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평화를 만드는'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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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에서 널리 알려진 모델이다. 두 사람이 협력하면 각자 3점, 한 사람은 협력하는데 다른 사람이 배신하면 배신한 사람은 5점, 배신당한 순진한 협력자는 0점을 받는다. 한편 둘 모두 배신하면 각자 2점씩.

독자가 이 게임을 다른 이와 한다고 상상해보자. 상대가 협력하면 배신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의 협력에 나도 협력하면 3점을 받지만 배신하면 5점을 받기 때문이다. 상대가 배신하는 경우에도 역시 배신하는 것이 유리하다. 순진하게 협력하면 0점을 받지만 독자도 배신하면 2점이라도 건지기 때문이다.

즉 상대가 협력하든 배신하든 독자는 배신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도 바보가 아니니 똑같은 논리를 따라 배신을 택하게 된다. 결국 둘 모두 배신하니 각자 2점씩.

그런데 말이다. 만약 둘이 협력했다면 각자 3점씩을 받는 더 좋은 상황도 가능했다. 이 게임의 이름에 ‘딜레마’가 붙은 이유다.

1980년대 로버트 액설로드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참여자가 자신의 전략을 각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해 제출하면 프로그램끼리 서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하도록 해 어떤 전략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는지를 살펴봤다. 최종 승자는 바로 유명한 맞대응전략(팃포탯, Tit For Tat)이었다. 상대가 방금 전에 배신했으면 나도 배신하고 협력했으면 나도 협력하는 단순한 전략이다. 상대가 내 뺨을 때리면 나도 곧 뺨을 때리지만 상대가 내게 빵 한조각의 호의를 보여주면 나도 곧바로 같은 호의로 보답하는 식이다.

액설로드의 책 <협력의 진화>에는 팃포탯 성공의 이유가 분석돼 있다. 팃포탯은 배신을 배신으로 되갚아 응징하는 ‘가차 없는 보복’의 특성도 있지만 연달아 배신하던 상대라도 마음을 바꿔 협력하면 곧바로 나도 협력으로 돌아서는 ‘빠른 용서’의 특성을 함께 가진다.

두 사람이 모두 팃포탯 전략을 쓸 때 잘못하면 끝없는 보복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상대가 어쩌다 한번 실수로 배신하면 다음에는 나도 팃포탯을 따라 배신을 택하고 마찬가지로 상대는 다음에 또 배신하게 돼 배신의 무한사슬이 이어진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라도 단 한번의 실수가 야기한 무한보복의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이 있다. 바로 팃포투탯이라 불린다.

뺨 한대 맞았다고 곧바로 앙갚음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은 참아주라는 거다. 상대가 한번 배신해도 ‘아냐, 본 마음은 이게 아닐 거야. 실수일 거야’ 하고 한번 눈감아 주면 둘은 다시 평화로운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 남북과 북미 사이에도 팃포투탯의 ‘너그러운 맞대응’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한번은 실망해도 ‘에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거야’ 하고 믿어 보는 거다.

물론 실수를 용인하려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자주 만나면 신뢰하게 되고 신뢰는 너그러운 맞대응을 가능케 해 평화를 앞당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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