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탄 비행기, 엔진 둘 중 하나 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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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싱가포르항공

여름휴가를 앞두고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정기휴가뿐만 아니라 설이나 추석 연휴 등이 다가오면 세계지도를 살펴보며 어디로 떠날까 설레기도 한다.

해외로 떠나는 날, 공항에 나가 자신이 타고 날아갈 항공기를 보는 순간 갑자기 오싹한 기분을 느끼는 여행객도 있다. 커다란 날개 아래 달랑 2개의 엔진을 볼 때다. 가까울 때는 수천㎞에서 멀게는 1만㎞가 넘는 하늘길을 날아가야 하는데 혹시 엔진 하나에 문제라도 생기면? 이럴 때마다 멀리 계류돼 있는 보잉 747의 커다란 엔진 4개가 부럽게 보인다.

과거에는 웬만큼 큰 항공기는 3개나 4개의 엔진을 달고 날아다녔다. 하지만 최근에는 웬만하면 2개의 엔진만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나든다. 지금 남아있는 엔진 4개짜리 기재는 B747과 A380, A340 등에 불과하다.

◆20시간 가까운 거리도 엔진 2개로 충분

올 10월부터 세계 최장거리 노선인 ‘싱가포르-뉴욕’ 구간을 운항하는 싱가포르항공도 비행거리 약 1만6700㎞를 약 19시간이나 날아가는데 쌍발엔진 중소형 항공기인 에어버스사의 최신예 기재 A350-900ULR를 투입한다. 보잉의 장거리 항공기 B777-200LR의 항속거리가 1만5840㎞임을 감안할 때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 베스트셀링 소형기재인 B737 모델 중 국내 항공사들이 도입한 B737-800은 최대항속거리가 5765㎞에 불과하다.

항공사들은 보다 안전한 엔진 4개짜리 항공기를 외면하고 2개짜리를 고집할까. 혹시 위험하진 않을까? 항공사 관계자들은 엔진이 2개라고 더 위험하진 않다고 설명한다. 상공에서 엔진이 멈추거나 폭발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또 항공기는 하나의 엔진이 멈추더라도 나머지 엔진만으로 일정 거리는 충분히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운항 중 폭발한 사우스웨스턴 여객기의 엔진. /사진=(필라델피아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텍사스주 댈러스로 향하던 미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가 운항 도중 엔진이 터지는 사고가 일어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불시착했다. 이런 과정에서 엔진 옆 창가 좌석에 탑승한 승객 1명이 파편을 맞아 사망했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행 중 엔진 능력이 전부 소실되더라도 일정 거리를 무동력으로 비행할 수도 있다. 기체 하단부에는 Ram Air Turbine(RAT)이라는 보조 동력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엔진이 정지한 경우 전원과 유압을 확보하고 엔진 점화 장치를 다시 작동해 멈춘 엔진을 재가동할 수 있다.

항공기 꼬리에 보조엔진이 달린 기체들도 있다. 보잉사의 B737의 경우 APU라는 보조 발전기를 달기도 한다. 이는 항공기가 지상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 보조 역할을 한다.

◆쌍발기만 지그재그 항로 따르는 이유

특히 1980년대 이후부터 항공업계에 엔진 2개만 탑재한 항공기가 호황을 이루는데 엔진 성능과 신뢰성 향상 뿐만 아니라 ETOPS라는 비행 제한 규정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엔진 2개짜리 항공기의 운항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ETOPS는 2개의 엔진이 달린 항공기와 관련된 인증 제도로 비행 중 엔진 하나가 고장날 경우 나머지 하나의 엔진으로 비상착륙 공항까지 얼마나 운항할 수 있는지 나타낸다.

초기에는 쌍발기의 엔진 고장 시 60분 이내에 긴급 착륙할 수 있는 항로만 비행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엔진공학 등의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60분을 120분으로 확대한 ETOPS-120이 생겼고 1990년대부터는 180분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ETOPS이 EDTO 규정으로 변경됐다.

EDTO 규정에 따라 쌍발기는 장거리 노선을 갈 경우 무조건 직진하지 않고 지그재그 운항을 하게 된다. 180분 거리 안에 공항이 있는 항로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B747 등 4개의 엔진을 달고 있는 항공기는 이런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엔진 하나가 멈추더라도 나머지 3개의 엔진이 총 추력의 75%를 유지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타고올 전용기인 '참매 1호'다. 최근 소형기들은 양 날개에 엔진 하나씩을 달고 있지만 해당 항공기는 엔진이 총 4개나 달렸다. 김정은 위원장의 항공기는 소형기임에도 특별하게 엔진을 더 달았을까. 해당 기재는 구 소련 시절에 제작된 항공기로 엔진 추력이 현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엔진이 총 4개나 달렸음에도 비행가능 거리는 5000㎞로 미만이다.

이미지투데이

◆항공기 엔진의 급격한 발전

항공기 엔진은 끊임 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 시작은 1903년 라이트(Wright) 형제가 성공한 시속 50㎞ 수준의 동력 비행이다. 당시 활용된 프로펠러는 추진기의 의미를 갖는다. 프로펠러가 공기에 압력을 가해 후방으로 밀어내면 반작용을 통해 앞으로 전진하는 힘(추력)이 발생한다.

프로펠러를 돌리는 동력원은 리시프로 엔진이라고 한다. 독일 니콜라스 오토가 리시프로케이팅 엔진(피스톤 엔진)을 실용화하면서 승객을 태우는 비행 기술로 발전했다. 해당 엔진은 연료와 기체를 흡입한 뒤 압력과 온도를 상승시켜 압축 및 연소시킨다. 이 때 발생한 에너지로 피스톤을 밀어내고 연소가스는 배출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해 열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리시프로 엔진은 프로펠러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지만 높은 비행고도에서 출력이 급감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것은 가스터빈 엔진이다. 대량의 공기를 흡입한 뒤 압축해 일정 비율의 연료를 섞어 연속적으로 연소하는 방식이다.

프로펠러를 돌리는 가스엔진은 터보프롭이라고 하며 영국의 빅커스(Vickers)사의 바이카운트(Viscount)가 최초의 터보프롭 탑재 여객기로 1948년 첫 비행을 했다. 엔진은 롤스로이스의 다트 엔진이 채택됐다. 해당 엔진은 현재도 사용된다. 1958년에는 터보엔진을 탑재한 제트 여객기 B707이 등장해 제트여객기 시대를 열었고 속도도 기존 순항속도 500㎞/h 대비 2배나 향상됐다.

이후 터보엔진에 팬이 장착된 터보팬이 등장하면서 연비가 향상되기 시작했다. 터보엔진 부착 여부에 따라 항속거리는 2000㎞까지 차이를 보였다. 1990년대에는 롤스로이스의 RB211 엔진을 토대로 팬 직경 등이 늘어나면서 성능이 대폭 향상된 트렌트 엔진이 개발됐다. 트렌트 엔진은 A330 등에 적용된 최신 엔진이다. 가장 최근에는 시속 8000㎞/h가 넘는 음속 항공기가 개발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은 속도 뿐만 아니라 추력도 중요하다. 추력이 높을수록 적은 엔진으로 기체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추력은 항공기 엔진이 발전하면서 함께 개선됐다.

1958년 첫 비행을 한 보잉 707에 탑재된 P&W사의 JT3C-6 터보제트의 경우 최대추력이 6100kg이다. 이후 1년만에 나온 JT3D 터보팬은 8160kg의 추력을 낸다.

1986년 2개 엔진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의 전성시대를 이끈 보잉767에 탑재된 제너럴일렉트릭(GE)의 CF6-80C2의 최대 추력은 23.8톤에 달했다. 롤스로이스의 트렌트 700이 탑재된 보잉767은 최대 추력이 32.2톤을 넘어섰다. 항공기 엔진의 발전으로 속도, 추력 등이 개선되면서 2개 이상의 엔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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