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경제학] ‘해피먼데이’, 월요병 없는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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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만큼 편하게 쉬어야 하는 시대다.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건강해진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공휴일에 대한 이해와 분위기가 변하자 저마다 이색 휴무를 즐기는 이도 늘었다. <머니S>는 ‘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달라진 분위기와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비롯해 공휴일 확대로 나타난 각종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지 등의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직장인은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연중 공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대체휴일제가 적용되지 않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선진국에 비해 많을까. 선진국의 공휴일은 어떻게 운영될까.

우선 우리나라 공휴일은 일요일(연평균 52일)을 제외하고 최소 15일이다. ▲국경일인 3·1절(3월1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기념일인 어린이날(5월5일), 현충일(6월6일) ▲명절인 새해 첫날(1월1일), 설날(음력 12월 말일~1월1·2일), 추석(음력 8월14·15·16일) ▲석가탄신일(음력 4월8일)과 크리스마스(12월25일) 등이다. 여기에 선거일 등이 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공휴일 수는 연평균 8~13일에 불과하다.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수 있어서다. 이런 경우 다음 첫번째 비공휴일을 대체 휴일로 정하는 ‘대체공휴일’ 제도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도입됐지만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월요병 없애는 ‘해피먼데이’

해외에선 이 같은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일찍이 다수의 공휴일을 ‘요일제’로 시행하고 있다. ‘5월 세번째 월요일’과 같이 날짜가 아닌 특정 요일을 공휴일로 정하는 식이다.

보통 특정날짜로 정해진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긴 경우가 많다. 미국이 1968년 제정해 준비기간을 거쳐 1971년부터 시행한 ‘월요일 공휴일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대통령의 날(2월22일), 현충일(5월30일), 콜럼버스 기념일(10월12일)을 각각 2월 셋째 월요일, 5월 넷째 월요일, 10월 둘째 월요일로 옮겼다.

이밖에 마틴 루터 킹 탄생일(1월 셋째 월요일)과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을 요일제로 정해 1년에 총 5번 3일(토~월요일)을 연휴로 누릴 수 있다.

미국이 이 법을 도입한 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예컨대 어느해 대통령의 날이 수요일인 경우 직장인은 그주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간 수요일을 생각하며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고 목요일과 금요일도 주말 생각에 들뜰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이와 유사한 ‘해피 먼데이 제도’를 2000년 도입했다. 주요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겨 국민들이 행복한 연휴를 지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성인의 날(1월 둘째 월요일), 바다의 날(7월 셋째 월요일), 경로의 날(9월 셋째 월요일), 체육의 날(10월 둘째 월요일) 등이 이 제도에 따라 요일이 바뀌었다.

또 일본은 요일 대신 날짜로 지정한 공휴일이 일요일이면 비공휴일 하루를 대체 휴일로 지정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20대 국회 들어 공휴일 요일제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 하며 공휴일로 지정된 날짜 자체의 의미가 크지 않은 어린이날과 현충일, 한글날을 요일제 휴일로 지정해 주말과 겹치지 않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제안설명에서 “선진국에서는 요일지정휴일제 등 국민의 휴식권을 법률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내수시장 활성화 등 경제성장 정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체공휴일, 특정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요일지정휴일제 등을 규정한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대체공휴일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일 여가를 통한 ‘일과 삶의 혁신적 균형’ 실천을 위한 제1차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을 통해 설·추석 연휴 및 어린이날에만 적용 중인 대체공휴일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휴일은 많은데… 문제는 ‘노동환경’

물론 우리나라의 법정공휴일 수(15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건 아니다. 의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많은 국가 그룹에 속한다. 2016년 OECD 자료를 보면 연중 15일로 일본·칠레·슬로바키아와 함께 가장 많다. 미국도 10일로 우리나라의 3분의2 수준이다.

문제는 공휴일에 제대로 쉴 수 있느냐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1949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 모든 국민이 아닌 관공서와 학교에만 적용된다는 얘기다. 반면 민간기업의 노동자는 대통령령보다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일을 부여받는다. 민간기업에서 공휴일을 연차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환경과 노동정책도 따져야 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2255시간)와 코스타리카(2212시간)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반면 연평균 1729시간을 일하는 일본은 1년 이상 장기근속 시 20일의 유급휴가가 지급된다.

연간 1472시간 일하는 프랑스에선 1주에 3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연간 35일의 유급휴가가 지급되며 연간 노동시간이 1363시간인 독일은 1년에 4주간 연차가 주어진다. 게다가 이들 나라는 유급휴가를 거의 100% 다 쓰는 문화지만 우리나라는 사용률이 5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공휴일이 선진국 대비 비슷하거나 많다고 단순 비교하기 힘든 이유다.

◆첫눈 내리면 쉰다? 해외 이색공휴일

공휴일엔 역사·문화적 배경이 반영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휴일이 탄생한 배경을 보는 건 그 나라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으론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선 이색적인 공휴일도 많다는 걸 뜻한다.

부탄. /사진=이미지투데이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한 남아시아 국가인 부탄엔 ‘첫눈 공휴일’이 있다. 말 그대로 첫눈 내리는 날 모든 국민이 쉰다.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해 눈이 오면 물을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수확량도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휴일이 되기 위한 강설량 기준은 없지만 정부가 공휴일을 발표한다.

핀란드에선 해가 가장 긴 날인 하지를 공휴일로 정하고 여름 축제를 연다. 6월 셋째주 토요일에 개최되는 하지제다. 겨울이 매우 긴 지리적 특성상 핀란드인에게 가장 중요한 여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날을 전후해 많은 행사가 열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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