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삼만리] 분노조차 포기한 ‘이생망’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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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고용한파가 청년들을 덮쳤다. 정부가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함에도 취업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소외는 생계유지 곤란과 주거문제를 비롯한 연쇄 부작용으로 이어져 한국경제 성장의 둔화를 낳는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근본적 대책 마련엔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머니S>가 청년일자리 문제의 현실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다양한 시각에서 짚어봤다. <편집자주>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20대 후반 청년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 앞으로도 직접 챙기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신년사에서 현 정부 최우선 정책이 일자리 창출임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기업에 세제를 지원하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청년 실업률은 연일 치솟고 있다.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그 속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은 거듭되는 취업 실패로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자괴감의 수렁에 깊이 빠져든다. 위로랍시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밉다. 이에 <머니S>는 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높은 취업의 장벽 앞에서 절망

/사진=이미지투데이
#1. 지난 1월 한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카지노학과를 전공해 강원랜드에서 4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딜러의 꿈을 키워온 청년이었다. 그러나 강원랜드 면접에서 수차례 탈락했다. A씨는 결국 14층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도 죄인이다. 우리 아들한테" 그의 아버지는 자신을 탓했다.

#2. 대학생 B씨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린다. 올 상반기 공채에 수십개의 원서를 냈지만 모두 탈락했다.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새는 날이 더욱 많아졌다. 최근 기업 주최 특강을 듣기 위해 수강장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고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결국 승강장 바닥에 쓰러졌다. 병원에선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비가 없어 치료조차 받을 수 없다.

취업의 장벽 앞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며 생활비 등 경제적 문제와 자존감 하락,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까지 불러온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준비생의 39.5%(49명)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3%(19명)는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학에서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했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각했다. 인문학 및 사회과학 전공자의 취업 스트레스 수치는 55.86으로 전체 평균치(52.12)와 자연과학 및 공학 전공자(49.09)를 모두 웃돌았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의 취업 스트레스 수치도 57.32로 그렇지 않은 학생(52.98)보다 컸다.

◆취업 준비라는 '청춘의 덫'


악순환은 계속된다. 청년 취업시장은 갈수록 불공정한 게임이 되고 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들어가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요즘 취업시장에서는 대학 서열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까지 우선시하는 경향이 확대되며 사교육을 통한 ‘취업 스펙’ 쌓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영어, 해외연수, 컴퓨터∙금융 자격증 등의 스펙은 기본, 최근에는 취업컨설팅과 성형수술 비용 등도 추가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취준생 1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월 평균 생활비 56만1000원 중 25만원을 학원비 등 취업준비를 위해 쓰고 있었다. 월 생활비의 약 5분의 2를 취업준비에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취준생 10명 중 7명(66.8%)은 ‘취업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취준생은 하루 평균 6시간18분을 일하고 월 평균 70만5000원을 버는 셈이다.

일부 취업 전문 학원은 이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한다. 한 취업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합격보장반’ 강의는 한달 수강료만 20만~30만원대에 달한다. 강남역에 위치한 한 학원의 ‘프리미엄 패키지’는 ‘대기업 취업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수업료만 100만원 가까이 받고 있다. 1대1 맞춤 컨설팅의 경우 회차당 가격이 적게는 5만~9만원, 많게는 20만원에 이르는데도 사전 예약이 필요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청년들은 취업 준비에 매달려 하루하루 분투하며 발버둥쳐 보지만 현실은 이들을 오히려 경제빈곤층으로 내모는 모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청년층은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수록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 및 사회적 비용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구조적 변화와 함께 사회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심리적 ‘내구성’이 점점 약해지고 좌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취준생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이지만 정작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은 미비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취업 고민과 심리 상담이 필요한 청년이 많은데 경제적 부담 탓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젊은층의 정신건강관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인데 이들을 위한 시스템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 가다가는 공부에 매달리고 성취 지향적인 분위기만 더욱 고조될 것”이라며 “청년층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및 사회적 지지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며/ 헤매였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중에서)

졸업 후에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 오늘날 청년들은 ‘나의 자리’, ‘갈 곳’을 찾아 그 요건에 맞추기 위해 분노조차 포기한 채 무력감을 안고 살아간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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