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경제학] 열심히 일한 당신, 당당하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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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만큼 편하게 쉬어야 하는 시대다.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건강해진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공휴일에 대한 이해와 분위기가 변하자 저마다 이색 휴무를 즐기는 이도 늘었다. <머니S>는 ‘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달라진 분위기와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비롯해 공휴일 확대로 나타난 각종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지 등의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 카드회사의 광고 문구다. 이 광고는 반세기 동안 쉬지 않고 일한 국민들에게 당당한 휴식을 권했다. 짧은 광고 문구는 일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며 유행처럼 번졌다.

광고는 광고일 뿐. 대부분의 직장인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피곤한 삶을 살아야 했다.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분다. ‘휴식 있는 삶’,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붙여 길게 쉬는 패턴이 정착됐고 정부와 기업도 ‘내수 진작’을 내세워 휴무를 권장한다. 이미 주 5일 근무가 정착했고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휴가철을 앞둔 우리 사회가 설렌다. 우리 일상에 스며든 휴가 풍경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는 ‘휴식 있는 삶’이다

정부는 최근 ‘제1차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풍토가 사회 전반에 깔린 데 따른 조치다. 또 주 52시간 근로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4차산업혁명 등 사회적 전환기를 맞아 만들어진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정책이다.

우선 정부는 여가 친화적인 사회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삶의 활력을 높이고 여가 시간·공간·인식을 개선해 여가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초과근무저축연가제(초과근무시간 적립 후 필요시 연가로 활용)와 휴식성과제 도입 등 여가 참여의 토대를 마련한다. 이밖에 지역의 생활밀착형 여가 공간 확대, 국·공유지 활용 방안 마련 등 지역 여가 공간 조성도 지원한다.

대국민 서비스 중심의 수요자 친화적 환경을 마련해 여가 생태계의 다양성도 높일 방침이다. 장애인, 임산부·고령층 등 여가취약계층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가 서비스의 통합 제휴, 지자체 간 교차서비스, 여가패스카드 등의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피로에 찌든 국민의 지친 삶을 위로하고자 한다. 한걸음 더 나가 삶의 여백에 다양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넉넉히 채워 넣는 ‘휴식 있는 삶’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토대를 만들 방침이다.


해외여행객으로 북적이는 인천공항. /사진=뉴시스 DB

◆내수진작 효과는 얼마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취임 때부터 ‘일할 땐 열심히 하고 쉴 땐 확실히 쉬자’는 ‘휴식 있는 삶’을 강조하며 스스로 연차 소진에 앞장섰다. 이는 국민 휴식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내수 진작’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추석연휴와 개천철연휴 사이에 낀 평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최대 열흘의 황금연휴를 선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임시공휴일 지정 등에 따른 내수진작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공식적인 통계기준은 없지만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박상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분석한 ‘연휴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공휴일이 하루 더 늘면 직접적인 국내여행 지출금액은 월평균 400억5000만원 증가하고 이에 따른 생산유발금액은 약 714억원이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한발 더 나아가 여행할 때 쓰는 교통·숙박비뿐만 아니라 음식·문화비 등 소비지출금액 전체를 놓고 경제효과를 따졌다.

지난해 그는 ‘8·14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8월15일(토요일)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사흘간의 연휴가 발생하면 모두 5조8400억원가량의 경제효과가 나타난다고 추산했다. 이는 소비지출금액 1조9900억원에 생산유발금액 3조85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대적 요구 따라 지방공휴일 지정 기대

휴식 있는 삶을 바라는 시대적 요구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넘어 추가 공휴일 지정으로까지 확대됐다. 정부도 국민적 열망에 부응할 태세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별한 역사적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토록 하는 ‘지방공휴일 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한 것.

정부는 지역에서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지자체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안)을 마련하고 관계기관(부처) 의견조회 등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특별한 역사적 의의가 있고 주민들의 이해를 널리 얻을 수 있는 날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다. 또 지방공휴일 지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게끔 조례를 지정하도록 했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4·3 희생자 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상위 법령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고 지정권한 역시 규정하지 않아 현행 법령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만약 입법이 완료돼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지자체가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공휴일로 지정한 첫 사례가 된다.

앞으로 공휴일 지정이 기대되는 지역별 역사적인 사건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 ▲서울 4·19 혁명 기념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창원 10·18 부마민주항쟁 기념일 등이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될까

지역별 공휴일 지정과는 별개로 최근 임시공휴일 지정을 놓고 화제의 중심이 된 날은 5월8일 어버이날이다

정부는 화요일인 올해 어버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5월7일 월요일이 전주 토요일인 5월5일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로 적용돼 다음날인 어버이날까지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나흘간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 

임시공휴일 지정을 바라는 여론이 일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올해는 여러 이유로 어버이날의 임시공휴일 지정이 무산됐지만 앞으로는 아예 법정공휴일로 지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마다 가장 많은 국민이 5월의 가장 중요한 날로 어버이날을 꼽지만 쉬지 못하는 직장인에게 이날은 죄송한 날”이라고 언급했다.

당선될 경우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내년 법정공휴일이 올해보다 3일 줄어든 66일인 점도 어버이날의 법정공휴일 지정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내년 어버이날의 법정공휴일 지정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라진 법정공휴일의 재지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폐지된 법정공휴일은 ▲제헌절(7월17일) ▲국군의날(10월1일)이다. 한글날(10월9일)은 2006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2013년 다시 지정됐다.

◆짧고 굵게 해외여행 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 이모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값싼 비행기표를 알아보며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취미다.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연차를 내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해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등으로 알찬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휴일이나 임시공휴일을 붙여 쓸 수 있게 되면 이씨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이씨는 짧은 해외여행을 나름대로 알차게 즐긴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현지음식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스킨스쿠버, 현지음식 만들기 등 체험형 여행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얻는다.

최근 이씨처럼 공휴일과 연차를 붙이거나 대체휴일, 임시공휴일 등을 활용해 가까운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여행족이 늘었다.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다양한 관광상품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도 여행족 증가에 한몫 했다. 또 저비용항공사 등을 이용하면 경비도 국내여행과 큰 차이 없거나 오히려 더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된 점도 최근 달라진 휴가 풍경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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