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줄이는 인터넷은행, ‘메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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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메기’ 인터넷은행이 위기에 빠졌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규제로 자본조달이 어려워지며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저렴한 금리로 인기를 끌던 중금리대출 판매에 전신호가 켜졌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인터넷은행이 중금리대출 상품 판매를 잇따라 중단하면서다. 연초부터 인터넷은행은 연체율 관리가 쉬운 고신용자 대출을 확대한 반면 중금리대출은 꾸준히 줄이는 추세다. 신용은 낮지만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이용하던 중신용자들은 달라진 인터넷은행에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은 고신용(1~3등급) 대출자의 비중이 96.1%로 시중은행(84.8%)을 상회한다. 특히 30대 이하 고신용 대출자는 총 대출자의 52.6%에 달해 시중은행(30.6%)보다 20%포인트나 높다. 시중은행처럼 손쉬운 고신용 대출에 집중하면서 차별화를 통한 고객 확보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저렴한 금리 효과 반감… 고신용자 대출 쏠림

최근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에 시달리면서 중금리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유상증자 추가 납입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안정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지난달말 케이뱅크는 중금리 대출인 '슬림K 신용대출',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5월 1500억원 증자를 완료해 자본금이 5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로써 BIS비율이 13.48%에서 15%까지 올라 중금리대출을 확대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증자 후에도 대출이 급증할 때마다 판매 중단을 반복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대출 판매에 직장인K대출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번 증자를 마치면 추가 증자를 포함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자본으로 중금리대출을 적극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연 4% 미만인 고신용자 대출의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비중은 연 4% 금리상품이 75%에 달하는 반면 연 4~5% 미만은 23.6%, 연 5~6%미만은 1.2%로 집계됐다. 연 6~7% 미만은 0.2%, 연 7% 이상 대출은 전무했다.

카카오뱅크는 올 들어 대출금리가 연6% 이상인 중금리대출을 줄이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3월 6%대 중금리대출 비중은 0.6%에 그쳤고 4월에는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관건은 신용평가모델, 자생력 갖춰야

정부는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중신용자가 이용하는 중금리대출 판매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올 3분기부터 저축은행, 카드회사,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중금리대출을 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중금리대출에서 두각을 보이려면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손쉬운 고신용자 대출에 매달렸다가는 출범 초기 돌풍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건은 지금의 자본금으로 중금리대출을 소화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델(CSS) 구축이다. CSS는 은행이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신용평점, 신용정보 및 자체 보유하고 있는 거래정보 등을 반영해 신용위험을 예측한다. 은행이 대출 심사 시 신용조회회사(CB)에서 받은 개인의 신용등급과 자체 구축한 CSS를 통해 최종 신용도를 매긴다.

과거에는 신용카드 실적, 대출 연체이력 같은 금융정보를 따져 대출한도를 정했지만 최근에는 통신비나 전기요금 납부실적, 대학교 도서관 연체 이력 등과 같은 비금융 정보도 비중 있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출시한 중금리대출도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기술을 적용했다. 빅데이터나 AI(인공지능) 기술 등을 적용해 대출자의 수입과 지출, 현금흐름을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KT와 협력해 신용정보회사(CB)에서 받는 금융거래정보와 통신요금과 단말기대금 납부 실적, 로밍 빈도 등 통신정보를 활용해 중금리대출을 판매 중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기반으로 내부 심사를 거쳐 평가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ICT(정보통신), 결제기술 등을 지닌 주주와 협력해 대출자의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신용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막대한 자본금과 누적된 노하우로 무장한 금융사와 경쟁하려면 탄탄한 CSS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 규제, 인터넷은행 성장 막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를 이유로 중금리대출 확대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금리대출 판매 시 발생할 수 있는 연체율을 감안해 자본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인터넷은행의 실질적 대주주 KT와 카카오가 4% 룰에 가로막혀 증자에 소극적인 이유다.

해외에서도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은행 성장에 발목을 잡는다. 1997년 출범한 미국의 넷뱅크는 고금리 수신을 받아 고위험 대출로 규모를 키웠지만 리스크와 비용관리에 실패해 2007년 파산했다. 미국은 1956년 도입한 은산분리를 엄격히 지키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00년 8월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대신 사후 통제장치를 강화했다. 자산의 리스크 관리를 비롯해 고객 개인정보 보호장치, 은행 경영의 독립성 확보 장치 등을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하는 방식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은산분리 완화가 중요하다”면서도 “동시에 기존의 오프라인 은행들에 비해 강화된 대출심사 능력,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해야 중금리대출 등 틈새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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