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이 반갑지만 않은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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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회사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줄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이뤄보자는 취지에서다. 게임업계도 법의 테두리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전국민의 공분을 산 ‘크런치모드’의 대표 사례인 게임업계의 혹독한 근로환경은 유명하다. 일이 몰릴때면 주 70여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다음달부터 도입될 주 52시간 근로제를 두고 게임업계가 한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신작 게임 출시나 여름 성수기에는 인력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30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을 우선 대상으로 종전 주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며 5명 이상 50명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순차 적용된다.

현재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 해당되는 게임업체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게임빌, 펄어비스, 웹젠, 스마일게이트, 블루홀,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그간 게임업계는 24시간 돌아가는 게임의 특성으로 초과근무가 필수요소로 인식됐다. ▲불법프로그램사용자 ▲게임오류 ▲서버불안정 등 게임서비스 관련 문제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이에 게임업계의 야근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는 이번에 도입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게임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뉴스1

◆새 제도 적응 나선 대형 게임업체

이번 근로시간 단축의 대상이 되는 대형게임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형게임사는 올초부터 선제적으로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엔씨소프트는 올 1월부터 ‘유연 출퇴근제’를 적용중이다.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근무를 실시할 수 있다.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직접 선택하며 하루 4시간만 근무하면 퇴근 시간을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집중근로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총 근로시간 한도 내에서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끌어온다.

넷마블도 지난 3월부터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는 모든 임직원들이 기본 근로시간 내에서 협업이 필요한 코어타임(오전 10시~오후 4시)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부득이 연장근로를 선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은 물론 휴일, 월 기본 근로시간 초과를 허용하지 않는다.

넥슨은 출퇴근 시간과 의무근로 시간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넥슨 한 관계자는 “넥슨은 창사 초기부터 각 본부와 조직별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제를 운영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게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의무 근로시간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넥슨 사옥. /사진=뉴시스

◆글로벌 뺏기고 노노갈등 가능성도

다만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특히 게임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바일 게임은 빠른 업데이트가 게임의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해외기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인력을 늘려 일을 분산시킬 수도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지난달 IT서비스산업협회는 게임을 포함한 IT서비스 산업을 노동시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52시간 근무제 대응책’을 의결했다.

게임산업의 특성상 근로시간을 고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게임업체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가별 시차를 따질 경우 24시간 인력을 풀가동 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해외 진출이 사실상 요원해진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개발과 업데이트, 해외서비스 등 단기간에 집중근무가 발생하는 상황은 물론 해외시차를 고려해 야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며 “개발과 비개발 등 부서간의 근무환경 차이가 큰 점도 업계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근로시간 단축 도입으로 업계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돌발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업계의 지상과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 환경의 차이가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부서 간 노·노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직장 동료들끼리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 전달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도 있고 하급 직원이 먼저 퇴근하면 눈치를 주는 등 직장 동료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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