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삼만리] 떠나는 인재들… ‘인력유출 부메랑’

 
 
기사공유

역대 최악의 고용한파가 청년들을 덮쳤다. 정부가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함에도 취업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소외는 생계유지 곤란과 주거문제를 비롯한 연쇄 부작용으로 이어져 한국경제 성장의 둔화를 낳는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근본적 대책 마련엔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머니S>가 청년일자리 문제의 현실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다양한 시각에서 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뉴스1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창영씨(가명·28)는 지난 상반기 20여곳의 기업에 지원서류를 냈지만 3곳에서만 서류 통과 연락을 받았다. 그중 2곳은 면접시간이 겹쳐 1곳을 포기했다. 합격 통보는 받지 못했다. 김씨는 “취업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매번 떨어져 좌절감이 든다”며 “올해부터는 눈을 낮춰 지원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4년제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어학성적도 우수하고 1년짜리 해외연수 경험도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성격에 대학시절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전공과목은 B+ 이하의 성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나쁘지 않다. 그는 소위 말하는 괜찮은 ‘스펙’을 지녔음에도 1년 넘게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지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취업자 실업률은 10.5%로 1999년 6월 관련통계를 작성한 이래 5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0%에 달해 2000년 5월 4.1% 이후 18년 만에 최고수준을 보였다. 청년 인구 10명 중 1명이 직업을 갖지 못하고 놀고 있는 셈이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청년들이 대학 졸업과 구직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라며 취업난이 점차 심화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떠나는 ‘고급두뇌’

김씨 같은 고스펙의 지원자가 넘쳐나는 스펙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이들은 눈길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2%가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2014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유출 비율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46위로 필리핀이나 중국보다 더 높았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중국, 일본, 미국이다.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만큼 적응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내부의 사정도 한국 청년 구직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일본은 지난달 기준 대졸자의 98%가 취업에 성공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유효구인배율’은 1.59배에 달한다. 0.6인 한국에 비하면 구직자들에겐 천국인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차이도 크지 않다. 일본 대기업의 초봉은 평균 3800만~4200만원이고 중소기업은 3000만~3500만원이다.

일본기업에 취업해 최근 한국지사로 발령받은 유인환씨(가명·34)는 “아침 조회라든가 회의를 제외하면 한국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기업은 스펙을 많이 보지 않는 대신 일본어 수준과 자기소개서의 성장과정에 중점을 둔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스펙을 아예 안보는 것은 아니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취업은 최근 급격하게 사정이 악화됐다.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외국인 고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H-1B 취업비자의 기각률은 18%에 달하며 10명 중 4명은 보충서류요청을 통보박았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과학, 기술, 엔지니어, 수학 전공자 등 이른바 ‘STEM’ 분야 고급인력의 경우 비자발급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한마디로 우수한 인력만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해외 취업을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스펙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일정수준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해외기업에 취업할 정도의 실력이면 한국에서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고급인재인데 최근에는 이들의 이탈과 인력유출이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산업 성장세 정체될 수도

고급인력 유출이 심화되면서 그 타격은 고스란히 국내기업에 돌아간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충분한 역량을 지닌 인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존, 구글 등 세계를 주름잡는 IT기업은 최근 몇년 동안 매 분기 국내에서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고 인공지능(AI) 관련 인력을 고용 중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인력유출은 심각하다. 이 분야는 특히 중국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는다.

해외기업들이 취업준비생부터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기업의 핵심인력까지 가리지 않고 인재 쟁탈전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AI 중소기업 관계자는 “채용을 하기 위해 공고를 내고는 있지만 적당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해외 기업들과 인력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싶어도 자금력에서부터 상대가 안된다”며 “IT업계의 처우가 좋지 않아 해외로 나가는 인재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급인력의 경우 양성기간이 더 길어 자칫하면 장기간 산업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의창 동국대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는 와중에 인력유출까지 수반되는 중이다”며 “인재의 이탈을 애국심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능력으로 평가하는 인사체계 도입과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국내기업들의 인재 및 처우개선에 투자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339.17상승 15.72 09/21
  • 코스닥 : 827.84상승 6.71 09/21
  • 원달러 : 1115.30하락 5.1 09/21
  • 두바이유 : 81.87상승 0.67 09/21
  • 금 : 77.35하락 0.18 09/2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