애초 졸업자 중 남는 사람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세부분야 변화에 주목하며 준비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설비투자 증감률은 10.1%에서 -7.8%로 하락 반전해 앞날의 불확실성이 증대됐고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 하락의 경고등이 켜졌다. 조선업종은 침체되면서 일자리가 1만7336명이나 줄었고 자동차업종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분야는 업황이 매우 좋아 최근 2년간 일자리가 9308명 늘었다. 지난 3월 말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고용인원이 각각 5만794명, 2만4725명에 달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30조원을 투자해 평택에 반도체 제2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15조원을 투자해 청주에 3D 낸드플래시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앞으로 10년간 11만4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모바일 금융이 확산되고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핀테크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기관도 이공계 출신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이 IT와 디지털 등 이공계에서 채용한 신입행원의 비율은 2016년 9.7%에서 지난해 19.1%로 크게 높아졌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기업이 생긴 이래 직원수가 9배로 늘었다. 계열별·전공별 취업 상황은 산업 동향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경기가 어려워서 취업이 힘들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갖기보다는 세부 분야별 변화에 주목하며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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