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학원·과외는 돈만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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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대부분의 국가 학생들은 성적이 낮을수록 사교육을 많이 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 명문대를 지향하는 마음이 다른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습 태도나 방법에 따라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여러 조사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저출산 대책평가 및 저출산 문제와 교육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5분위의 경우 10대 명문대(카이스트·포항공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경희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 진학률이 26.0%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1분위의 명문대 진학률도 11.6%나 됐다. 사교육비 지출 1분위에는 성적이 너무 낮아 굳이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는 가정도 꽤 포함됐다.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은 사교육비 5분위가 50.0%였고 1분위가 23.3%로 나타났다. 이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02년 재학 상태일 때 지출한 사교육비에 따라 2014년에 성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조사한 결과다. 사교육비 지출액수에 따라 5개분위로 나눴을 때 5분위와 1분위 평균은 각각 61만1000원과 4만5000원으로 격차가 13.6배에 달했다. 반면 명문대 진학률은 5분위가 1분위의 2.2배에 그쳐 사교육비를 들이는 정도에 비해 명문대 진학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를 적게 들이면서도 얼마든지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정의 소득과 연계해 조사·분석한 보고서 ‘저출산 문제와 교육 실태: 진단과 대응방안 연구’(2016년 12월, 마강래)에 따르면 1분위 가정의 소득은 5분위 가정의 21.4%고 사교육 지출금액도 소득 1분위 가정이 5분위 가정의 29.4%에 머물렀다. 하지만 사교육비 지출 1분위 가정의 월평균 임금은 5분위 가정의 89.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즉 사교육비 지출이 상당히 적은 가정에는 임금소득이 높은 가정도 어느 정도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지인 중에서도 중산층이지만 교육관에 따라 사교육을 거의 안하는 경우가 있다.

◆사교육 학업성취효과 크지 않다

명문대에 들어갈 실력을 쌓으려면 사교육비를 많이 들이는 게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음이 서울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2015년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 중 절반 이상은 고등학교 때 받았던 사교육이 학업성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2015년 신입생 3362명(응답률 39.4%)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88.5%가 ‘고등학교 때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그중 사교육이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48.1%였다. 사교육의 유형은 학원(71.4%), 인터넷강의(49.8%) 순서로 많았으며 개인과외(26.4%)는 적었다. 인터넷강의를 제외하고 학원과 과외만 포함한다면 사교육을 받은 비율이 훨씬 줄어든다. 학업성취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사교육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81.5%)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2014년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서울대의 2014년 신입생 3369명(응답률 26.8%) 중 88.7%가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에서 사교육이 ‘도움이 됐다’는 학생의 비율은 절반이 안되는 46.0%에 그쳤다. 학업성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역시 ‘자기주도적 학습’(81.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3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생 2680여명(응답률 56.5%)을 대상으로 서울대 입학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수능을 위해 사교육 받은 적이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66%였다. 중복응답을 허용한 설문에서 사교육을 받은 이유로는 수능 다음으로 내신(42%), 심층면접(42%), 논술고사(32%), 외국어공인시험(24%), 일반면접(18%) 등을 꼽았다. ‘사교육이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큰 편이거나 매우 크다’(20%)고 답한 비율은 ‘적은 편이거나 매우 적다’(44%)는 회의적 반응을 나타낸 응답자의 절반이 되지 않았다.

사교육 없이 준비하기 어려운 전형으로는 심층면접(56%)을 꼽은 학생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서울대에서는 2017학년 합격자들의 면접후기를 공개해 입시준비생들이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서울대 면접의 주요 평가 기준은 정답을 도출하는 ‘사고의 과정’이다. 학원에서 가르쳐주듯 획일화된 정답을 겨냥하지 않고 스스로 지적탐구를 통해 유연한 사고방식을 쌓은 학생이 지적 호기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확장시킨 자신만의 생각을 말할 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강남 학원가.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공부방법과 생활태도 가르쳐야


사교육을 멀리하고 네아이를 서울대와 이화여대를 비롯한 명문대에 보낸 K씨 이야기가 ‘SBS스페셜 사교육 딜레마 2부’(2017년 9월17일)에서 방송됐다. 학원에 다니거나 공부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등 웬만한 것은 아이 결정에 따르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K씨의 교육철학이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사교육을 한번도 받지 않고 의대 두곳을 비롯해 명문대 3곳에 동시 합격한 기장군 장안읍의 P군의 이야기도 언론에 나온 적이 있다. 그가 공부를 잘한 비결은 끈기와 노력을 의미하는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었고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었다.

두 자녀를 사교육 없이 카이스트 화학공학부와 연세대 경제학과에 진학시킨 경북에 사는 주부 H씨 이야기도 기사화된 적이 있다. H씨는 방과 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게 아니라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복습하게 한 뒤 함께 앉아 교육방송을 시청했다. 교육방송 외에는 TV시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학습목표를 세웠으며 방학 때는 인터넷동영상강의를 통해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예습했다.

‘방배동 김선생의 공부가 희망이다’(이다미디어)라는 책에는 평범한 여섯아이의 엄마가 자녀 모두를 과외 없이 서울대 법대·의대·약대 등에 진학시킨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 아이가 명문대에 들어간 사례들은 필자도 직접 봤다. 이런 가정에서 흔히 관찰되는 것은 사교육을 시키는 집보다 교육적 측면에서 더욱 신경 쓴다는 점이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아이의 공부와 생활태도를 수수방관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가정은 아이에게만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부모도 책을 보는 태도를 보여줬다. 또 중독되기 쉽고 공부에 방해되는 TV, 인터넷, 휴대폰 등을 멀리하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대화를 자주 나눴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방법론에서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가정과 차이를 보인다.

◆자기주도적 학습 몰입의 중요성

사교육비 지출이 성적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으며 특히 명문대를 지향하는 성적 중상위권에서는 효과가 더욱 미약하다. ‘명문대 중심 대입관과 사교육비 지출 간의 관계 분석: 사교육 원인에 대한 사회심리적 접근’(이수정)에서는 사교육 참여의 원인이 공교육의 질이나 학생성적 등의 문제와 관련 있기보다 사회심리적 요인인 ‘명문대 중심 대입관’에 더 관련 있음을 실증적으로 검증해 보여준다.

또 ‘사교육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및 정책 제언’(강창희)을 보면 평균 정도 사교육비를 지출한 상태에서 지출을 10% 높일 때 과목별 성적 상승률은 국어 0.10~3.11%, 영어 0.08~1.26%, 수학 0.17~1.43%이고 세 과목 전체 평균이 올라가는 정도는 0.08~1.10%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0.5%라는 미약한 효과에도 과장되고 편향된 믿음에 따라 사교육 지출을 기꺼이 늘리는 가정이 많은 게 현실이다.

살을 빼기 위해 식사량과 식단를 조절하고 운동하기보다 돈을 주고 다이어트 약에 의존하려는 마음처럼 공부에 방해되는 조건을 멀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에 몰입하는 노력보다 돈을 주고 사교육에 의존해 성과를 내려는 심리도 작용한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명문대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 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이 희망을 갖는 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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